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다. 일일 접속자 유저(DAU) 800만 명, 누적 다운로드 2,300만 건.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의 넥스트플로어가 세운 기록이다. 그리고 이곳의 수장 김민규 대표가 지금처럼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꼬박 4년이 걸렸다.
# 김민규
개발자에서 성공한 개발자로, 이제는 퍼블리셔이자 개발사의 대표로
"그래도 넥스트플로어의 롤 모델은 스퀘어에닉스다"
TIG>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났다. 우리도 지난해 기자간담회 이후 10개월 만이다.
김민규: 어떻게든 피해보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웃음) 디스이즈게임과는 첫 인터뷰라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기도 했고.
TIG> 하하. 인지도도 있고 규모도 있는 개발사 대표치고 이렇게 공식적으로 만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안 좋은 소문도 많다.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 성공 이후 변했다는 둥, 주위에서 도와달라는 사람이 많아서 잠적했다는 둥...
김민규: 아직도 못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솔직히 그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애초에 그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몰릴 줄 모르고 서버를 짰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매일 전화는 불통되고, 메일은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 게 보였지만, 게임이 버그에 서버 폭주까지 겹치다 보니 새벽 6시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어서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카카오 서버팀 도움을 받아야 했을 정도니까. 일주일 중 절반은 카카오로 출근했다.
TIG>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을 텐데, 4년 만에 벌써 직원 1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본인은 개발자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됐고. 해보니 어떤가?
김민규: 지금 넥스트플로어 규모는 140명 정도 되는데, 회사 몸집을 키우면서 개발자로서 바뀐 신념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 것. 사실 내가 개발하면서 제일 싫었던 말인데 말이다. (웃음) 하지만 한 회사의 대표는 딸린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뭐, 입에 달고 살고는 있는 말이긴 한데, 사실 아직도 개발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카카오 게임과 함께 스마트폰 게임 시대 개막을 이끌었던 넥스트플로어. 작은 스타트업은 4년 사이 14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TIG> 쉽지 않은 말이라는 건 공감한다. 직접 해보니 개발과 사업,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르던가?
김민규: 접근 방법이 다른 것 같다. 초창기 넥스트플로어는 개발’사’라기보다는 인디 ‘스튜디오’에 가까웠다. 또 당시 스마트폰 모바일게임 시장은 규모도 지금처럼 크지 않아서 <원미닛RPG>나 <이즈러너>를 만들 때만해도 온전히 개발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도 했고.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시장이 너무 커졌다. 개발하고 론칭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운영문제도 있다.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처럼 말이다. 그 때를 기점으로 개인적인 스탠스가 확 바뀌었다. 여태 잘해오던 것만 할 것인가, 규모를 키워서 더 크고 새로운 걸 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 이후 회사의 방향성을 개발 중심에서 사업을 같이 할 수 있는 쪽으로 바꿨다. 사업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고 또 회사로 영입했다. 현재 절반 이상이 비개발 인력이다. 모든 걸 내가 직접 하는 건 아니다. 각 분야에서 더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각자 맡은 바를 능력껏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내 일이다.
TIG> 솔직히 조금 의외다. 들리는 바로는 엄청난 ‘덕후’다, 게임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현실적인(?) 사람인 것 같다.
김민규: 게임 덕후인 건 맞다. 옛날 사람인 것도 맞고. (웃음)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개발자들한테 할 때마다 어려운 게 아닐까?
올해 초 스퀘어에닉스가 주주총회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PT를 하더라. 화면에는 두 개의 원을 그려놓고 한 쪽 원에서는 왜 스퀘어에닉스가 트리플A급 신작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그 성공한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언급했다. 예를 들면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처럼 말이다.
투자자들에게 게임 회사로서의 욕심과 함께 매출에 도움이 되는 사업적인 측면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거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도 같다.
TIG> 하지만 막상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 이후 내놓은 후속작들은 소위 말하는 ‘주류’와 다른 게임들이었다. 지난해 라인업 발표 당시 제일 무난해 보였던 <크리스탈하츠 for Kakao>도 무난하지만은 않았고.
김민규: 하하. 왜 넥스트플로어는 <블레이드>나 <히트> 같은 게임 안 만드냐는 질문 많이 받았다. 사실 이런 게임을 기피하는 건 아니다. 시장에 맞춘 게임은 나 역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회사에서 강요한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만드는 사람이 애정과 열망이 없으면 좋은 프로젝트는 될 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런 게임을 만들겠다고 나선 개발자가 없었을 뿐이다. 퍼블리싱 게임인 <프렌즈런 for Kakao>는 다르지 않았나.
