경기도가 게임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가 게임 산업 육성을 내세우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지만 경기도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국내 게임 개발의 중심인 '판교'가 위치한 곳이고, 남경필 전 K-IDEA 협회장이 도지사를 맡은 탓이다.
그만큼 추진력은 강했다. 올해에만 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G-NEXT라는 게임 생태계 꾸미기도 시작했다. 게임영재캠프, 게임아카데미, 게임오디션, 게임잼, 게이미피케이션, e스포츠 대회 유치. 이 모든 게 전부 지난 1년 사이에 벌인 일이다.
그렇게 씨앗을 뿌린 지 1년. 지난해까지는 반신반의했던 직원들도 '이젠 감을 좀 잡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래서 경기도 콘텐츠사업과의 올해 하반기는 부쩍 정신없을 예정이다. 디스이즈게임에서 경기도의 게임 산업 육성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신용덕 전문관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TIG> 지난해부터 게임관련 육성 사업을 자주 진행한다. 계기는 역시 남경필 도지사인가?
맞다. 일단 K-IDEA 협회장 출신이니까. 게임이 애들을 망치는 어떤 게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관심을 갖고 일으켜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다. <포켓몬고>처럼 잘 나온 게임 하나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버는데, 개발사는 차치하고 애플이나 구글처럼 마켓을 운영하는 곳까지도 수수료로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인다.
그런데 우리는? 괜찮은 개발자는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고, 시장은 일사분란하게 정부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는 중국에 추월당한 상황 아닌가?
그래서 그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게임 개발자가 장래희망인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거다. 사실 경기도만큼 이걸 하기에 좋은 환경은 없으니까.
TIG> 그래서 지금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어떻게 되나?
G-NEXT라는 이름으로 게임 생태계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판교를 중심으로 게임산업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추는 건데 크게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임영재캠프, e스포츠, 게이미피케이션과 게임개발자들을 돕는 게임오디션, 게임잼, 게임아카데미, 플레이엑스포 등으로 나뉜다.
TIG> 일단 제일 알려진 건 게임창조오디션 같은데?
그나마 4회째를 맞다 보니 가장 잘 알려진 사업이다. 게임창조오디션은 매번 콘셉트에 맞춘 게임들을 선발해서 지원금을 주고 개발이나 마케팅 등을 도와주는 사업이다. 지난 13일 4회까지 마쳤고 10월 중으로 5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해 참가팀이 결정되면 두 달 동안 각 개발사 대표들에게 멘토링을 받고, 게임을 수정한 후 다시 그들에게 최종심사를 받아 우승자를 결정한다. 말 그대로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방식인데 한 두 달의 멘토링만으로도 도움이 생각보다 큰 데다가 콘셉트에 맞춰 미션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가 나오더라.
예를 들어 3회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직접 모금해야 했는데 10개팀이 모두 지정금액을 채웠다. 4회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게임이 콘셉트였는데 심사의원으로 참가한 해외 퍼블리셔들이 심사를 보고나서 다음날 즉시 수출상담회까지 진행했다.
5회에서는 VR게임을 콘셉트로 내세워볼까 생각 중이다.
TIG> 전문적인 개발사 이외의 지원은 없는 건가?
8월 12일에는 인디게임의 해외진출을 돕는 제1회 게임잼 행사를 열거고, 다양성게임제작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9월에는 스타트업 개발사를 대상으로 창업 전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게임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다. 다만 이게 예상만큼 쉽지 않아서 특히 많이 신경쓰는 중이다.
TIG> 창업을 위한 게임아카데미면 어떤 건가?
해외 사례를 보면 스타트업을 위한 아카데미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오프라인 교육으로 유명한 제너럴 어셈블리 같은 곳이다. 이런 곳은 수업료만 천 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돈을 내고 배운다.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판교에 가면 창업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다더라'가 목표다. 6개월 과정으로 권위있는 외부강사를 초청해서 시작할 예정인데 국내에 맞춘 커리큘럼을 짜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다른 사업과 달리 아카데미는 전문성이 확실하고 예상 밖의 문제가 생기거나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치기만 해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다.
