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유영준 필자는 동남아시아 역내 정치, 경제 흐름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2016년 홀로 베트남으로 떠났던 그는 코로나19로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호치민에서 오래도록 현지 분위기를 읽었다고 한다.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는 자신이 보고 경험한 베트남의 모습, 한국에서 잘 전해지지 않은 현지 뉴스를 브런치 '요즘 베트남'에 남겨왔다.
유영준 필자는 게이머이며, e스포츠의 광팬이다. 그가 베트남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당연 게임과 e스포츠의 열광적인 인기였다. 매주 수요일, 그가 베트남에서 보고 들은 게임 이야기를 디스이즈게임에 싣는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2016년부터 올해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생활했다.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한국에서 알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아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4년 동안 현지에서 느꼈던 점을 브런치 '요즘 베트남'에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베트남 소식을 계속 보고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게임과 인터넷 방송을 좋아한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즐길거리가 없을 거라 걱정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었으며 모름지기 'e스포츠의 종주국' 아닌가? 베트남에서는 먼 한국 소식이나 지켜볼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베트남은 한국만큼이나 게임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베트남의 인터넷이 느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도시는 전혀 느리지 않다. 물론 한국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베트남의 인터넷 환경은 꽤 좋다. 필자가 지냈던 호치민에서는 이미 4G가 상용화된지 오래다.
스피드테스트(SpeedTest)의 자료를 보면, 베트남의 고정 광대역(Fixed Broadband) 속도는 57.84Mbps로 세계 60위, 모바일 네트워크 속도는 33.18Mbps로 세계 64위를 기록 중이다. 빠른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아예 즐기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고정 광대역은 호주, 인도보다 모바일 네트워크는 멕시코, 러시아보다 빠르다.
물론 해저 케이블 상태가 좋지 않아 랜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의 속도는 종종 느려지기는 한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는 편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베트남은 구멍가게부터 식당, 카페, 편의점까지 가게란 가게는 전부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한다. 가게에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고 답하는 건 일상이다. 카페에서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젊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벽을 아예 게임 포스터로 붙여놓고 모바일 게임 전용 카페처럼 홍보하는 곳들도 있다.
베트남의 데이터 요금은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이들의 소득 수준에서 그 요금은 비싼 편이다. 베트남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중에는 2G 폴더폰으로 문자와 통화를 하고, 스마트폰은 와이파이만 잡는 공기계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더라도 이동 시에는 데이터를 끄고 와이파이 지역에서만 데이터를 켜는 사람도 많다.
베트남의 PC방은 십수 년 전부터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도시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쓴다. 베트남의 모바일 보급률은 148%에 달한다. 컴퓨터는 없어도 스마트폰은 다들 가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PC방에 가도 모바일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는 돼도 PC 사양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앱플레이어를 이용해 친구들과 <왕자영요>(현지명은 Lien Quan)나 <배그 모바일>을 PC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게임이 요즘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많은 게임이다. <롤>과 <배그>라니 한국과 비슷하다. 그리고 라이엇게임즈가 <와일드리프트>로 텐센트의 <왕자영요>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 이 주제는 다음에 보다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한류는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다. 드라마나 케이팝도 널리 보급됐지만, 베트남 남자들에게 한류란 손흥민과 페이커로 대표된다. 박항서 감독이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국민 영웅의 반열에 있기에 빼고. 베트남 현지인과 친해지고 싶다면 "두유노 박항서?"를 한 뒤에 손흥민 이야기를 해보시라.
베트남 젊은이들은 페이커에 대해 제법 잘 알고 있다. 그의 커리어는 물론 요즘의 실력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외우고 있다. 그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e스포츠의 상징이고, 베트남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까 손흥민 이야기가 잘 안 먹힌다면, 페이커 이야기를 꺼내보시라.
<롤> 프로경기는 베트남에서도 큰 인기다. 호치민 푸미흥 지역에 전용경기장도 있고, 작년부터 독립리그도 발족시켰다. VCS(Vietnam Championship Series)는 국제 경기에서 성적도 좋고 인기도 많다. 지난달 롤드컵 결승에 진출한 중국 쑤닝의 정글러 SofM이 베트남 출신이다.
한국인들도 VCS에 많이 진출했다. T1의 프로핏(김준형)이 팀플래시에 진출해 내년 스프링시즌부터 선수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인철 감독은 2018년부터 세르베로스를 맡고 있다. VCS의 성장세는 아주 빠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리그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게임을 방송하는 스트리머의 규모도 늘고 있다. 최근엔 이들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회사들도 등장했는데 그중에 규모 있는 MCN '크리에이토리'는 한국인이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꽤 오래전부터 많이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을 '기회의 땅'처럼 보고 있다. 실제로 몇몇 사람들의 비엣나미즈 드림(Vietnamese Dream)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인기에 비해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게임과 e스포츠의 문은 굉장히 빠르게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이미 한국은 이 문을 열심히 드나들고 있다. 필자가 박항서 다음은 페이커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2002년 히딩크 사단의 코치들이 최근 대거 베트남 축구에 합류하고 있다. 'e스포츠 한류'도 그저 소비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씬을 형성할지도 모른다.
베트남에도 직접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현지에 게임 개발 아웃소싱 업체만 있는 것으로 아는 이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개발자들이 흥행의 꿈을 안고 게임을 개발 중이다. 일례로 퓨디파이가 극찬한 <플래피버드>도 베트남에서 나왔다.
코로나19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필자는 요즘 시간이 많다.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에 이런 '요즘 베트남' 이야기를 기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