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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해리 포터 : 마법사 연합'은 왜 '포켓몬 고'가 될 수 없었을까?

포켓몬 고는 단지 '포켓몬스터'로만 성공한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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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19-07-17 18:18:37

<해리 포터 : 마법사 연합>(이하 마법사 연합) 국내외 성적이 좋지 않다. <마법사 연합> 구글 매출 순위는 국내의 경우 출시 3주 만에 100위 밖이며, 약 일주일 먼저 서비스한 북미 역시 정식 출시 이후 가파르게 떨어져 현재는 50위 밖이다.

 

<인그레스>, <포켓몬 GO>(이하 포켓몬 고)를 개발한 AR 게임 전문 개발사 '나이언틱'이 또 다른 인기 IP '해리 포터'로 AR 게임을 만든다는 뉴스는 많은 유저와 해리 포터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현재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마법사 연합> 앞길이 어둡다. <포켓몬 고>에서 증명된 나이언틱 AR게임 성공 공식이 깨진 것일까, 아니면 해리포터 IP는 게임에서 통하지 않는 것일까?

 

 

 

# IP로만 성공했다고? '포켓몬 고', 유저에게 트레이너 판타지 제공했다

 

<포켓몬 고>는 출시 3년 차 게임이지만, 여전히 미국 구글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도 데이터 문제로 다른 나라보다 늦게 출시되고, 느린 콘텐츠 업데이트와 잦은 렉으로 구설에 올라 이미지가 좋지 않다. 

 

하지만 많은 국내 유저들은 여전히 <포켓몬 고>에서 개최되는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포켓몬 고> 레이드를 클리어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기도 한다. 나이언틱은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오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주말에 걸쳐 열리는 이벤트가 있다면, 마로니에 공원 등 일부 스폿은 <포켓몬 고>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일부는 <포켓몬 고>의 성공을 단순히 포켓몬스터 IP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인기 있는 IP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보기와 달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는 '양날의 검'에 가깝다. 인기 IP를 원작으로 한 게임은 해당 IP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인기 IP에 대한 기대에 대해 '만족'을 제공해야만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결국 <포켓몬 고>는 포켓몬스터 IP 팬들에게 큰 만족감을 제공하는 데 성공하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언틱은 그들의 개발 원칙과 현실 '땅따먹기' AR게임 <인그레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포켓몬 고> 콘텐츠를 채워 넣었고, 덕분에 유저들에게 '트레이너' 판타지라는 멋진 경험을 제공했다.

▲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트레이너를 꿈꾸기도 했다.

먼저, 유저가 실제 세상을 포켓몬스터 세계관처럼 느껴지도록, 나이언틱은 특정 포켓몬을 일부 지역에서만 나오도록 조정했다. 직접 포켓몬을 잡는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 AR 속 포켓몬을 향해 포켓몬볼을 손가락으로 던진다. 또 <포켓몬 고>는 포켓몬 시리즈에서 있던 체육관, 포켓몬 교환, 포켓몬 대전 등을 차례로 추가했고 포켓몬 종류 역시 4세대까지 나왔다.

이로치 포켓몬(색이 다른 포켓몬), 개체값(CP), 기술도 <포켓몬 고>에 맞게 재해석​하여 '포켓몬 잡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유저들에게 예상치 못한 행복을 주기도 했다. 또 <포켓몬 고> 하드 유저에게는 포켓몬스터를 계속해서 잡아야 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 레이드는 유저들이 모이는 이유가 됐고, 이로치 포켓몬은 유저들이 계속해서 포켓몬을 잡는 동기가 됐다.

실제 지도를 바탕으로 구현된 '포켓스탑'과 수시로 열리는 이벤트는 계속해서 유저를 포켓몬스터 세계에 머물게 만든다. 또 간단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리서치'와 유저가 움직인 거리에 따라 부화하는 알 역시 유저를 지속해서 포켓몬 세계와 연결한다. 이처럼 <포켓몬 고>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현실 속에 있는 유저를 포켓몬 세계에 발을 담그도록 하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라는 점을 부각했다.

물론, 이 모든 콘텐츠의 원동력은 '포켓몬스터'라는 강력한 IP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나이언틱 역시 포켓몬스터를 AR게임이라는 포맷에 맞게 재해석하여 <포켓몬 고>를 말 그대로 '잘 만들었'고, <포켓몬 고>를 통해 현실에서 포켓몬스터를 찾는 유저들에게 트레이너 판타지라는 경험을 확실하게 제공하며 큰 만족감을 제공했다.