애초 시작이 인디로 시작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넥스트플로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관점보다 ‘각 디렉터가 잘하는 게 무엇이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뭐랄까, ‘공장’보다는 ‘공방’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 지하연구소
"콘솔게임도 OK!" 제한 시간은 1년, 회사에서 키우는 인디 스튜디오
TIG> 디렉터 중심의 개발사는 넥스트플로어만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그래서 ‘지하연구소’ 같은 것도 나올 수 있었던 거고?
김민규: 지하연구소는 지난해 발표회에서도 정말 잠깐 언급했건 내용인데 예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조금 당황스럽다. 뭐, 결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각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니까.
어쨌든 게임을 출시해서 수익을 내려면 기획부터 사업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정식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게임은 그렇다. 오래 라이브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 단계에서 사업실과 논의하며 개발을 한다.
반면 지하연구소는 그냥 순수하게 재미만 추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사내 인디 스튜디오다. 재미있는 게임과 오래 라이브할 수 있는 게임은 다른 부분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개발과 서비스의 차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지하연구소에서는 애초에 라이브를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스타트 원칙이 ‘서비스는 없다’니까. 물론 정말 완성도가 높고 가능성이 있다면 서버와 운영조직이 붙을 수는 있지만, 시작에서는 배제하라는 거다.
TIG> 설명을 듣고 보니 확실히 ‘1등 게임’을 바라면서 작정하고 만든 건 아닌 것 같다.
김민규: 그렇지. 그냥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게임 개발자 대부분은 만들고 싶은 게임이 머릿속에 하나쯤은 있다.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 라이브가 안정되고 후속작을 준비하는 시점이 되자 다들 밥 먹으면서, 술 한잔 하면서 머릿속에 그리던 걸 꺼내기 시작했다. 한쪽 구석에서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얘기하고, 평소 주변사람들에게도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인데, 난 정말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가 망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웃음) 당시 큰 게임을 준비하던 김석현 디렉터가 고블린 100마리 만들다 지쳐있던 찰라에 툭 하고 아이디어를 던졌다. 그냥 빠르게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진행했고 3주 만에 만들었다. 그런 게임이 ‘빵’ 터져버렸다.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진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의 시작. 이 단 두장의 그림으로 2,300만 다운로드 게임이 탄생했다. [관련기사] 단 두 장의 낙서가 만든 기적! 드래곤플라이트, 개발비화
그 이후부터 성공하는 게임은 ‘발견’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도전과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같은 게임은 발견할 수 없지 않나. 나나 김석현 디렉터도 인디 개발자로서 그런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듬어진 거지 처음부터 성공작을 뚝딱 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전사적으로 만드는 게임 외에도 한쪽에서는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왜, 구글에는 20% 시간이라는 게 있다. 개발자들이 근무시간의 20%는 본인의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도 되고,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거다. 지하연구소도 여기서 착안했다.
TIG> 그럼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는 건가?
김민규: 그건 아니다. 아이디어를 검토 받아 통과된 사람만 가능하다. 물론 TO도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모든 인력을 뺄 수 는 없으니까. 덕분에 경쟁률이 제법 세다. 처음에는 여럿이서 평가하고 선발했는데, 지금은 내 주관으로 혼자 결정한다.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더라도 말이 나오길래 그냥 내가 짊어지고 가는 거다.
이들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 1년 동안은 무엇을, 어떻게 해도 좋다. 필요하다면 프로젝트에 맞는 소정의 예산도 제공된다. 예를 들어 리듬액션 게임에서 음악은 외주가 필요하지 않겠나. 비슷하게 그래픽 디자이너와 같이 내부 인력이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개발하는 사람도 있고, 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본인 업무를 하면서 퇴근 후 혼자서 만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게임을 내고 싶다며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정확히 몇 개 팀이 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통 10개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TIG> 게임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은 인력이다. 리스크가 없지 않을 텐데.
