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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으스스했던 게임 '포탈', 그리고 '포탈: 프렐류드'

적절한 곡 선정으로 분위기 살렸던 모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3-03-27 17:23:25

게임과 음악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게임과 음악이 시너지를 일으킨 사례도 많습니다. 두 주제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써 보고자 합니다. 흥미롭지만 어디에서도 정리된 내용을 찾기 어려운 소재를 모았습니다. - 게임과 음악 연재 


① '우마무스메'에는 '우마뾰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링크)

② FPS의 총소리로 '노래'를 만든다고요? 건사운드 리믹스 (링크)

③ 음악과 게임이 빚어낸 예술. 프랙무비 (링크

④ 전 세계 통기타 마니아 홀렸던 우크라이나 게임 (링크)

⑤ 게이머 가슴 설레게 하는 최고의 게임 프랙무비 모음 ​(링크)

⑥ 으스스했던 게임 '포탈', 그리고 '포탈: 프렐류드' (현재 기사)

 

게이머라면 퍼즐 게임 장르에 깊은 족적을 남긴 <포탈>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디지펜 공과대학' 학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출발한 <포탈>은 발표 자료를 눈여겨본 밸브가 학생들을 직접 스카우트하며 만들어졌다. 참고로 디스이즈게임은 평소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포탈>의 개발자 '지프 바넷'과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밸브의 게임은 누구나 손쉽게 모드를 제작할 수 있는 걸로 유명한 만큼, 당시 여러 <포탈> 모드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소수의 인원이 모여 <포탈> 이전의 스토리를 창작한 <포탈: 프렐류드>다.

<포탈: 프렐류드>가 주목받았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상하리만큼 기자에게는 게임 내에 사용된 음악 덕분에 기억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포탈>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에 맞춘 선곡이 적절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소스 엔진 특유의 으스스함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포탈>에 사용됐던 구버전 '소스'(Source) 엔진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스는 밸브가 2004년 제작한 게임 엔진인데, <하프 라이프 2>나 <포탈> 등 밸브가 게임 개발사로써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출시한 게임들에 사용됐다.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썩 좋은 그래픽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준수한 그래픽을 뽐냈으며 게임에 적용된 물리 엔진 '하복'이 놀랍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소스 엔진은 특유의 '으스스하며 무언가 답답한' 분위기를 내뿜기로 유명하다. 그래픽 기법이 그다지 과장되지 않고 현실과 비슷한 색감을 가져가려 하면서도, 당시 기술의 한계로 실사와 같은 수준이라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색감 또한 칙칙한 편이었다. 특히 '케놉시아'(Kenopsia)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을 법하면서도 없는 텅 빈 공간을 오갈 때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관련한 괴담도 있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한 모드도 있다.

 



소스 엔진 게임 <게리 모드>에 존재하는 괴담을 구현한 맵
평범한 맵처럼 위장하고 있다. (출처: 스팀 커뮤니티)

 

의도했다고 볼 순 없지만 2007년 출시된 <포탈> 역시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 게임이다. 퍼즐 게임이지만 "무섭다"는 반응을 보내는 사람이 일부 있을 정도였다. 

<포탈>은 '에피처 사이언스'라는 연구소에서 '글라도스'라는 인공지능의 명령을 받아 실험을 진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작중에서 '사람'은 주인공 빼고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실험실답게 배경마저 대부분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파란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맵 곳곳에는 선행 실험자들의 으스스한 낙서가 숨겨져 있다. 등장인물도 많고, 끊임없이 대화문이 출력되는 <포탈 2>와는 다르다.

 

<포탈>의 맵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낙서

 

 

# 원작 분위기 살리면서도 적절한 차별화 보여줬던 '포탈: 프렐류드'

 

<포탈: 프렐류드>는 모더가 창작한 <포탈>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창문 바깥에서 주인공을 관찰하는 연구원이 등장하는 등 스토리에 맞는 차별화를 줬다.

그러면서도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는 그대로 계승했기에 반복된 실험에 지친 연구원이 주인공을 죽일 수도 있는 장난을 치거나, CCTV만 놔둔 채 다른 일을 하러 가거나, 쪼그려 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등 사소하면서도 디테일 있는 연출을 보여 준다.

