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를 대표해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출전할 팀이 가려졌다. 바로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한 담원, 가장 먼저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은 DRX, 선발전 최종 라운드를 승리한 젠지다. 이들은 4년 만의 롤드컵 탈환을 위해 오는 11일(담원)과 18일(DRX, 젠지) 중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2017년 이후 LCK는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LCK에는 '1부리그'라는 말 대신, '도전자'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그리고 올해 LCK는 또 한 번 롤드컵 탈환에 도전장을 내민다. 담원, DRX, 젠지 등 팀별 서머 시즌을 간단히 돌아보는 한편, 각종 수치를 통해 LCK가 롤드컵에서 어떤 경기를 펼칠지 전망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스프링 시즌: 9승 9패(5위), PO 1R 탈락
서머 시즌: 16승 2패(1위), 우승
2020년 담원은 팀 창단 후 가장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 스프링 시즌 초반 다소 휘청거렸지만 '고스트' 장용준 영입 후 차츰 안정감을 찾으며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담원은, 서머 시즌 들어 '폭주'했다.
서머 시즌 담원의 세트 전적은 34승 5패로 그 승률은 무려 87.1%에 달한다. 이는 역대 LCK 팀 중 가장 높은 승률에 해당한다. 또한 담원은 이번 서머 시즌을 통해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15 SKT T1이 갖고있는 최다 득실차 1위(+29)와 타이를 이루기도 했다. 많은 관계자가 서머 시즌의 담원을 두고 2015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호령했던 SKT T1이 연상된다고 입을 모아 극찬한 이유다.
담원이 이토록 눈부신 경기력을 뿜어낼 수 있었던 건 탑부터 서포터까지 모든 선수들이 '캐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 '너구리' 장하권, '쇼메이커' 허수 등 기존 캐리 라인이 기량을 유지한 가운데 다소 기복 있었던 '캐니언' 김건부와 '베릴' 조건희까지 폼을 찾으며 팀 전체가 고점을 찍은 것이다. 고스트 역시 침착하게 자기 기량을 과시하며 힘을 보탰다.
모든 선수가 캐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즉,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대처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담원의 지표를 살펴보자.
담원은 LPL, LEC 1시드 팀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특히 전령 획득률과 바론 획득률은 롤드컵 메이저 지역 참가팀 중 유일하게 75%를 웃돌았다. 탑-정글-미드로 이어지는 강력한 상체의 힘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전령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또한, 이를 토대로 빠르게 타워를 파괴하고 골드를 획득한 만큼 '15분까지의 골드차이'도 무려 3,000대에 달한다. 수치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서머 시즌의 담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뽐냈는지를 새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러한 숫자만으로 담원이 LPL, LEC 1시드 팀을 압살한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LPL 1시드 팀 TES는 369, 카사, 나이트, 재키러브 등을 앞세워 2020 스프링 준우승, MSC 우승, 서머 우승 등을 차지했다. LPL의 2020년을 상징하는 팀으로 꼽아도 무방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또한, G2는 '캡스'와 '퍽즈'가 포지션을 맞바꾸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었다. 따라서 서머 시즌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어코 결승에서 프나틱을 완파하고 롤드컵에 진출했다. 만약 담원이 롤드컵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높은 확률로 TES나 G2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공격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담원의 스피드가 메이저 지역 상위 팀들에게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스프링 시즌: 14승 4패(3위), PO 2R 탈락
서머 시즌: 15승 3패(2위), 준우승
DRX는 올해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김대호 감독이 영입되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는 듯했지만, '그리핀 파문'의 여파는 뼈아팠다. 결국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를 제외한 나머지 라인을 신인 선수들로 채워야 했다. 그나마 '도란' 최현준이 있긴 했지만 그 역시 아직 신인에 불과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DRX는 올 한 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스프링 시즌, 바텀과 미드의 강력함을 앞세운 DRX의 파괴력은 많은 이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서머 시즌에 접어들자 '데프트', '케리아' 김민석 바텀 듀오의 폼이 급격히 떨어지며 DRX의 승리 공식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DRX는 서머 시즌 내내 쵸비의 캐리력에 의존하며 위태로운 순위 싸움을 이어갔다.
이후 DRX는 천신만고 끝에 젠지와 펼친 PO 2라운드를 승리하고 롤드컵 티켓을 따냈지만, 여전히 쵸비에 의존하는 승리 공식을 떨쳐내지 못했다. 해당 경기가 쵸비의 눈부신 기량을 확인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바텀 듀오의 폼 저하 또한 여지없이 드러난 셈이다.
물론 부정적인 요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즌 전 많은 이의 우려를 샀던 도란과 표식 '홍창현'은 착실히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PO 2라운드에서는 바텀 듀오가 흔들리는 와중에 꾸준히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팀 승리의 주춧돌 역할을 해냈다. 따라서 바텀 듀오가 조금만 폼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DRX는 롤드컵에서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DRX와 LPL, LEC 2시드 팀 간의 지표 차이는 얼마나 될까. 담원이 '압도'했던 1시드 팀 간 지표에 비하면, 2시드 팀들은 '비교적' 엇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격차가 다소 벌어진 팀이 있다. 바로 LEC 2시드를 차지한 프나틱이다. DRX와 JDG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양 팀의 바론 획득율 차이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평균 게임 시간도 비슷하다.
