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CK 서머가 막을 올렸습니다. 서머 시즌은 월드 챔피언십 진출권이 걸려있는 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정규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히는데요. 전 시즌 우승팀 'T1'을 필두로 승격팀 '팀 다이나믹스'까지 모든 팀이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가 매주 화요일, 한 주간의 LCK를 여러분과 함께 돌아보고자 합니다. 지난주 리그 순위와 챔피언 밴픽을 정리하는 한편, 팬분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선수와 경기 장면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가 함께 만드는 ‘LCK 콘텐츠’를 통해 LCK에 관한 ‘모든 것’을 단물 빠질 때까지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어느덧 서머 시즌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리그 3강도 점차 굳어지는 모양새인데요. DRX는 한화와 다이나믹스 등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을 잡고 1위 자리를 지켜냈고, 담원도 다이나믹스, 아프리카를 완파하고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젠지의 폭주도 눈에 띕니다. 시즌 초만 해도 불안한 모습이었던 젠지는 지난주 아프리카에 이어 난적 T1까지 완파하고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룰러' 박재혁과 '비디디' 곽보성 등 캐리라인은 그야말로 눈부신 경기력을 자랑했습니다.
KT와의 라이벌 매치에서 진땀 나는 역전승을 올린 T1은 젠지 전에서 시종일관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하며 0:2로 완패했습니다. 이에 따라 3강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는데요.
모두가 '난전과 빠른 운영'을 목표로 하는 지금, 다소 의아할 정도로 느림을 지향하는 T1의 스타일은 분명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부분입니다. 특히 지난 다이나믹스 전을 기점으로 T1의 '드러누움'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김정수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눕고 싶어서 눕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었죠.
T1은 지난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한 만큼, 어지간하면 롤드컵 선발전까지는 문제없이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T1의 목표가 '롤드컵 선발전 진출'이 아닌 만큼, 최대한 빨리 팀의 방향성을 확정 지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에 맞게 빠른 움직임을 가져가거나, T1 특유의 색깔을 그들만의 강점으로 밀고 나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셈입니다.
이 중 T1의 선택은 '변화'였습니다. 젠지전에서 꺼낸 미드 니코와 정글 잭스, 미드 아칼리 등은 그간 그들이 보여준 픽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분명 현재 T1은 '과도기'에 놓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코칭스태프와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기를 맞이해도 늘 결과로 증명한 팀이 T1이니까요.
올 시즌 4강권 팀만 만나면 고전하는 아프리카는 예상대로 담원과 젠지에게 완패했고, DRX와 담원을 만난 다이나믹스 역시 체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서포터 '투신' 박종익이 복귀한 KT는 T1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지만, 순위 경쟁 중인 샌드박스를 2-0으로 잡고 급한 불을 껐죠. KT는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살아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볼 여지는 있지만 득실 차이를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샌드박스에도 해당하는 부분이고요.
다른 의미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들만의 멸망전, 한화생명과 설해원의 경기는 한화생명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매치 9연패, 세트 14연패를 끊어낸 한화생명은 '라바' 김태훈 대신 들어온 '미르' 정조빈과 '두두' 이동주 등 신인을 활용해 잔여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남은 일정에서 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설해원은 든든한 모습을 보였던 익수마저 무너짐에 따라 팀 전체가 수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주 일정이 '강팀 판독기' 아프리카와 야마토캐논 감독 합류 후 질주하고 있는 샌드박스임을 감안하면, 연패가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4주 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5주 차 밴픽 구도였습니다.
