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그리고 분리수거의 아이콘(?) ‘성지영’이 22일, <큐라레: 마법도서관>(이하 큐라레)에 등장했다. 매번 기상천외한 업데이트를 선보였던 <큐라레>였지만, 이 얀데레(?) 공공기관 캐릭터와의 제휴는 <큐라레> 유저는 물론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성지영’ 같은 공공기관의 캐릭터가 상용 게임에 등장한 사례는 극소수다. 더군다나 성지영은 (비록 나중에 급히 수정됐지만) 생기넘치는 공무원이라는 공식 설정, 그리고 2차 창작으로 만들어진 귀기 어린 ‘얀데레’라는 상반된 캐릭터성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큐라레>는 어떻게 이런 독특한 제휴 이벤트를 결심하게 됐을까? 그리고 어떻게 성남시, 그리고 누리꾼 모두를 만족시키려 했을까?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와 IO 스튜디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강수연(팜걸) PM, IO 스튜디오 양주영 시나리오 라이터, 석현민(달랑게) 일러스트레이터
# 왜 성지영이냐고요? 이 정도면 ‘약 빤 스토리’ 확정 아닙니까?
평소 기상천외한 업데이트를 많이 선보이긴 했지만, 지자체 캐릭터까지 콜라보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성지영' 캐릭터를 추가할 생각을 하셨나요?
양주영: <큐라레>는 언제나 콜라보할 IP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성지영이 처음 나왔을 때도 '이런 좋은 캐릭터가 있다니!' 하면서 탐을 내고 있었죠. 성지영은 일단 미소녀니까(!) 큐라레에 어울리기도 하고, 나오면 특유의 약 빤 스토리를 잔뜩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사업팀이 덥석 성지영 콜라보를 물어왔죠. (웃음)
강수연: 유저 분들이 어떤 캐릭터, 어떤 이야기에 관심 가지는 지 파악하는 것이 저희 일이죠. <큐라레>의 ‘코드’는 그 덕에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에 진행하게 된 성지영의 경우, SNS에서 큰 화제를 몰고 오며 2차 창작을 통해 자유롭게 활동해주시는 것을 보고 유저 분들께서도 즐거워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희는 '지방자치단체' 캐릭터에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 주실지 예상 못했어요.
성남시로서도 게임과 제휴하는 것은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 반응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강수연: 재미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많이 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서브컬쳐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잖아요? <큐라레>는 그런 색이 유독 강하기도 하고요. (웃음)
그런데 성남시에서 정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더라고요. <큐라레>가 첫 제휴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하셔서 부담도 많이 됐죠. 저희가 잘해야 좋은 선례가 만들어지니까요.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은 경직되고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번 제휴가 <큐라레>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강수연: 당연히 있었죠. 더군다나 지자체에서 오는 메일 대부분은 ‘공문’이잖아요? 평소에 이런 것 본 적 없던 사람들에겐 엄청 부담되더라고요. 매일 메일 확인할 때마다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열어보았죠. (웃음)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 빼고는 정말 시원시원하게 일이 진행돼 놀랐어요.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의견 교환도, 검수도 정말 빨리 진행되었죠. 정말 다른 사기업들과 비교해도 결코 의사진행이 느리거나, 제약을 두는 것이 없어 정말 최고였습니다.
양주영: 예전에 지방자치단체와 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성남시에 시나리오와 캐릭터 이미지를 컨펌 받을 때는 별다른 수정요구가 없어서 놀랐습니다. 수정 요청이 성지영 소속 기관의 명칭 수정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저희 쪽에서 좀 더 소프트 하게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내부 수정을 했을 정도였어요. 이런 ‘대인배’같은 모습을 보여주신 성남시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 ‘노오오력 혈청’에 중독된 얀데레 성지영을 구해라!
성지영은 성남시 공식 설정(?)으론 평범한 공무원, 그리고 서브컬쳐 계열 유저들 사이에서는 얀데레로 통하는 캐릭터입니다. 두 특징을 모두 살리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양주영: 그런데 두 특징을 모두 살려야 했죠. 공식 설정은 당연히 지켜야 하고, 그러면서도 유저들이 만든 얀데레라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성도 버릴 수 없으니까요. 일단 ‘죽은 눈’ 아니었으면 성지영이 이렇게 알려질 수 없었으니까요.
다행히 <큐라레>는 캐릭터가 성장하고 진화(승급)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성지영을 있게 한 ‘생기 없는 눈’을, 중반에는 2차 창작으로 만들어진 무서운 캐릭터를,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성남시가 의도한 성실한 공무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풀었어요.
아, 그렇다고 성지영이 무조건 성실한 공무원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큐라레>는 유저가 자유롭게 카드의 대표 그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 단계 중 마음에 드는 버전을 선택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저는 1단계 죽은 눈 성지영으로 해뒀습니다. 역시 이 버전이 제일 ‘성지영’답다고 생각해요. (웃음)
성지영 일러스트를 그리며 특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석현민: 성지영은 설정으로는 평범한 공무원이지만 안광이 죽은 눈동자 탓에 왠지 묘한 느낌이 드는 캐릭터입니다. 그 때문에 서브컬쳐계에서 얀데레 캐릭터로서 재미있는 창작물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얀데레 캐릭터는 제가 아직 한번도 도전해보지 못했던 영역이라 의욕적으로 작업했습니다. 저는 보통 일러스트를 그릴 때 가장 공을 많이 들여 화려하게 꾸며야 하는 3단계부터 제작하는데, 이번엔 무서운 분위기의 그림인 2단계부터 작업을 시작했을 정도였어요. 의욕이 과했던지 2단계에서 눈이 너무 무섭다는 피드백이 들어와서 좀 덜 무섭게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1단계를 제작할 때는 단지 캐릭터의 안광을 지웠을 뿐인데도 그림의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화창한 날씨를 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묘하게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워지고, 하늘을 나는 새를 그려 넣었을 땐 마치 죽음의 까마귀 떼처럼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웃음)
3단계에서 반짝이게 깨끗해진 도시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그렸어요. 비록 성지영 답지는 않지만, 카드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는 <큐라레>의 시스템을 생각하면 분명 평범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설정해두길 바라는 유저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정성껏 작업했습니다.
