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152번째 챔피언 '세라핀'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차갑습니다. 세라핀은 '소나와의 유사성'과 호불호 갈리는 캐릭터 모델링은 물론, 룬테라 세계관과 다소 동떨어진 듯한 컨셉으로 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심지어 몇몇 유저들은 '세라핀 보이콧'까지 선언하는 등 격렬히 거부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라핀이 <리그 오브 레전드> 정식 서버에 출시된 지도 1주일째. 과연 세라핀은 솔로랭크 천상계 구간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까요? 직접 플레이해본 세라핀에 대한 생각과 오피지지가 제공한 통계자료를 통해 세라핀의 솔로랭크 현황을 정리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직접 플레이해본 세라핀은 소나보다 다른 챔피언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바로 '니코'입니다. 물론 음악을 사용하는 세라핀의 컨셉이나 넓은 범위의 군중 제어기 '앙코르' 등 소나와 유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니코와의 공통점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세라핀의 '고음'은 투사체를 발사해 피해를 입히는 공격 스킬인데요. 이는 니코의 '꽃망울 폭발'과 매우 유사한 구조입니다. 다만, 니코의 스킬은 투사체가 땅에 떨어지는 즉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세라핀의 '고음'은 가운데에서 조금씩 외곽으로 퍼진다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세라핀의 '비트 발사' 역시 투사체를 통해 일직전 상에 있는 적을 둔화 또는 속박할 수 있는 만큼, 니코의 '칭칭 올가미'와 비슷합니다.
세라핀을 두고 '소나 MK2'라기보다, 소나와 니코의 장점을 뽑아서 버무린 듯한 느낌이 든 이유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세라핀의 스킬 구성이 꽤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솔로 라이너'로 쓰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이는 세라핀이 사용하는 '공격 스킬'의 투사체가 매우 느리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세라핀의 공격 스킬들은 모두 상대를 맞춰야만 의미가 있는 투사체 형태입니다. 따라서 투사체가 느리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게 이렇다 할 대미지를 넣을 수 없다는 걸 뜻하죠. 실제로 세라핀을 플레이한 기자 역시 게임 내내 좀처럼 상대에게 스킬을 맞추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물론 향후 세라핀이 어떤 방향으로 연구, 활용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최소한 현시점에서 세라핀을 솔로 라이너로 활용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물론 세라핀은 위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팀 파이트에서 극강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인데요. 여러 명이 엉켜서 싸우는 대규모 한타는 세라핀의 '놀이터'와 같습니다. 여러 스킬이 정신없이 엉키는 구도가 펼쳐진다는 건, 그만큼 세라핀의 스킬을 피하기 어렵다는 걸 뜻하죠. 게다가 세라핀은 광역 군중 제어기 '앙코르'와 아군을 보조할 수 있는 쉴드, 회복 스킬도 갖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팀 파이트에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홀로 라인에 세우긴 어렵지만, 한타는 굉장히 좋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에겐 낯설지 않은 문장인데요. 이는 주로 '성장하지 못해도 다양한 유틸성 스킬을 통해 1인분을 할 수 있는 서포터 챔피언'들에게 따라붙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세라핀을 '미드'로 공표한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흐름은 플래티넘 이상 솔로 랭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피지지가 제공한 10.22 버전 솔로 랭크 데이터에 따르면 세라핀은 현재 미드(9.47%)보다 서포터(90.53%)로 훨씬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세라핀을 미드 라이너로 소개한 라이엇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흐름입니다.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봅시다. 먼저 미드 세라핀은 5일 기준, 46.52%의 승률과 0.96%의 픽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드 라인으로 분류된 51개 챔피언 중 사실상 최하위에 해당합니다.
물론 세라핀이 출시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만큼,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숫자 자체를 두고 '낮다'는 걸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신규 챔피언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높은 픽률을 기록한다는 걸 감안하면, 1%가 채 되지 않는 '미드 세라핀' 활용도는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건 미드 세라핀의 '게임 길이별 승률'입니다.
