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은 높은 역의 패를 완성시켜 멋지게 이기는 것을 꿈꿉니다. 아마 누구나가 같을 겁니다.
하지만, 온라인 마작에서 초보끼리 붙을 때와 고수와 붙을 때는 느낌이 매우 다릅니다. 초보끼리 할 때에는 오로지 내 패만 보고 어떻게든 완성시켜 리치를 외치면 높은 확률로 이겼는데, 고수와 붙을 때면 어지간히 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 도통 이기지를 못하겠습니다.
단순히 고수의 패가 좋아서? 아니죠. 사기 마작을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패는 100% 운빨입니다.
그렇다면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필자가 온라인 마작에서 우연히 탑랭커의 고수와 만났을 때 느꼈던 점은, "저 사람은 절대 자신이 쏘이지 않는다"였습니다. 기세 좋게 리치를 외치는 것을 즐기던 필자가 어떻게든 이겨보고 싶어서 평소 안 하던 퐁이나 치를 노려볼까 했지만, 고수의 손에서 나오는 버림패는 항상 제 위시를 피해갔죠.
이른바 '지지 않는 마작', '철통 방어' 플레이가 그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지지 않는 마작'을 설명하기에 매우 좋은 시합을 발견해 소개합니다.
아래 시합에서 동(東)가와 서(西)가의 패에 주목해 주세요.
■ 동(東)가의 플레이
동가에선 초반에 치또이츠(같은 패 2개씩 7쌍 : 2판)를 노리는 듯한 플레이를 합니다.
(※ 영상 2분 35초, 동가의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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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 상태에서 하나를 뽑는 순간부터 플레이가 바뀝니다.
치또이츠를 노린다면 3개짜리 코쯔가 되어버린 을 버릴텐데, 대삼원(백,中,發 3개씩 : 역만)의 가능성이 보인 시점에서 동가는 주저 없이
를 버리고 대삼원을 노리기 시작하죠.
그 뒤 운이 따라준 건지 을 뽑으면서
도 버립니다.
(※ 영상 2분 57초, 동가의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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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서가에서 을 버렸고, 동가는 이걸 퐁으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주저 없이
을 버리죠.
그리고 다음번 동가의 차례에 다시 한 번 운이 따라주면서 를 뽑습니다. 여기서 남은
를 버리면서 동가의 패는 아래와 같이 텐파이 상태가 됩니다.
▲ 西가 나오면서 텐파이! 이제 中만 나오면 대삼원 폭탄이 완성된다!
(※ 영상 3분 35초, 동가의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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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동가 입장에서는 하나만 나오면 대삼원(백3개,中3개,發3개 : 역만) + 자일색(모든 패를 자패로 완성 : 역만)으로 더블 역만이 나오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오야니까 1.5배 보너스까지 생각하면 거의 핵미사일급이군요.
퐁을 외쳤으니 리치는 하지 못하고, 대신 이때부터 수패가 나올 때마다 그자리에서 버리기 시작합니다.
■ 서(西)가의 플레이
한편, 이 시점 서가의 패는 아래와 같은 상태입니다.
(※ 영상 4분 15초, 서가의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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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 하나라도 나오면 핑후(슌쯔 4개 : 1판)로 텐파이가 되는 상태죠.
그 뒤로
을 뽑았으나 그대로 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턴에, 대망의 이 등장합니다.
▲ 대망의 9만이 등장! 하지만 中을 내버리면...
이 시점에서 서가의 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영상 5분 33초, 서가의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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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여기에서 을 버리고 리치(텐파이 선언 : 1판)를 외칠만한 상황이죠.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걸 버린다면 그순간 동가의 더블 역만에 직격으로 쏘이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동가의 버림패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에 아까의 퐁으로 을 오픈한 상태죠.
서가는 동가가 그동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각종 수패와 까지 쯔모기리(가져온 패를 다시 버림)로 버리고 있던 점에서 텐파이 상태가 확실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버림패에도 이나
이 없다는 것을 보고, 동가의 대삼원 가능성을 눈치챘죠.
동가의 버림패만 본다면 청일색(만수패만 가지고 완성 : 6판)이나 만수패를 이용한 일기통관(한 종류의 수패 1~9를 모아 완성 : 2판)도 생각해볼 수 있었겠지만, 동가는 다른 사람이 버린 만수패엔 관심도 두지 않았거든요.
즉, 자신의 완성패에 방해되는 이 사실은 자기 목숨을 쥐고 있던 위험패라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서가는 최종 결단으로 텐파이를 포기하고, 자신의 패에서 머리를 담당하던 을 버립니다.
그 상태로 한바퀴를 더 돌아 최종 시합 결과는 남가가 탕야오(2~8 사이의 수패만으로 완성 : 1판)로 화료하죠.
▲ 최종 승자는 동가도 서가도 아닌 남가.
하지만 오야의 더블 역만에 쏘이느니 1판짜리 쯔모에 당하는 게 100배는 낫다!
(※ 영상 6분 20초, 남가의 화료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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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퐁)
■ 리치를 포기하고 더블 역만을 회피하다
이 시합에서 주의깊게 볼 부분은, 서가가 자신이 이기는 걸 포기하더라도 직격으로 쏘이는 걸 회피한 그 순간적인 판단력입니다.
당시 스코어는 남가가 36,800점으로 1위였고, 그 바로 뒤에 북가가 35,600점으로 2위, 서가가 23,900점으로 3위, 동가가 23,700점으로 꼴찌인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여기서 서가가 리치를 외치기 위해 을 내고 더블 역만에 쏘였다면 동가는 압도적인 차이로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가고, 대신 서가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겠죠.
하지만 서가가 이를 회피한 덕분에 남가의 1판짜리 쯔모화료로 경미한 피해만 입고 다시 한 번 치고 올라갈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마작에서 단순히 한 판 이기고 지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버린 패로 누군가 화료했을 때 돌아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죠.
다소 극단적인 상황의 시합이긴 하지만 '이기는 마작'보다 '지지 않는 마작'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조금은 이해가 되셨나요?
오늘도 독자 여러분의 패에 역만이 가득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