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는 명실상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입니다. 맵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미드 라이너들이 초반 소규모 교전, 로밍, 오브젝트 싸움 등 다양한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미드 라이너들의 주도권 다툼은 게임의 승패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격전지'로 꼽히곤 합니다.
덕분에 미드 라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부터 가장 캐리하기 좋은 포지션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황족 미드'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돈데요. 그만큼, 미드 라이너의 역사도 무척 눈부셨죠. 화려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미드 라인'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객원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초창기 미드 라인은 마법 대미지(이하 AP)를 갖고 있는 '메이지' 챔피언들의 무대였습니다.
AP 챔피언들이 미드 라인으로 향한 건, 미드 라인이 가진 특성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미드는 다른 라인보다 길이가 짧아서 미니언들이 더 빨리 라인에 도착합니다. 자연스레 경험치도 더 빨리 획득할 수 있죠. 또한, 빨리 라인을 밀고 교전에 합류해야 하는 미드의 특성상 다양한 스킬로 미니언을 지울 수 있는 AP 메이지 챔피언들은 미드 라인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드 라이너들은 '정글'로 눈을 돌렸습니다. 일정 시간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블루 버프'를 차지해 마나를 수급함은 물론, 미드 라인뿐만 아니라 정글 몬스터까지 사냥해서 캐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었죠. 당시 정글 몬스터들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전략이었습니다.
따라서 '블루 버프'를 손에 넣은 메이지 챔피언들은 라인을 빠르게 민 뒤 정글 몬스터도 사냥하기 시작했고, 유저들은 이를 '더티 파밍'(Dirty Farming)이라고 불렀습니다. 라인을 빨리 밀 수 있고, 더티 파밍에 능한 데다 성장 기대치까지 높았던 '카서스', '애니비아', '오리아나' 등이 그 시절 미드 라인을 주름잡은 이유입니다.
미드 라인에 '암살자'의 개념을 처음으로 세운 건 2011년 출시된 '탈론'입니다.
다만, 당시에는 AP 챔피언이 미드 라인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자연스레 탈론은 탑 라인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2011년 라이엇 게임즈가 탈론의 출시를 기념해 올린 '집중탐구' 영상에서도 탈론은 탑 라이너로 등장했죠. 하지만 탈론은 '마나 소모량'이 너무 크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고, 결국 블루 버프를 챙길 수 있는 미드 라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탈론의 수난 시대는 미드 라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라인전에서 이득을 보지 못하면, AP 챔피언의 빠른 라인 푸쉬에 밀려 겨우겨우 미니언만 받아먹는 굴욕적인 장면도 자주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러한 물리 대미지(이하 AD) 암살자들의 암흑기를 끝낸 건, 상향된 '칠흑의 양날도끼'였습니다.
원래 칠흑의 양날도끼는 상대를 공격할 때마다 고정 방어력을 깎는 아이템이었는데요. 암살자들이 구매하지 않는 데다가 가격마저 비싼 'BF 대검'을 재료 아이템으로 요구했음에도 그 성능이 썩 좋지 않아 '함정 카드'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패치 후, 칠흑의 양날도끼 재료 아이템으로 AD 암살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야만의 몽둥이'가 포햄됐고, 공격 시 적의 방어력을 7.5%씩 깎는 능력이 추가되며 이른바 '대세템'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에 더해 '피즈'와 '아리' 등 AP 암살 챔피언도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로밍과 시야라는 개념이 유저들 사이에 정립되면서, 적극적으로 부쉬 시야를 장악한 뒤 상대를 기습하는 플레이가 유행했기 때문입니다.
미드 라인을 이야기함에 있어 '페이커' 이상혁을 빼놓을 순 없겠죠. 페이커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전성기 때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메타를 주도한 선수입니다. 페이커가 대회에서 선택한 챔피언들은 "어제 페이커 못 봄?"이라는 말과 함께 솔로 랭크를 지배하곤 했으니까요.
그중 '미드 리븐'은 '페이커만 다룰 수 있었던 챔피언'으로 꼽힌 카드입니다.
미드 리븐은 2013 롤드컵에 진출한 페이커가 강력한 AD 암살자 '제드'의 카운터로 준비한 챔피언인데요. 당시 페이커는 연습 과정에서 미드 리븐으로 북미 솔로 랭크를 휩쓸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대회에서까지 미드 리븐을 활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리븐의 난이도가 높을 뿐더러, 한번 말리면 존재감이 옅어지는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페이커는 2013 롤드컵 TSM과의 경기에서 제드를 상대로 보란 듯이 리븐을 꺼냈고, 솔로 킬까지 따내면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페이커는 이후에도 종종 미드 리븐을 선택해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는데요. 페이커의 미드 리븐 통산 전적은 6승 0패로, 프로 씬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미드 리븐을 활용한 사례로 꼽힙니다.
페이커는 미드 리븐 외에도 올라프와 마스터 이 등 주로 정글에서 활약하는 챔피언들을 미드 라이너로 기용해 승리를 따내기도 했는데요.
이때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이른바 '솔로랭크 주의보'가 발동되곤 했습니다. 페이커의 플레이를 본 소환사들이 너도나도 그를 따라 해당 챔피언을 플레이했으니까요. 특히 해설진들조차 페이커의 '미드 마스터 이'를 본 뒤, "오늘 솔로 랭크 하지 마세요"라고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페이커는 미드 라이너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수많은 슈퍼 플레이를 통해 프로 경기를 주름잡는 페이커의 경기력은, 많은 사람에게 '미드 라이너는 팀을 캐리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죠. 여러모로 미드 라인에 많은 영향을 미친 선수입니다.
주인공 역할에 익숙한 미드에게도 '보조' 역할이 주어진 때가 있었습니다. 희대의 OP 아이템, '불타는 향로'(이하 향로)가 등장한 2017년이 그 시기에 해당하죠. 당시 향로는 보호막과 회복 등 버프를 제공한 아군에게 '공격 속도'와 '흡혈'을 제공하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프로팀들은 최대한 빨리 향로를 구매한 뒤, 원거리 딜러를 위한 판을 만들어주는 '원거리 딜러 캐리 전략'을 주로 사용했죠.
물론 미드 라이너들이 처음부터 향로를 '강매' 당한 건 아닙니다. 초기에 향로 아이템을 구매한 건 팀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서포터'였는데요.
하지만 이내 전략 전술이 발달하면서 '레오나', '블리츠크랭크' 등 단단하고 강한 라인전을 가진 챔피언들이 서포터로 등장했고, 대신 미드 라이너가 아군을 보조할 수 있는 '카르마' 같은 챔피언을 통해 향로를 올리게 됐죠. 특히 미드 라인은 서포터에 비해 경험치와 골드 수급량이 높은 만큼, 다양한 서포트 아이템을 빠르게 갖춰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미드 라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지션입니다.
랭크 게임에서 미드를 선택할 경우, 다른 라인에 비해 대기시간이 매우 길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은 통계 자료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OPGG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미드는 다른 라인에 비해 유저들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지죠.
라이엇 게임즈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지속적으로 타 포지션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발언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시즌에는 미드 라이너의 과도한 로밍을 막기 위해 미드 라인의 '대포 미니언'이 주는 골드를 줄이고, 대포 미니언이 미드 타워를 공격하면 30%의 추가 공격 속도를 줄 것이라는 예고를 한 상황입니다.
2021 시즌이 끝난 뒤, '미드 라인'는 소환사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될까요? 과연 미드 라인은 계속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주인공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미드 라이너' 여러분, 당신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미드 라인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