김민규: 물론이다. 중간에 드롭되는 프로젝트도 적지 않으니까. 스스로가 나태해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컨트롤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1년이라는 기간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프로젝트라도 1년이 지나면 지하연구소의 지원은 끝난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
하지만 생각보다 개발자들이 1년이라는 시감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본인 커리어와 상관없이 회사의 지원을 받으며 자유롭게 게임을 만드는 기회는 흔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하연구소에서 출시한 게임은 해당 팀 이름이나 디렉터의 이름으로 출시된다. 가장 최근 출시된 <스페이스크루>는 스토어에서 개발사명이 '넥스트플로어 베이스멘트 랩'으로 기재돼 있다.
TIG> 아직 출시도 안됐는데, 지하연구소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게임이 <키도>였다. 국내에는 워낙 콘솔게임 개발사가 없는 탓인 것 같은데, PC도 아니고 콘솔을 택한 이유가 있나?
김민규: 내가 <드래곤퀘스트>, <파이널판타지>를 보고 자란 세대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콘솔게임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 사실이다. 지하연구소에서는 플랫폼이나 장르를 제한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온 게임 중하나일 뿐이다.
<키도>도 첫 기획은 모바일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콘솔로 커졌다. 시작이 모바일이어서 조작이 조합으로 이어지지 않고 원버튼 스타일이어서 바꾸고 싶었는데, 개발 기간을 1년 더 달라길래 깔끔하게 포기했다. 지하연구소에서 ‘1년’은 절대 명제니까. (웃음)
내 마음 같아서는 VR, AR도 관심이 많다. 돌아다니면서 개발자들을 찔러 보고 있는데 다들 싫다더라. 그래서 그냥 기다리고 있다.
TIG> 엇, 앞에서 스퀘어에닉스를 언급하며 IP 얘기하지 않았나. 찔러보는 김에 <드래곤플라이트2>도 얘기해보지.
김민규: 안 해봤겠나. 역시나 다들 싫다고 도망간다. 하핫.
# 넥스트플로어의 비전
<데스티니 차일드 for Kakao> 김형태와의 케미 GOOD
"넥스트플로어, 하면 믿고 즐길 수 있는 게임 만들겠다"
TIG> 솔직하게 나도 찔러본 거다. <드래곤플라이트2>는 내부에서 몰래 준비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김민규: 당연히 고민은 하고 있다. 김석현 디렉터하고 얘기도 많이 했고. 그 사람은 이미 오리지널 버전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서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더라.
나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장르는 슈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제비우스>나 <갤러그>처럼 쉽게 가면 요즘 사람들에게는 시시할 테고, 그렇다고 <동방프로젝트> 어렵게 가자니 너무 코어하게 될 테고. 일본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성공한 게임이 없다. 그나마 재미있게 한 게 <레이스톰>이었는데 모바일에서는 적합한지 모르겠다. 또 기존작 유저가 따라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고.
<엘브리사 for Kakao>도 슈팅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완전 RPG가 됐다. 이런 저런 업데이트를 다 해봤는데, 슈팅 콘텐츠를 넣으면 다들 어려워하고 오히려 RPG 콘텐츠를 강화할 때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 틀을 벗어날 수 없나 싶다.
TIG> 그럼 넥스트플로어의 하반기는 주력 타이틀은 <데스티니 차일드>라고 보면 되나?
김민규: 맞다. 이미 많이 늦어졌지만,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TIG> 밖에서는 김형태 대표와의 '케미'에 대해 관심이 많다. 어떤 것 같나?
김민규: 음.. 나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창세기전> 때부터 팬이었고, 개발자로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던 분이다. 서로에 대해 애정과 애증을 쌓아가고 있다. (웃음)
함께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투닥거리면서 맞춰가고 있다. 어쨌든 나는 처음부터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는데, 프로젝트 초반에는 개발자 마인드가 강했던 김형태 대표 입장에서는 이해 못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김형태 대표는 흔히 말하는 ‘별게임’(캐릭터 별 시스템)을 절대 안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우긴 건 나였다.
[관련기사] “데스티니 차일드, 왜 카카오로 나오나요?” 김형태 대표가 직접 말하다.
TIG> <데스티니 차일드>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기존 넥스트플로어의 행보와는 조금 다른데 부담은 없나?
김민규: 글쎄. 나는 오히려 지금도 규모가 작은 게 아닐까 싶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주 업데이트를 해도 유저들은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최근 중국 게임업계 소식을 들어보면 한 게임에 200명이 4개 팀으로 쪼개져 로테이션을 돌며 업데이트를 한다더라. 한국에서는 50명도 많다고 하는데 말이다.