40분까지 승률 4~50%대에 머물렀던 미드 세라핀 승률은 40분을 넘어가면서부터 52.58%까지 상승하는데요. 이는 미드로 분류된 52개 챔피언 중 13위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팀 파이트에 적합한 세라핀'의 색깔이 잘 드러난 부분입니다.
반면, 서포터로 출전한 세라핀은 미드에 비하면 제법 양호한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승률(48.57%)도 미드에 비해 높을뿐더러 픽률(9.21%) 역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죠.
세라핀 서포터에 대한 '룬 연구'도 눈에 띕니다.
현재 세라핀 서포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가장 많이 택한 룬은 '콩콩이'인데요. 콩콩이는 상대를 공격할 경우 추가 피해를 입히고 아군에게 스킬을 사용하면 보호막을 씌워주는 룬으로, 견제 또는 유틸형 서포터가 가장 흔히 선택하는 룬입니다. 실제로 세라핀 서포터 유저의 48.69%가 콩콩이를 택하기도 했죠.
조금씩 입지를 넓히고 있는 룬도 있습니다. 바로 아군을 위한 보호막을 생성하는 '수호자'인데요. 수호자는 콩콩이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세라핀 서포터 유저(픽률 10.59%)가 선택한 룬이기도 합니다.
이는 세라핀의 '느린 투사체'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세라핀이 사용하는 스킬의 투사체 속도는 매우 느린 편입니다. 그만큼 상대를 맞추기도 어렵죠. 따라서 세라핀은 2 대 2로 펼쳐지는 바텀 라인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보호막 셔틀'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적지 않은 셈입니다.
따라서 유저들은 콩콩이보다 상대적으로 팀에 기여하기 쉬운 '수호자'를 택하는 빌드를 연구하는듯합니다. 실제로 수호자를 택한 세라핀 서포터는 51.51%이라는 '유의미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죠. 대표적인 '짤짤이 서포터'로 꼽히는 럭스가 수호자 룬을 활용해 각광받았던 것과 비슷한 흐름입니다.
번외로, 많은 유저가 세라핀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던 소나의 지표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소나는 오피지지에서 서포터로 분류된 39개 챔피언 중 7위에 해당하는 승률(52.0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픽률(1.23%)이 아주 낮아서 속칭 '장인 챔피언'화 된 듯한 느낌이지만, 눈에 보이는 승률 자체는 굉장히 인상적이죠. '성배-향로-구원'을 올리는 소나의 핵심 아이템 빌드와 '서포터 세라핀'의 빌드가 완전히 똑같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과연 라이엇은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요. '미드'로 활용되길 바라며 만든 챔피언이 상대적으로 서포터에서 좋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소나 MK2'라는 별명이 붙은 캐릭터가 정작 소나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라이엇 입장에서도 속이 쓰릴 만한 부분일 겁니다. 몇몇 유저로부터 '세라핀 서포터 할 바엔 소나 하고 말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네요.
분명 세라핀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이 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함이건, 자신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건 말이죠. 그간 적지 않은 신챔피언의 위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 것 역시, 세라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요소입니다.
프리시즌이 코앞에 다가온 것도 세라핀에겐 호재일 수 있습니다. 2021 프리시즌은 신화급 아이템이 추가되고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가 크게 바뀌는, 그야말로 '초대형 패치'입니다. 이 패치가 세라핀에게 어떻게 적용될지도 지켜봐야 하겠죠. 또한 얼마 전 라이엇이 세라핀을 서포터가 아닌 미드로 활용할 수 있게 패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세라핀이 처한 상황이 크게 바뀔 여지는 충분합니다.
세라핀은 그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출시된 챔피언 중 이토록 큰 관심을 받은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향후 세라핀이 솔로 랭크를 통해 어떤 수치를 기록할지, 유저들이 어떤 식으로 세라핀을 분석해 활용할지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과연 세라핀은 부정적인 팬심을 극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