# 미래를 위해서라도 게임에 대한 인식 고쳐야
TIG> 일자리와는 동떨어진 사업도 몇 가지 보인다.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사업들이다. 게임영재캠프는 오늘 보셨을 거고, e스포츠는 인텔익스트림마스터월드챔피언십을 오는 12월 16일부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을 접목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종의 생활아이디어 찾기 대회인데 모두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한 거라고 보면 될 거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으면 점수가 오른다거나, 피아노 소리가 나서 엘리베이터대신 계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TIG> 게이미피케이션은 사실 시도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래서 아이디어 모집이 끝나면 수상을 하더라도 타당성 검토를 해 볼 예정이다. 일단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없앤다는 것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계단에 피아노음을 추가해 사람들이 걷도록 만든 게이미피케이션
TIG> 지자체치고는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 하다.
게임은 영화나 출판, 애니메이션이랑 달리 장기적으로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산업이다. 어쩌다가 한 콘텐츠가 터지고 끝나거나 반쯤은 의무적으로 유지해나가야 하는 예술이랑은 좀 다르다. 그렇다면 게임을 좀 더 밝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서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야지.
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당장 성과가 안 나오거나, 아예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 투자해 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사실 예산인 40억도 게임업계의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라는 시선이 많다.
TIG> 매번 지방자치단체에서 산업 육성을 할 때마다 부딪히는 게 전문성이다.
알고 있다. 특히 경기도처럼 예산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이정표를 보여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 넷마블의 이승철 이사를 팀장으로 데려왔다. 주무관들처럼 예산을 타낸다거나 주관기획을 한다거나 그런 사람도 필요하겠지만, 게임부터 시장의 흐름이나 전망 등을 전문적으로 알고 보여줄 사람도 필요하니까.
실무에서는 개발사가 많이 도와준다.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전문가가 맞으니 심사 같은 걸 보기도 편하고, 네트워크에도 큰 도움이 되더라. 사실 지자체의 역할을 어디까지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과 이 기회가 안전하다는 신뢰를 주는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오늘 열린 게임영재캠프만 해도 서울대학교 게임동아리에서 도와줬고, 넥슨이 투어 등을 맡아주니까 학부모나 학생들이 참가한 거지, 경기도 이름만 걸었으면 누가 오겠나? 우리의 역할은 딱 이런 거라고 본다.
#우리는 돕는 사람들일뿐
TIG> 도지사부터 의욕적인 만큼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유리할 듯하다.
제 1회 게임오디션에서는 직접 사회를 맡은 것도 부족해 3시간 이상 마이크를 들고 행사를 진행했을 만큼 의욕적이었다. 덕분에 밑에서 일을 진행하기는 편하다. 단순히 일을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추진하기 어려운 계획을 직접 돕는다거나 연락을 이어주는 등의 일까지도 맡아주고 있을 정도니까.
대신 예산을 이렇게 끌어다 쓰는데 성과를 확실하게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크다. 예산이라는 게 밖에서 볼 때는 펑펑 쓰는 것 같아 보여도 안에서 제대로 쓰려면 무서운 돈이다.
TIG> 그래서 성과가 좀 보이나?
인식의 개선은 당장의 문제는 아닐 듯하고, 성적에서는 성과가 좀 나오고 있다. <슈퍼탱크대작전>, <몬스터사커>, <코즈믹 온라인> 등이 해외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거나 국내외에서 출시를 했다.
TIG> 앞으로는 어떤 걸 더 하게 되나?
8월 게임잼, 9월 게임아카데미와 10월 제 5회 게임창조오디션, 12월 IEM월드챔피언십 등이 쭉 이어질 예정이고, 게임아카데미에 맞춰서 G-NEXT 사업을 위해서 배정받은 창조경제센터의 2층과 6층의 개소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참고로 2층은 게임아카데미를 위해서, 6층은 게임창조오디션에서 선발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주기회를 주는 데 사용하려고 한다.
G-NEXT의 핵심은 '능력과 기술이 있는 사람이 놀 수 있는 플랫폼을 우리가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지원할 거다. 교육을 시켜주고, 실력이 있는 사람을 붙여주고, 수출상담회를 열어주고, 네트워크를 쌓아주고, 그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더 바꿀 수 있으면 좋은 거고.
하루 이틀로 끝낼 이벤트가 아닌 만큼 내년부터는 더 새로운 사업들도 진행해 나가고 그래야지. 남은 건 이제 능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거다. 그럼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