이들에게 정면승부를 한다? 절대 못 이긴다. 더 좋은 게임이 되려면 그만한 규모도 필요하다. <데스티니 차일드>도 그에 맞는 규모를 만들어 나가고 있을 뿐이다.
TIG> 그렇게 판을 키우기에는 <데스티니 차일드>는 장르나 비주얼이나(...) 여러모로 마니악한 게임이지 않을까?
김민규: 아예 특정 층을 타깃으로 두느냐, 메이저를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느냐는 지금 이순간도 고민하고 있다. 언젠간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TIG> <데스티니 차일드>가 카카오 플랫폼을 택한 것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는데, 카카오를 택했다는 건 어느 정도 대중성을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봐도 되지 않나?
김민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븐나이츠 for Kakao>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당시에는 코어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착해있다. 게임 본연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이를 더 많은 유저들이 즐기냐 마느냐는 서비스의 문제도 있다고 판단한다.
카카오를 택한 건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가 넷마블이나 넥슨처럼 출시만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규모의 회사도, 또 그 정도 수준으로 마케팅을 퍼부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보다 많은 유저들을 효율적으로 모객하기 위해서 카카오 플랫폼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TIG>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다. 아직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시프트업이나 넥스트플로어 모두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적어도 지사가 있는 일본은 기대가 남다를 것 같은데?
김민규: 현재 넥스트플로어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데스티니 차일드> 일본 시장 안착이다. 내가 어릴 때 일본 게임을 즐기며 자라서 그런지 일본 시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게 크다.
일본에서 <데스티니 차일드>는 특정 층을 분명하게 노린 게임으로 포지셔닝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비슷한 계열에서 <그랑블루 판타지>가 성공을 했는데, 라이브 흐름을 보면 신규 캐릭터가 추가될 때 유명 성우에 전용 시나리오까지 붙는다. 과연 이렇게 개발팀의 노력과 공수가 많이 들어가는 게임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고민이 남았다.
개발 기간을 1년이나 늘렸지만 그림을 보는 순간 모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TIG> 여러모로 고민이 많겠다. 답을 찾는 것도 좋지만 개발기간은 점점 늘어 가고 있으니.
김민규: 앞서 이야기 했듯 <데스티니 차일드>는 그럴 수 있는 타이틀이다. 어차피 장르적으로 봤을 때 흐름을 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최대한 준비해서 보여 주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시기보다는 완성도가 중요한 게임이다.
이게 다 김형태 대표 탓이다. (웃음) 1년짜리 프로젝트를 라이브2D를 버전을 보여주는 바람에 1년을 늘리고, 첫 테스트 이후에도 그냥 갈 수도 있는 거 기막힌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또 미루게 만들고. 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대안을 가져오는 사람이다.
TIG> 일단 넥스트플로어 게임은 출시만하면 오래 남을 테니 마지막까지 완성도에 신경 쓰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가 4년, <엘브리사 for Kakao>도 3년이 넘었고, <스피릿캐쳐 for Kakao>도 지표가 떨어졌지만 꾸준히 서비스하고 있지 않나.
김민규: 넥스트플로어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다는 거다. <크리스탈하츠 for Kakao>도 <프렌즈런 for Kakao>도 조금씩 나아지면서 꾸준히 서비스하는게 목표다.
과거에는 게임이 완결된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관점이 달라졌다. 적어도 온라인 속에서 즐기는 모바일게임의 재미는 이제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지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채워진다. 먼 훗날 서버가 내려가도 우리 게임에 대한 기억은 그 과정일 될 테고.
그 기억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은 게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TIG> 그래서 넥스트플로어는 어떤 회사로 기억됐으면 좋을까?
김민규: 아주 심플하다.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는 회사’
슈퍼패미콤 시절을 되돌아보면 늘 명작이 쏟아져 나왔고, 게임회사는 무언가 반짝반짝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스퀘어에닉스는 단연 돋보였다. 스퀘어에닉스 게임이라면 일단 믿고 샀을 정도니까. 그게 우리의 롤 모델이다.
넥스트플로어 게임이라면 “당연히 해봐야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6명이 게임을 만들던 4년 전에도, 140명이 함께하는 지금도 넥스트플로어가 걷고 있는 목표는 언제나 한결같다. 재미있는 게임.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곳. 그 목표만큼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지난해 넥스트플로어가 공개한 영상은 이들이 추구하는 개발사로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