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를 보시는 분이라면 협곡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오브젝트'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 겁니다. 특히 경기 후반 3번째, 4번째 드래곤을 두고 펼쳐지는 싸움은 다양한 버프를 제공하는 '드래곤의 영혼'을 걸고 펼쳐지는 만큼 긴장감이 배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솔로 랭크에서도 이러한 오브젝트를 둘러싼 싸움은 항상 치열합니다. 오브젝트가 부여하는 버프를 통해 게임을 유리하게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오브젝트가 '승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만약 그렇다면, 수많은 오브젝트 중 가장 승률이 높은 항목은 무엇일까요? 오피지지가 제공한 데이터를 통해 미신 같은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쳐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으며,
본문에 사용된 데이터는 10.18 패치로 진행된 4,666,235건의 게임을 기반으로 합니다.
소환사의 협곡에는 게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3종류의 오브젝트가 있습니다.
경기 초반 바론 둥지 쪽에 생성, 획득 시 포탑 방패를 손쉽게 채굴할 수 있는 '협곡의 전령'(이하 전령), 영혼과 연결되어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드래곤', 경기 중후반을 결정짓는 '바론'은 협곡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한층 치열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오브젝트들은 승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오브젝트 획득은 승률에 꽤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협곡의 전령, 드래곤, 바론은 고유의 버프를 통해 해당팀에 이로운 효과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어떤 오브젝트건 일단 챙겨놓기만 해도 어느 정도 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게 높은 승률을 보이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바론과 장로 드래곤인데요. 게임 중 해당 오브젝트를 처치하고 버프를 얻은 팀의 평균 승률은 무려 81%입니다.
바론과 장로 드래곤은 협곡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오브젝트로 꼽히는데요. 바론의 경우, 처치한 팀에게 '남작의 도움'이라는 버프를 제공합니다. 이 버프는 해당 팀 챔피언의 물리 대미지, 마법 대미지를 올려줌은 물론 버프를 지닌 챔피언 주변 미니언을 강화해주죠. 또한, 장로드래곤은 포탑 이외의 대상을 공격할 때 고정 피해를 입히며 체력 20% 이하인 적을 즉시 처형하는 버프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바론과 장로 드래곤은 다양한 버프를 제공하는 핵심 오브젝트인 만큼, 이를 획득한 팀에게 높은 승률을 안겨줬습니다.
이에 비해, 전령이나 첫 번째 드래곤 획득시 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승률 65%는 여전히 준수한 수치긴 하지만, 풍문처럼 들려오는 '첫 번째 전령과 드래곤의 중요성'에 비하면 다소 저조한 숫자입니다.
사실 첫 번째 드래곤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건 이미 프로 경기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부분입니다. 드래곤의 영혼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3번째 드래곤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줘도 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일반 게임에서까지 활용되고 있으니까요.
이는 전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령을 처치한 팀은 이를 활용해 포탑이나 억제기에 현재 체력에 비례한 고정 피해를 입힐 수 있죠. 따라서 전령은 상체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면 잡는게 좋다는 평을 받긴 하지만, 설령 상대에게 내주더라도 승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 전령 획득시 승률은 바론이나 장로 드래곤의 그것에 비하면 다소 낮은 편입니다.
다만 눈에 띄는 건 전령을 2회 처치할 경우 승률이 무려 10% 이상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전령을 활용해 타워를 빠르게 철거하고 운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강점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이네요.
소환사의 협곡에 등장하는 '드래곤'들은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드래곤은 각각 화염, 대지, 바람, 바다 등으로 나뉘어 원소에 따라 획득팀에게 다양한 효과를 부여하죠. 또한 네 번째 드래곤을 처치하면 해당 드래곤의 '영혼'을 획득해 조금 더 강력한 버프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는 드래곤의 영혼은 승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먼저 데이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드래곤의 영혼을 획득한 팀이 기록한 승률은 무려 90%에 육박합니다. 특히 가장 승률이 낮은 '바람 드래곤의 영혼'마저 88.7%의 수치를 기록한 만큼, 영혼을 차지면 십중팔구는 이긴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사실 소환사의 협곡에서 어느 한 팀이 드래곤을 4번이나 차지했다는 건, 어느 정도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흐름을 내주고도 드래곤의 영혼을 얻는 팀이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사례입니다. 따라서 드래곤의 영혼을 획득한 것이 약 90%의 승률로 이어진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적 챔피언에게 피해를 입히면 체력과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바다 드래곤의 영혼'이나 3초마다 기본 공격과 스킬에 광역 폭발 효과를 부여하는 '화염 드래곤의 영혼'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유저들의 '편견'과는 크게 다른 데이터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수치를 확인해보면 '바다 드래곤의 영혼'이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건 '편견'과 동일하지만, 승률 2위에 오른 건 아군에게 보호막을 입히는 '대지 드래곤의 영혼'이었습니다. 그 뒤를 '화염, 바람 드래곤의 영혼'이 잇고 있죠. 어떤 드래곤의 영혼이건 획득하기만 하면 높은 확률로 승리할 수 있는 셈입니다.
번외로 양 팀의 '드래곤 갯수 차이별' 승률 데이터도 살펴봅시다.
예상과 조금 달랐던 드래곤 영혼별 승률과 달리, 드래곤 갯수 차이별 승률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상대보다 드래곤을 많이 획득하면 할수록 승률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죠. 특히 상대에 비해 드래곤을 3, 4개 더 차지할 경우, 승률은 93%에 달합니다. 소위 지려야 질 수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이죠.
협곡에 등장하는 드래곤들은 해당 팀이 드래곤의 영혼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원소에 따라 소소한 버프를 부여합니다. 따라서 상대보다 3개 많은 드래곤을 처치했다는 건, 최소한 3개의 버프를 지닌 상태로 게임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상대와의 드래곤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승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은 '줄건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불리한 흐름에서 무리하게 오브젝트를 욕심내지 말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뜻인데요. 이는 본인이 생각한 확실한 타이밍이 오기전까지는 수동적으로 움직였던 LCK를 대표하는 '밈'처럼 쓰인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팀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오브젝트 격차가 벌어질 때마다 승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이죠. 물론 합을 맞추고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프로 경기의 경우, 전략적으로 3용까지 기다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 성향이 강한 솔로랭크와 일반게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말해 상황이 조금 불리하더라도, 공격적으로 오브젝트 싸움에 도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는 것이죠.
숨 가쁘게 협곡을 뛰어다닐 소환사 여러분. 오늘만큼은 드래곤, 전령, 바론 등 오브젝트 쪽에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와드를 설치하고 동선을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분명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티어로 가는 길도 한결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