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관련 전자책을 집필하려고 이것저것 자료를 조사하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 책은 텐센트의 성공 요인을 중심으로 쓰다 보니 거기 들어가기 힘든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그것을 여기 한번 적어본다.
■ 텐센트의 시작: 마화텅, IDG, 잉커디지털
텐센트의 초기자본금은 12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였고, 창업주 마화텅은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창업 초기, 그 유명한 벤처캐피털 IDG와 홍콩 잉커디지털(현재의 홍콩의 유명 통신회사인 PCCW)에서 각각 110만 달러를 받았다.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벤처캐피털인 IDG는 텐센트 외에도 바이두, 소후, 샤오미 등에도 투자했다. ㄷㄷ)
당시 텐센트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액)은 550만 달러(약 67억 원)였다. 110만 달러씩 받으면서 각 투자사에게 20%씩 지분을 줬다.
■ 지분의 지각 변동: MIH의 등장
2001년 미국 나스닥 증시가 폭락할 무렵, 잉커디지털은 지분을 전부 처분했다. 이때 매입한 회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국적 미디어그룹 나스퍼스(Naspers) 산하 MIH라는 투자회사였다. 20%를 1,260만 달러에 전액 인수했다. 잉커 입장에서는 거의 10배의 이익을 보았으니 행복했겠지만, 지금 텐센트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땅을 칠 노릇일 것이다.
MIH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IDG로부터 13%를 더 인수했다. 2002년에는 텐센트의 임원들로부터 도합 13.5%의 주식을 또 인수했다.
결국 MIH 46.5%, 창업자(내부 우호지분 포함) 46.3%, IDG 7.2% 비율이었다가, 나중에 상장 직전에 창업자와 MIH는 지분을 거의 절반 비율로 맞춘다. MIH가 그 정도 비율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투자한 돈은 약 4,000만 달러 수준이다. 당시 이미 QQ는 중국에서 독보적인 메신저로 자리잡고 있을 때였다.
2004년 6월16일 상장 직후 지분율은 자연인(창업자 등) 12명 37.5%, MIH 37.5%가 됐다.
MIH가 투자한 회사들, 이 중 새로운 텐센트가 있을 수도 있다.
(//www.netdirect.eu/about-us/news/netdirect-s-r-o-has-become-a-part-of-allegro-group.aspx)
■ 1원이 1000원이 되는 기적: 중국의 왕사장도 울고갈 MIH의 수익률
최근의 지분율을 보면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은 10%가 채 안 되지만, MIH는 여전히 34% 가량 쥐고 있다. 마화텅은 조금씩 개인지분을 팔았다. 지난해에도 한번 수천 억 규모(그래봐야 0.5%도 안 되지만)의 주식을 처분했다.
반면 MIH는 거의 지분률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대비 가치차익은 1,000배 이상이다. 게다가 더 오를 전망이다. 이만하면 알리바바에 투자한 손정의 회장 못지않은 셈이다.
손정의의 알리바바 투자 수익률은 3000배 이상으로 전해진다. 이 아저씨도 만만치 않다.
■ 텐센트의 춥고 배고팠던 시절
MIH의 투자는 시장에 나온 주식을 그대로 사는 방식이었다. 회사(텐센트) 차원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에 텐센트는 돈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다. QQ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데 수익모델이 분명하지 않았다. 급증하는 서버 비용이 고민이었다. 늘 잔고가 비어 있었고 그래서 몇 번이나 회사를 처분하려고 했다. 물론 실패했다. (그때 인수를 거절했던 회사 중에 넷이즈가 있다. ㄷㄷ)
이 와중에 기존 투자자(잉커, IDG)는 수혈이 아니라 외부에 주식을 내다 팔았다. MIH는 가능성을 보고 사들였다. 산 사람이나 판 사람이나 만족스러운 딜(Deal)이었겠지만, 여전히 돈에 쫒겨야 하는 회사(창업자들)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 자본의 냉정함을 느끼게 된다.
결과는 모두가 안다. 텐센트는 QQ의 수익모델을 제대로 만들어 성공적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게임 분야에 뛰어들어 초대박을 냈고, 지금 모바일 시대에 으뜸가는 플랫폼 홀더가 됐다. 모바일 금융 쪽도 알리바바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IT계에 거목이 된 것이다.
카카오도 한때는 서버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여기저기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 텐센트의 성공: 노력, 시장의 변화, 운 그리고 자본
가장 재미를 본 플레이어는 역시 MIH다.
노력, 시장의 변화, 천운... 이런 것들이 가미되어 지금 텐센트와 마화텅의 성공신화가 나왔다. 하지만, 가장 큰 수혜자는 기존 주식을 사들여 1대 주주가 된 남아공의 MIH가 아닐까??
텐센트는 지금 한국을 포함해서 글로벌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들은 투자를 하면서 자신들의 과거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자본은 냉정하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냉정한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성공의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