 

 

# AR 게임 유저도 해리 포터 팬도 잡지 못한 <해리 포터 : 마법사 연합>

 

하지만, <마법사 연합>은 기대한 모습과 많이 달랐다.​ 오히려 <포켓몬 고>와 유사한 콘텐츠로만 가득 차 있다. 약간 과장해서 <포켓몬 고>에 해리 포터의 탈만 씌우면 되는 '마법사 고' 수준이다.

<마법사 연합>에서 유저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콘텐츠는 '발견물'이다. 유저는 이 발견물에 주문을 걸어 해결하게 된다. 모인 발견물에 따라 보상이나 일부 '비밀'이 해금된다. 해리 포터는 가이드 역할이고, 발견물에서는 론이나 '죽음을 먹는 자'가 가끔 등장하기도 한다. 유저가 해결한 발견물들은 '등록부'에 기록으로 남는다. 

▲ 기시감이 느껴지는 <해리포터 : 마법사 연합> 콘텐츠들

하지만, <포켓몬 고>와 동일한 요소가 너무 많다. '발견물'은 <포켓몬 고>의 '포켓몬'과 역할이 같다. 마법을 부리기 위해 따라 그리는 주문은 포켓몬 볼을 던지는 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등록부'는 '포켓몬 도감', '포트키 포트만토'는 포켓몬 알처럼 걸어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어느 하나 차별점을 찾기가 힘들다.

<마법사 연합>에 있는 '요새'와 '온실', '여관'은 모습만 다를 뿐, <포켓몬 고>의 '체육관'과 '포켓 스탑'이다. 특히, 나이언틱이 유저들의 협력을 통해 클리어할 수 있다는 요새는 여러 유저가 동시에 참여해 같은 대상을 공격하는 <포켓몬 고> '레이드'와 동일하다. 다른 요소는 화면을 날아다니는 연과 올빼미, 그리고 길에서 주울 수 있는 마법 재료들 정도다. 

결국, 마법사의 탈을 쓴 포켓몬 트레이너만이 <마법사 연합>에 있을 뿐이다. 유저는 당연히 <포켓몬 고>와 동일한 콘텐츠로 구성된 <마법사 연합>을 플레이를 할 이유가 적을 수밖에 없다.

▲ 같은 장소에서 촬영. UI마저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해리포터 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해리포터 팬들은 대부분 '머글'을 벗어나 마법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다.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꾸던 포켓몬스터 유저들과 다르지 않다. 만약 <마법사 연합>이 해리포터 팬들의 판타지를 만족시켰다면 게임의 성적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게임 스토리가 원작과 독립적이라는 점도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다. 나이언틱은 "<마법사 연합>의 스토리는 본편과 전혀 상관없다"라고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나이언틱 발언의 취지는 게임의 주인공은 결국 '유저'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리포터 IP의 매력은 소설 내 캐릭터, 그리고 1997년부터 이어져 온 세계관, 강력한 스토리텔링에 있다. IP를 알고 있는 팬이나 게이머 모두를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IP의 설정을 담는 것이 효과적이다. 출시 당시 공개한 트레일러가 주는 기대감, 판타지는 게임에서 찾기 힘들다.

 

 

 

# '마법사 고'를 탈피해야 '해리 포터'가 보인다

 

<마법사 연합>이 해리포터 IP를 게임으로 만든 첫 시도는 아니다. 해리포터 IP와 관련된 게임은 영화 개봉에 맞춰 늘 출시가 됐고, 심지어 2012년에는 <북 오브 스펠>(Book of Spells)라는 AR게임이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타이틀은 큰 흥행에는 실패하며, 해리포터 원작 게임들에 '해리포터의 저주'가 내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큰 흥행은 못 했지만, <북 오브 스펠>은 전용 지팡이도 함께 판매하며 <마법사 연합>보다 더 '마법사다움'을 잘 살렸다.

 

해리포터 게임 중 그나마 2018년 출시한 넷마블의 <해리 포터 : 호그와트 미스터리>가 전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북미 지역 출시와 동시에 구글, 애플 양대 마켓에서 1위를 달성했고, 넷마블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500억이 넘었다.

 

<해리 포터 : 호그와트 미스터리>는 게임성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입학 7년 전에 펼쳐지는 호그와트 이야기를 잘 담아내며 해리포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그레스>에서 시작해 <포켓몬 고>로 이어지는 성공 가도를 타던 나이언틱이지만, 게임을 기대하던 유저들에게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플레이와 콘텐츠 측면에서 충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쓴맛'을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포켓몬 고>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움만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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