세트, 볼리베어, 이즈리얼, 트페가 또다시 밴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특히 볼리베어는 90%가 넘는 밴픽률을 기록하고도 57.1%라는 높은 승률을 올리며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주 15번이나 밴당한 트페 역시 돋보였는데요. 특별한 상성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다른 라인까지 스노우 볼을 굴릴 수 있는 만큼 집중 견제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신입 챔피언의 등장도 눈에 띕니다. 상대를 찍어누를 수 있는 픽으로 꼽히는 조이, 그리고 이와 함께 콤비를 이루기 좋은 리 신은 지난주 꽤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DRX, 담원, 젠지 등 탑3 미드라이너 중 조이를 다루지 못하는 선수는 없죠. 이는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포킹 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통통별'과 '헤롱헤롱쿨쿨방울'(이하 쿨쿨방울)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조이는 속도와 빠른 교전이 필수가 된 현 메타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리 신의 폭주도 인상적인데요. 초반 미드라인에 힘을 실어주기 용이한 픽으로 꼽히는 리 신은 르블랑, 조이는 물론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코르키 등과도 좋은 합을 보이며 지난주 6전 전승을 기록했죠.
5주 차 명장면은 신흥 라이벌로 자리 잡은 젠지와 T1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T1만 만나면 홀린 듯 무너졌던 젠지는 이를 악물고 이번 경기에 임했고, T1 역시 정글 잭스와 미드 니코 등 새로운 픽을 선보이며 이에 맞섰죠.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2세트를 지배한 비디디의 조이였습니다.
비디디가 바텀 1차 타워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잡고 빠져나오자, T1의 탑과 정글이 이를 끊어먹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젠지 역시 이를 간파하고 있었는데요. '클리드' 김태민이 비디디를 백업하기 위해 빠르게 이동 중이었을뿐더러, '라스칼' 김광희도 텔레포트를 통해 전장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삽시간에 펼쳐진 3:2 교전, 그 속에서 빛난 건 비디디의 슈퍼플레이였습니다. 자신을 잡기 위해 들어온 카밀에게 '쿨쿨방울'을 맞춘 뒤, 궁극기 '차원 넘기'로 올라프의 접근마저 한 차례 회피하고 '통통별'을 맞춘 것이죠. 최대한 빨리 조이를 마무리하고 상황을 지켜보고자 했던 T1의 큰 그림을 완전히 찢어버린 플레이였습니다.
비디디의 조이는 마치 작두 위를 뛰어노는 듯했다 (출처: LCK 유튜브)
이후 경기는 급격히 젠지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특히 T1이 야심 차게 픽한 미드 니코, 그리고 1세트 카르마와 달리 공격적인 챔피언을 손에 쥔 '칸나' 김창동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함에 따라 또다시 '테디' 박진성만 바라보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죠. 이후 T1이 대지 드래곤 앞에서 킬을 올리기도 했지만, 젠지는 흔들리지 않고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데 성공합니다.
LCK 그 이상을 바라보는 젠지 입장에서 어쩌면 T1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도 같았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이러한 상성 구도를 최대한 빨리 깰 필요가 있었죠. 때문에 젠지 입장에서는 이번 T1전 승리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아직도 앳된 얼굴이지만, 비디디는 데뷔 5년 차에 접어든 중견 프로게이머입니다. 특히 킹존, KT, 젠지 등 여러 소속팀을 오가면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LCK 최고의 미드라이너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죠. 그의 커리어가 돋보이는 건, 우승팀의 주역부터 무너져내리는 하위권 팀의 외로운 에이스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빛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디디는 올해 슈퍼 팀을 결성한 젠지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팀적으로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인데요. 올 시즌 비디디는 전체 픽 중 61%를 '후픽'으로 가져갔습니다. 다시 말해 올 시즌 상대 미드 라이너의 챔피언을 보고 픽하는 경우가 꽤 있었던 셈입니다.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만큼, 비디디는 매 경기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강하게 풀어가야 하는 현 메타는 비디디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비디디는 올 시즌 아지르, 조이, 오리아나, 트페 등 기본 소양에 해당하는 챔피언은 물론 에코와 같은 깜짝 픽도 서슴없이 꺼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서머 시즌 '미드 에코'를 2회 이상 사용한 선수는 비디디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