반면, 프나틱은 모든 항목에서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바론 획득율은 LPL, LEC, LCK 롤드컵 참가팀 중 유일하게 30%대에 불과하다. 평균 잃은 타워 개수 역시 6.4개로 가장 좋지 않은 편이다. 이는 2020년, 특히 서머 시즌 들어 LEC 전체가 겪고 있는 부진과 맞물리며 현지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 LPL, LCK 해설을 맡고 있는 'TEDDY ZEYUAM'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LCK가 LEC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JDG는 LPL 1시드 TES와 함께 가장 경계해야 할 팀으로 꼽힌다. JDG는 올해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결승에 올랐을 만큼 빼어난 경기력을 자랑한다. 특히 원거리 딜러 '로컨' 이동욱을 필두로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이 만들어내는 변수는 시종일관 상대 팀을 위협한다는 평가다. 또한, 2020 스프링 결승 MVP를 차지하는 등 중국 최고의 서포터로 꼽히는 'LvMao'의 활약 역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DRX가 상위 라운드에서 JDG를 만날 경우, 로컨-LvMao 듀오와의 바텀 맞대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텀 싸움이 한 쪽으로 크게 기운다면, 전반적인 경기가 속절없이 기울 가능성도 크다.
스프링 시즌: 14승 4패(1위), 준우승
서머 시즌: 14승 4패(3위), PO 2R 탈락
젠지 주영달 감독대행은 롤드컵 선발전 최종 라운드를 승리한 뒤, "직행하지 못해 아쉽다"라는 발언을 했다. 그만큼 올해 젠지는 큰 기대를 안고 시즌에 돌입했다. '비디디' 곽보성, '클리드' 김태민 등 스타급 선수를 대거 영입한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젠지는 스프링 시즌 결승에서 허무하게 패배했고, 서머 시즌은 아예 결승에 오르지도 못한 채 선발전에서 혈투를 펼쳐야 했다.
다만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전체적인 라이너의 기량이 아주 좋았다는 점이다. '라스칼' 김광희는 기복 없는 모습으로 항상 제 몫을 해줬고, 비디디는 2020 스프링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는 등 팀의 기둥 역할을 수행했다. 젠지의 핵심으로 꼽히는 '룰러' 박재혁과 '라이프' 김정민 바텀 듀오는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폭발적인 경기력을 뿜어냈다.
다만, 젠지는 시즌 중 유독 '다급해지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던 팀이다. 즉,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의아한 판단으로 인해 경기를 내준 경우가 잦았던 셈이다. 때문에 젠지가 이러한 부분을 조금만 보완할 수 있다면, 분명 기대하고 있는 성과 그 이상을 올릴 수도 있다. 선수 구성이 워낙 좋은 데다가, 담원과 마찬가지로 캐리롤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은 메이저 지역 3시드 팀의 지표를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EC 3시드 '로그'의 지표다. 로그는 15분까지 골드 차이(1298)는 물론 첫 타워 파괴 확률도 72%로 준수하다. 바론 획득율도 73%에 달한다. 이는 LCK를 제외한 팀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평균 경기 시간은 34분으로 상위 리그 팀 중 가장 낮다.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갖고 있지만, 운영이 아쉽다는 세간의 평가가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젠지는 훌륭한 시즌을 치른 만큼 좋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담원에 이어 2번째로 빠른 경기 시간(31분)을 기록함은 물론 전령 획득률(72.10%), 첫 타워 파괴확률(74.40%) 등 대부분 항목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롤드컵 기간 사용될 10.19 패치에 비디디의 주력 카드가 다수 너프된다는 것이다. 아지르는 W 스킬의 공속 증가 패시브가 감소하며, 트페는 기본 이동 속도가 너프됐다. 이는 올 시즌 아지르(12회), 트페(5회)를 주력 카드로 사용한 비디디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시비르, 베인, 아펠리오스 등 원딜 챔피언이 버프 된다는 점은 젠지에겐 다행스러운 부분. 특히 룰러의 캐리력이 절정에 오른 만큼, 바텀에 힘을 실어주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젠지가 롤드컵에서 로그, 수닝을 만날 경우 경기 초반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로그와 수닝이 선수들의 피지컬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나 운영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젠지 선수들의 라인전은 결코 약하지 않다. 따라서 초반 라인전을 큰 손해 없이 넘길 수 있다면, 그리고 '특정 시점에 다급해지는' 젠지 특유의 약점을 개선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것이다.
LCK가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실패'했던 건, 2018 MSI였다. 당시 RNG와 맞붙은 킹존은 3-1로 분패했고, 이를 지켜본 기자는 킹존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실수'해서 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롤드컵을 통해 완전히 무너졌다. IG를 필두로 한 LPL은 빠른 템포로 경기를 풀어갔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싸움을 열며 LCK를 압박했다. 그렇게 LCK는 '정답'에서 멀어졌다.
2019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그리핀, 담원 등 새로운 팀이 등장한 데다가 전통의 강호 T1이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리그를 휩쓴 만큼, LCK 팬들은 자연스레 왕좌 탈환을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MSI, 롤드컵 4강 탈락이었다. 심지어 롤드컵 4강에 진출한 팀은 'T1'이 유일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LCK는 시즌 중반 개최된 MSC를 통해 LPL에 설욕을 꿈꿨지만, 젠지를 제외한 3개 팀이 모두 탈락하며 분노를 곱씹어야 했다. 또한, 젠지마저 TES에게 0-3으로 완패한 만큼 팬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물론 MSC 이후 LCK의 전반적인 흐름이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왕좌를 찾아올 준비가 됐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오랜 팬 입장에서 2020년은 정말 중요한 해다. LCK는 수년간 고집해왔던 '실수하지 않으면 이긴다'는 마인드를 내려놓고 시대의 흐름을 타며 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담원, DRX, 젠지는 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부디 올해는 롤드컵 결승전에서 기쁨과 환희의 GG를 외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고 기분 좋게 롤드컵 우승팀 스킨을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