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러'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한 다른 MOBA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포지션인데요. 정글이라는 중립 지역을 돌아다니며 성장한 뒤 아군을 케어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정글러는 게임 전반을 이끄는 사령관과 같습니다. 특히 정글러는 탑(딜탱), 정글(정글러), 미드(마법사), 바텀(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을 배치하는 'EU 스타일'에 있어 전략적 핵심 포인트로 꼽힙니다. 그만큼 다양한 스타 선수가 존재하는데요.
특유의 수비적인 스타일로 롤드컵 준우승을 이뤄낸 정글러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부터 역대급 정글 캐리 메타에서 롤드컵 MVP를 수상한 '캐니언' 김건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글러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에 족적을 남겼는데요. 그중 한국 최고로 꼽혔던 정글 프로 선수들을 되돌아봅니다. / 김승주 필자(사랑해요4)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정글 계보는 각각 KT 롤스터와 삼성 화이트에 속해 있던 '인섹' 최인석과 '댄디' 최인규로 이어집니다.
데뷔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인섹은 엄청난 피지컬과 순간 판단 능력을 갖췄던 선수입니다. 게다가 자르반이나 판테온을 선택해 초중반 게임을 휘어잡음은 물론, 정글 제드를 픽해 CS과 경험치를 몰아 먹고 게임을 캐리하는 등 챔피언 폭도 정말 넓은 선수였죠.
그중 인섹을 대표하는 챔피언은 단연 '리 신'입니다. 인섹은 리 신의 궁극기를 통해 상대 챔피언을 아군 진영으로 배달하는 플레이를 유행시킨 선수인데요.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퍼포먼스 이후로 이 플레이를 통칭하는 이름이 '인섹킥'으로 바뀌었을 정도였죠.
이 테크닉은 지금까지도 '인섹킥'으로 불리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014년 삼성 화이트의 우승을 이끈 댄디 역시 절정의 리 신 플레이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댄디는 꼼꼼한 시야 장악으로도 유명했는데요. 삼성 화이트 특유의 빡빡한 운영과 겹쳐 해설진들 사이에서 '댄디의 장막'이라는 말이 고유명사로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댄디는 이러한 시야 장악 능력을 바탕으로 역갱과 한타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전면에서 이끌었습니다.
댄디는 피지컬 측면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2013 롤챔스 서머 16강에서 제닉스 블라스트를 상대로 선보인 '펜타킥 리 신'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리 신의 궁극기는 상대를 걷어차 공중에 띄우면 그 경로에 있는 적도 같은 효과를 받는 스킬인데요. 당시 댄디는 점멸을 활용해 상대 진영 뒤쪽으로 진입한 뒤 리 신의 궁극기로 다섯 명을 띄우는 곡예에 가까운 스킬 활용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정글러 이야기를 할 때 SKT의 전성기를 이끈 '벵기' 배성웅을 빼놓을 수는 없죠. 벵기는 페이커와 함께 전 세계에 단 두 명밖에 없는 롤드컵 3회 우승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선수니까요.
또한 벵기는 2016 롤드컵에서 '블랭크' 강선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음에도 불구, 팀이 위기에 처했던 롤드컵 4강 '락스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깜짝 출전해 4, 5경기를 하드캐리하며 SKT를 결승전에 올렸죠. 이어진 결승전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손으로 SKT의 3번째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벵기는 '정글 그 자체'라는 별명을 얻으며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래 이 별명은 벵기가 부진하던 시절 이를 비판하기 위해 나온 가슴 아픈 별명이었지만, 벵기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했습니다.
앞선 선수들이 전성기 시절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한체정'으로 불렸다면, 뒤늦게 빛을 본 선수들도 있습니다. 바로 '앰비션' 강찬용과 '스코어' 고동빈입니다.
당시 삼성은 롤챔스 하위권을 전전하며 승강전까지 경험할 정도로 약팀이었는데요. 앰비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죠. 하지만 앰비션의 정교한 운영 능력과 다른 팀원의 잠재력이 폭발하며 삼성은 2016년 롤드컵에 진출해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둡니다
그리고 절치부심해 맞이한 2017 롤드컵에서 앰비션은 SKT를 3:0으로 꺾으며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죠. 이날 앰비션은 롤드컵 결승전 최초 전 경기 킬 관여율 100%라는 맹활약을 선보이며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결국, 앰비션은 프로 생활 6년 만에 롤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017 롤드컵 테마곡 '전설은 죽지 않는다'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임을 증명했죠.
'스코어' 고동빈도 앰비션과 닮은 모습이 많은 선수입니다. 그 역시 '스타테일'이라는 팀에서 데뷔한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원거리 딜러에서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했기 때문인데요. 스코어도 피지컬과 순간 교전 능력보다는, 변칙적인 동선과 변수 창출 능력에서 강점을 보인 정글러입니다.
스코어의 선수 생활도 굴곡졌습니다. 늘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용준 캐스터에게 '위대한 정글러'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지만, 우승과는 이상하리만치 연이 없었기 떄문이죠. 특히 2016년 롤 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에서 바론 체력2를 남기고 스틸당한 장면은 많은 팬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스코어는 포기하지 않았고, 2018 롤 챔피언스 서머에서 '그리핀'과의 풀세트 접전 끝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을 씻어냈습니다. 최초로 열린 롤챔스부터 함께했던 스코어가 OGN이 주관하는 마지막 롤챔스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기에 더욱 뜻깊은 장면이었죠.
'역대급 정글 메타' 라고 불렸던 2020 롤드컵에서 당당히 '세체정' 자리에 오른 선수는 '캐니언' 김건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니언은 데뷔 초부터 엄청난 피지컬과 교전 능력을 뽐냈던 선수입니다. 대신 수동적이고 라이너의 콜에 의지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죠.
한국 팀 최초로 롤드컵에 진출해 준우승이란 성적을 이뤄낸 클템부터, 역대급 정글 메타를 이끈 캐니언까지. 수많은 한국 출신 정글러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수놓았는데요. 과연 차기 시즌 한국 최고의 정글러 자리에 오를 선수는 누가될까요? 이번에는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정글러가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번 프리시즌을 통해 아이템 부분에서 대격변에 가까운 변화를 단행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2021시즌 펼쳐질 프로 경기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텐데요. 어떤 정글러가 어떤 스타일로 <리그 오브 레전드> 판을 주름잡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