스크린샷에서 ‘성남시 관내 쓰레기통’을 봤습니다. 이번 배경은 현실 세계인가요?
양주영: 실제 성남시는 아니에요. S시입니다. (웃음) 아무래도 실제 성남시가 되면 여러 가지 곤란하죠. 음음. 노오력 혈청이라거나 고양이 귀를 단 부장님이라거나……. 현실을 기반한 <큐라레> 세계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늘 그렇듯 ‘차원 오류’로 성남시의 성지영을 끌어들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이번엔 조금 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예전에 사용한 시즌과 연계하기로 결정했어요.
예전에 ‘오피스 라이프’라는 시즌이 있었는데, 사서들이 Q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 직원이 되어서 사건을 겪는 이야기였어요. 그때 Q인터내셔널을 판교에 있는 회사로 설정했습니다. (사실 스마일게이트가 모델) 그래서 '잘됐다' 하고 이 설정을 쭉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마법사서 미우’보다는 ‘회사원 미우’와 공무원 성지영의 이야기가 좀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석현민: 회사가 성남시에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에 오다가다 성남시의 쓰레기통을 자주 봅니다. 게임 속 성지영의 세계는 허구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 성남시의 쓰레기통을 넣으면서 실제 성남시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느낌을 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을 찾아서 실제 성남시의 쓰레기통과 최대한 흡사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큐라레>는 아트 외에도 센스 넘치는 스토리로도 유명한 게임입니다. 스토리 딴에서 '성지영' 캐릭터는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었나요?
양주영: 민관 협력 사업 때문에 Q인터내셔널에 파견 나온 공무원 성지영이 자신의 업무에 과몰입하는 약물 ‘노오오력 혈청’에 중독되어버려 분리수거 업무에 과몰입 해버리고, 얀데레가 되어서 날뛰는 성지영을 막기 위해서 사서들이 동분서주하고……. 그런 평소의 <큐라레>스러운 내용이네요.
그 외에도 전우회 몽고메리, 경비원 스카페이스 등, 다양한 패러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성지영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 정상, 비정상(?) 콜라보 모두 환영! 제휴는 계속된다
성지영 콜라보가 너무 강렬해 43시즌 ‘위저드 리그’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쪽이 본가(?)인데 아쉽진 않으신가요?
양주영: 하하. ‘위저드 리그’ 역시 재미있을 거예요. <큐라레> 시나리오는 4주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은 성지영이 워낙 강력해서 위저드 리그가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성지영과 위저드 리그, 둘 다 끝까지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큐라레>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독특한 게임성 덕에 오랜 사랑도 받았고, 그 때문에 신규 유저들은 여전히 진입장벽을 느끼기도 합니다. 올해 계획은 어떠신가요?
강수연: 먼저 2년 동안 유저 분들께서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다양한 편의성 업데이트 준비와 함께 게임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근하고 나누실 수 있도록 인 게임 내 커뮤니티 기능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실 때 모르시는 부분이 있으시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실 때에는 해당 기능을 사용하시면 조금 더 빠르게 이해하시고 정착하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월 출석보상을 이벤트로 가끔씩 상향해 왔었는데요. 이번 9월부터 출석 보상부터 조금 더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장서 등 보상을 상향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곳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양주영: 콘텐츠 딴에서는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유저 분들께 제공하는 것이려나요.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네요. 기존 유저분과 신규 유저 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 한국에는 성남시 외에도, 고양시나 민속촌 같이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단체가 많습니다. 혹시 이후에도 성지영처럼 공공기관과의 제휴를 이어가실 생각이신가요?
강수연: 캐릭터가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단지 <큐라레>를 즐겨주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가 있다면 공공기관이더라도 저희는 열심히 발품이라도 팔아 뛰어 갈 생각입니다!
양주영: 가능하다면 다양한 IP와 콜라보를 하고 싶습니다. ‘설마 이런 것과도 콜라보를 해?!’ 하는 IP도 좋고, 의외로 정상적(?)인 콜라보도 환영합니다. <큐라레>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연락주세요!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강수연: 언제나 톡톡 튀는 소식으로 인사 드리는 <큐라레>입니다. 이번 ‘성지영’ 양과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은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후에도 약 빤(?) 소식으로 인사 드리기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 카페에서 얘기하다 보면 '어떤 약을 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하셨나요'라는 질문이 많습니다. 저희도 잘 모르겠으나 매우 높은 확률로 카페인과 타우린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웃음)
양주영: 이번 성지영 콜라보 시즌에 대한 관심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큐라레>가 되겠습니다.
석현민: <큐라레> 많이 사랑해주세요! 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