더불어 모드라는 한계 덕분인지 전문 성우를 구하지 못하고 게임 내 등장인물의 음성은 보이스웨어를 활용했는데(글라도스는 원판 음성을 짜깁기해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가 더 살아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난이도는 원작 클리어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지 다소 어렵게 설정되어 있다. 숙련된 게이머가 아니라면 절대 클리어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 테크닉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작과 달리 순발력이 요구되는 퍼즐이나 컨트롤에 실패하면 사망하는 구간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글라도스가 폭주해 모두를 죽이기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원본 게임에선 아무도 없었던 창문 너머로 연구원들이 주인공을 관찰하고 있다 (출처: Moddb)

 

 

# <포탈: 프렐류드>와 나인 인치 네일스

 

<포탈: 프렐류드>는 비상업 모드라는 특징에서 착안해 무료 저작권이 있는 곡이나 기성 음악을 활용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곡이라면 유명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6집 앨범 <Ghosts I-IV>를 일부 사용했다는 것이다.

<Ghosts I-IV>는 여러모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당시 자체 레이블을 통해 온라인에 무료 공개됐으며, 크레딧을 명확히 표기하고 비영리적 창작물에 사용한다면 누구나 앨범의 노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장르는 잔잔하지만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다크 앰비언트'의 특색을 띄고 있었는데, 나인 인치 네일스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전자 기타 사운드와 무거운 리듬이 특징이다.

'Ghosts I-IV' 앨범
여담으로 '소셜 네트워크'나 '레이드 2'와 같은 영화에도 사용됐다. (출처: 공식 사이트)

덕분에 개인 창작자의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포탈: 프렐류드>에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이 포함될 수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개인의 모드이기에 저작권상 무리가 없었으며, 위에서 언급한 소스 엔진과 <포탈> 특유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곡이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곡이 가장 적절하게 활용된 예는 글라도스와의 추격전에서 사용된 'Ghosts - I​ 3'이 있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Ghosts - I​ 3'는 다소 심심한 리듬을 가진 곡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포탈: 프렐류드> 특유의 분위기와 시스템 속에서 적절하게 녹아든다는 것이다. 

<포탈: 프렐류드>는 본판보다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글라도스는 포탈 건마저 잃어버린 주인공에게 다수의 미사일 터렛, 심지어 원작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맨핵'까지 사용해 죽이려 달려든다. 계속해서 주인공을 발견하고 경고음을 울리는 미사일 터렛과 문을 닫아야만 따돌릴 수 있는 맨핵과의 추격전이 곡과 어우러져 상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래 동영상 2분부터 재생하면 된다.

 


 

게임 중반부의 한 챕터에서 사용된 'Ghosts I - 9'도 주목할 만하다. 느리게 움직이는 발판을 타고 다니며 특정한 기믹을 수행하는 챕터에서 나오는데, 게임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 개인적으론 게임을 클리어한 직후 사용된 음악을 찾아봤을 만큼 적절한 곡 선정으로 여겨졌다.

마지막으로, 글라도스와의 보스전에서 사용된 캐미컬 브라더스의 'Believe'도 특기할 만하다. 게임에서는 본판에 비해 다소 짜증 나게 변한 글라도스의 패턴 때문에 정신없는 리듬과 겹쳐 다소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원본 음악의 뮤직비디오가 '자신을 죽이려고 계속해서 달려드는 거대 로봇'에게서 도망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곡 선정이다.

 


 


 

이처럼 <포탈: 프렐류드>는 삭막한 분위기에서 원판과 다르게 약간의 변주를 주고, 부분부분 삽입된 음악이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아직도 기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나 싶다. 기사에 설명된 곡 외에도 다양한 앰비언트 곡에 게임 내에 포함되어 있다. 

모드라는 한계가 있기에 <포탈 2>와 몇몇 외전이 나온 지금 유저 모드로 제작된 <포탈: 프렐류드>의 독자 설정은 원판과 많은 충돌을 일으키지만, <포탈 2>가 나오기 전까지 호평과 함께 사실상 '필수 플레이 모드'로 취급받았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포탈: 프렐류드>는 현재도 공식 홈페이지와 모드 창작 사이트 'moddb'에서 배포되고 있다. 연식 있는 액션 퍼즐 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난이도가 정제되지 못했다거나 몇몇 퍼즐은 사실상 '편법' 사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포탈> 혹은 소스 엔진의 느낌이 묻어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레이할 가치가 분명히 있는 게임이다. 최근에는 RTX 리메이크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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