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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철권7의 한 캐릭터가 격투대회 EVO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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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진(홀리스) 2020-02-06 19:38:50

<철권7>에 2019년 12월 10일, 간류와 함께 추가된 '리로이 스미스'(이하 리로이)가 <철권>과 격투게임 유저, 나아가 세계적인 격투게임 대회 'EVO'까지 뒤흔들고 있다. 심각한 OP 캐릭터로 정평이 난 리로이로 인해, <철권> 시리즈 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게임은 출시 이후,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고우키, <아랑전설> 시리즈의 기스 하워드 등 외부 IP 캐릭터를 추가하며 게임의 밸런스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리로이는 이들보다 더 나아가 '무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철권> 한국 프로게이머인 '무릎'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릎 선수는 <철권7>이 고우키, 기스 같은 DLC 캐릭터를 출시하면서 점점 방향성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요즘 추가되는 캐릭터에 따른 밸런스를 보면, 지금까지 내가 한 <철권>이 점점 무너지는 느낌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낮은 조작 난이도 비해 지나치게 강한 대미지, '역대급 최상위 티어 불명예' 안아

 

리로이는 태생부터 대미지부터 딜교환, 스펙, 낮은 조작 난이도 등 여러 성능 면에서 타 캐릭터를 압도했다. 보통 격투게임의 캐릭터는 이런 점들이 저마다의 격투 스타일과 섞이며 다양한 비중으로 조절, 표현된다. 여기에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거나, 혹은 전반적으로 OP가 되지 않는 밸런스 조절이 동반된다.

 

하지만, 리로이는 이러한 격투게임이 가져야 할 밸런스 규칙을 무시하는 듯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유저 숙련도를 떠나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리로이의 카운터는 리로이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대급 최상위 티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유사한 이슈로 화제가 된 <스트리트파이터> IP의 '고우키'는 <철권>의 흐름과 다른 운용법을 가지며 강한 캐릭터로 분류되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조작 난이도와 이해를 해야 했다. 또 여러 차례 하향 패치를 겪으며 과거보다 약해진 모습이나, 여전히 타 캐릭터에게는 위협적인 대상이다.

 

하지만 리로이는 상대적으로 아마추어 고수 이상이라면 누구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조작 난이도와 강력한 대미지를 가지고 등장했다. 대부분 확정타로 연결돼 대미지를 주기 쉽다.

 

 

국민콤보(국콤)도 타 캐릭터 대미지에 비해 쉬우면서 높은 대미지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공중콤보와 레이지아츠를 섞어 사용한 평균 대미지보다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 낮은 난도에 높은 대미지만큼 메리트 있는 국민콤보는 없다. 물론, 레이지아츠까지 사용하면 대미지는 90을 훌쩍 넘기도 한다.

 

스킬 후 걸리는 딜레이, 즉 '후딜'에 대해서도 리스크가 매우 적어 상대에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작다. 속칭 '퓨전'이라 불리는 침잠포배권의 경우, 최초 버전에는 딜레이캐치(딜캐)가 없어 악명이 더욱더 자자했다. 1월 말 패치를 통해 딜레이캐치도 생기고 가드백도 감소했으나, 감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외 여러 기술도 전반적으로 오버스펙되어 있다. 

 

침잠포배권은 패치가 돼도 여전히 강하다.

 

 

# EVO 재팬 2020 8강 중 6명이 리로이 선택, 우승 소감은 "리로이를 골라라"

 

리로이는 역대급 OP로 불리며 대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로이7'이라고 불릴 정도로 리로이를 주 캐릭터로 내세우는 유저, 선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월 25일 일본에서 열린 EVO 재팬 2020 <철권7> 경기는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대부분의 유저가 리로이를 선택해 참가했다. 실력이 중요한 대회이기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주 캐릭터를 선택하기 마련인데 리로이가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기에 이와 같은 현상이 생겨났다.

 

리로이가 EVO 재팬 2020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유저 패러디 이미지.

 

당시 대회에 참석한 프로게이머 '무릎'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든 유저가 'EVO 재팬은 리로이 밭일 것이다'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900명 이상의 참가자 가운데, 다수가 리로이를 선택했다. 체감상 80% 정도 되는것 같다"고 말했다. 

 

무릎은 "예선에 리로이를 하기는 했으나, 이건 아닌 것 같아 스티브, 자피나로 했다가 (자피나 선택 시) 리로이에게 졌다"며 "나만 이런 경우를 겪은 것이 아니다. 탑 플레이어, 프로 모두 리로이에게 패배했다"고 밝혔다.

 


 

논란 가운데 벌어진 8강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총 8명의 참가자 중 줄리아 1명, 밥 1명을 제외한 6명이 모두 리로이를 들고나왔다. 누가 리로이를 잘하는지와 다름없는 경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세계적인 격투게임 대회에서.

 

무릎 선수는 "리로이를 비롯해 고우키, 기스는 기존 <철권> 캐릭터에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불리하다는 느낌이다"라며, "이들로 입문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철권>에 흥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아마, 떠나는 유저도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VO 재팬 2020 8강 대진표(출처: 무릎의 철권TV TekkenKnee).

 

패치가 진행된 이후에도, 현재 리로이의 악명을 잠재우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단순한 하나의 캐릭터의 밸런스 불균형이라고 여기기에는 리로이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EVO 재팬 2020서 리로이로 우승한 태국의 'BOOK' 선수는 소감 가운데 "리로이를 골라라(Just pick Leroy)"라고 말하기도 했다. 

 

EVO 재팬 2020 당시 BOOK 선수의 소감(출처: STK 유저 유튜브).

 

 

# 기대감은 전혀 다른 결과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리로이는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과 함께 영춘권이라는 실존 격투를 차용하며 자피나와 간류, 파쿠람을 제치고 시즌3 신규 캐릭터 중 확실한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전혀 다른 결과로 바뀌고 말았다.

 

리로이는 미미한 패치 한 번으로 끝날 캐릭터가 아니다. 다른 캐릭터를 압도하는 밸런스는 격투게임에서는 치명적인 문제다. 오는 7월에 있을 EVO 2020 이전에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EVO 2020 역시 EVO 재팬 2020과 마찬가지로 리로이로 시작해 리로이로 끝나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철권7>의 마이크 머레이 메인 프로듀서는 지난 1월 3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3.21 버전에는 리로이에 대한 전투 조정이 포함되며 오는 2월 중순에 출시할 예정이다. 철권 월드 투어 2020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캐릭터의 전투 밸런스 조정도 진행된다. 계속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향후 대처가 주목된다. 

 

현 시점에서, 리로이는 '갓로이'나 다름없다. 아니, '킹갓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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