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만큼, 140개 이상의 수많은 챔피언이 존재합니다. 수많은 유저를 울린 OP(OverPowered) 챔피언도 많았죠. 버그의 왕 '렝가', 라이엇의 딸 '리븐', 포킹메타의 수장 '제이스, 아무리 너프해도 등장하는 '리 신' 등은 OP 챔피언의 대표 사례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레이브즈와 아펠리오스의 존재감은 돋보입니다. 11단 너프의 전설을 써 내려간 것도 모자라, 리메이크 후엔 정글 1티어를 고수하고 있는 그레이브즈와 기록적인 연속 너프를 당하고도 쓸만하다는 평을 받는 아펠리오스는 '너프 한 두 번으로 절대 막을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성능을 가진 챔피언으로 꼽힙니다. 도대체 이 '악마'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그레이브즈는 2011년 10월 19일 출시됐습니다. 어느덧 출시 9년 차에 접어든, 명실상부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베테랑 챔피언인 셈입니다. 당시 그레이브즈는 '충전형 평타' 컨셉으로 인해 정글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지금과 달리, 일반 원거리 챔피언과 동일한 평타 매커니즘을 지닌 원거리 딜러였습니다.
특히 1초마다 추가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10번까지 올려주는 패시브 '진정한 용기'를 활용해 맞으면서 싸우는 컨셉은 '하드보일드함'을 자랑했죠. 또한 당시 그레이브즈는 '산탄 사격'을 통한 강력한 라인 푸쉬와 근거리 누킹은 물론, 궁극기 '무고한 희생자'로 광역 딜링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딜러였습니다.
이후 그레이브즈는 패시브, 공격 사거리, 연막탄 범위까지 너프 당하며 본격적인 '암흑기'에 접어듭니다. 커뮤니티에서 간혹 언급되는 11단 너프까지는 아니지만, 약 7번 정도의 직접 너프를 당한 셈이죠. 물론 이를 가여이 여긴 라이엇이 시즌 4에서 그레이브즈의 기본 방어력과 스킬 피해량 등을 버프하긴 했지만, 연속 너프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긴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레이브즈는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는 늙은이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리고 2015년 11월 11일, 그레이브즈는 프리 시즌을 맞아 진행된 원거리 딜러 개편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됩니다. 기존의 평범한 평타 대신 부채꼴 형식에 넉백효과를 주는 '충전형 산탄'이 기본 공격으로 탑재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넉백효과를 지닌 평타와 광역 딜을 뿜어내는 '화약 역류'는 그레이브즈에게 빠른 정글링 속도를 선물했는데요. 때문에 그레이브즈는 '정글러'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통해 다시 한 번 날아오르게 됩니다. 이는 솔로 랭크 성적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그레이브즈는 리메이크 이후 꾸준히 49%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적은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글 그레이브즈는 23일 기준, 13.54%의 높은 픽률에도 불구하고 50.50%의 승률을 기록하며 범용성 높은 챔피언으로 사랑받고 있죠.
하지만 대회에서는 조금 다른 모양새입니다. 2020 LCK 서머, 그레이브즈의 성적은 5주 차 기준 1승 15패로 굉장히 저조합니다. 이는 그레이브즈가 처음부터 스노우볼을 굴려야 하는 챔피언인 만큼 대회에서 다루기엔 다소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해외 리그에서도 그레이브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LPL에서는 점멸 대신 점화를 선택한 그레이브즈가 등장하기도 했죠. 향후 그레이브즈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듯합니다.
아펠리오스는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5개의 무기를 소유한 독특한 컨셉의 챔피언입니다.
때문에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특히 라이엇이 대놓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복잡한 챔피언"이라고 언급했을뿐더러, 챔피언 기본 가이드를 여러 번 읽어달라고 거듭 강조할 정도로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진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펠리오스는 복잡한 스킬 구성으로 인해 출시 직후 승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출시 4일 만에 승률 47%를 기록합니다. 이는 유저들이 숙련도를 올리지 않더라도, 아펠리오스의 기본 스킬 데미지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죠. 결국 라이엇게임즈는 핫픽스 패치를 통해 '화염포'를 너프하게 됩니다.
아펠리오스는 그레이브즈와 아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버프 없이 너프만 당하는 비련의 챔피언이 돼버린 것이죠. 하지만 너프 한 두번으로는 아펠리오스를 막을 수 없었는데요.
특히 이미 한 차례 너프한 화염포의 광역 딜링은 맞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니 이게 챔피언이냐'라는 말을 끌어낼 만큼 강력했습니다. 이후 아펠리오스는 10.14 패치에서도 너프되며 '마침내' 원거리 딜러 챔피언 승률 16위(48%)까지 내려앉았고, 극강의 OP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10.1 패치, 아펠리오스는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당시 챌린저 구간 아펠리오스 승률은 56%를 초과했고 아이언, 브론즈 구간 역시 50%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죠.
반면 스킬 전반이 너프된 10.6 패치에서는 모든 구간에서 아펠리오스 승률이 크게 추락했습니다. 특히 10.1 패치 기간 56%의 승률을 기록했던 챌린저 구간마저 47%대까지 추락했죠. 전체 승률은 48.6%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점차 '너프된' 아펠리오스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또다시 승률을 끌어올렸습니다. 단적인 예로, 10.11 패치 기간 아펠리오스 전체 승률은 49.5%까지 올라갔습니다. 이후 아펠리오스는 누적된 너프의 영향으로 대부분 구간에서 50% 이하의 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이상 구간에서는 평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중이지만요.
이러한 흐름은 대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전보다 선호도는 줄어들었을지언정, 계속해서 밴픽창에 얼굴을 나타내며 원거리 딜러 1~2티어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 LCK 서머 5주 차 기준, 아펠리오스는 밴픽률 59%, 승률 60%를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라이엇은 23일 진행된 10.15 패치를 통해 '반월검 파수탑' 활성화 범위를 너프하는 한편, '화염포'와 루난의 허리케인 시너지를 줄이는 너프를 단행했습니다. 과연 아펠리오스가 이러한 너프마저 딛고 일어나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네요.
이 외에도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다 너프로 인해 사라진 챔피언은 차고 넘칩니다. '모든 공격 스킬'이 한 번에 너프되며 갈 곳을 잃은 다이애나와 엄청난 전투력으로 상대 정글러의 갱킹 마저 억제한 리메이크 전 다리우스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지금도 많은 챔피언이 솔로 랭크와 대회에서 성능을 뽐내다가 너프와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메타의 순환이라는 큰 그림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상황에 따라 '모든 챔피언이 활약할 수 있는' 황금 밸런스가 찾아오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