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7 차이나조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없다'.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2012년~13년의 ‘모바일', 2014~15년의 ‘IP’ 2016년의 ‘VR’처럼 무언가 한마디로 올해의 차이나조이를 정의할 만한 키워드가 없다.
2.
물론 올해에도 역대 최고 규모의 참가자와 방문객이 왔고, IP에 대한 관심은 뜨겁고 활발했으며, 신작과 인기작들도 많이 나왔고, 새로운 틈새를 노리는 시도도 엿보였고,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했다.
단지 파편화 되었다. 이전에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세부적인 것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는 대세는 없고 ‘각자도생'의 생존을 위한 전략들이 보였을 뿐이다.
3.
일단 ‘규모'라는 측면에서는 올해도 성공적이었다. B2B 5개관 B2C 11개관 등에 다양한 회사들이 출품했다.
B2C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콘솔 및 하드웨어 업체들의 대규모 참가였다. 콘솔관에는 소니, MS, 유비 등이 거대 규모로 체험관을 꾸몄고 게이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건 좀 의외였다. 개인적으로 콘솔이 작년부터 중국에 정식으로 서비스되었다 하더라도 전체 콘솔시장 파이에서 중국시장이 크게 좌우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니 수년 내에 중국이 콘솔시장에도 큰 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인텔, AMD를 포함한 많은 하드웨어 업체들이 게임부스를 꾸몄다. 인텔과 AMD까지야 이해가 되었지만 (망해가는, 아니 이미 망해버린) 샤프, 도시바 같은 회사들이 왜 게임부스를 차렸는지는 짐작은 가지만 이해는 되지 않았다. 규모라는 측면에서 게임과 눈꼽 만큼의 연관성만 있어도 차이나조이에 부스참가를 해야 하는 기업들의 딜레마를 보니 좀 부럽긴 했다.
4.
월드컵 32강 예선을 치를 때 각 조에는 강자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시드 배정을 한다. 이를테면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조별예선에 만날 수 없는 셈인데, 차이나조이 전시장도 그랬다.
N1은 넷이즈 중심관, N2는 텐센트 중심관, 이런 식이다. 심지어 넷이즈와 텐센트 주변은 ‘여백의 미’까지 충분하게 배려해줘서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던데 초라하다 못해 썰렁한 샨다부스는 ‘화무십일홍'을 느끼게 했다.
5.
중국에선 <왕자영요>의 대박으로 PVP가 강조되는 게임들이 인기인데, 여기에 덧붙여진 것은 플레이하는 것이 즐거운 게임 +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텐센트가 e스포츠에 17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괜히 나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OS, FPS, RPG, SLG, 그냥 캐주얼게임(거인의 <구구대작전> 같은)마저도 내 플레이의 즐거움에다가 타인의 플레이를 감상하는 것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각종 개인방송 앱이나 관련 플랫폼들이 많아졌고 실제 참가도 했다. 물론 개인관람객들 중에서도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좀 웃기긴 했다)
이 대목은 관련 e스포츠 콘텐츠 제작에 원조이자 여전히 창의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 회사들이 한번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언급하고 싶다.
6.
카카오게임 남궁훈 부사장이 이미 언급했던데 서브컬처 혹은 오덕 문화의 파급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일본 오타쿠 문화의 전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녀전선>도 오리지널 중국 게임이자 일본 스타일의 덕후 게임이고, 현재 카카오게임이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음양사>도 전형적인 서브컬처 기반의 게임이다.
한국 같으면 기모노를 입고 코스프레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게임 내에서 강력한 일본향이 보인다면 당장 언론에 두들겨 맞을 텐데, 중국은 적어도 게임 분야에서는 그런 규제의 시도가 없어서인지 이미 대중화되었다. 덕분에 덕후 게임 혹은 서브컬처 기반의 게임들은 당분간 중국게임업계에서 꾸준하게 시도될 것이다. 여기에 얼마 남지 않은 일본 IP의 몸값이 더 급등할 것이다.
일부 여성향 게임도 당연히 이러한 맥락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보였다. 단 BM을 중국식으로 바꿔가는 시도는 참신했다. (역시 그 분야로는 중국이 세계 최고...)
7.
<검은사막>을 하기 위해 유저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못해 감동적이었다. 스네일이 부스도 대단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 <블레이드&소울> 이후 한국의 게임이 이 정도로 유저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부디 좋은 성적이 나오길 바란다.
이번 차이나조이에 출품하지는 않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내 인기는 상당하다. 현재 물밑에서 관련 판권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이 또한 한국게임업계에서 정말 오랜 만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일이 많이 생겨야 할 텐데….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는 현재 중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꽤 높은 한국게임이다. 함께 응원했으면 좋겠다.
8.
VR은 한 관 정도 있었다. 작년에 비하면 거의 자취를 감춘 수준이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중국 VR 시장을 포기하기는 일러 보인다. 생존을 위해 VR로 방향을 튼 중국 회사 중에서는 자본과 기술을 함께 갖춘 곳이 많은 지라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시장도 있는 것 같다. 따라서 1년 정도는 더 지켜봐도 무방할 것 같다.
9.
B2B는 근래 보기 드물게 한산했다. 외국 기업의 참가 자체도 대폭 줄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국 게임에 대한 규제, 그리고 외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캐리호텔 로비가 한산한 것도 요 몇 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공동관은 부스 자체는 요 몇 년간 본 것 중에 가장 세련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의 분위기상 확실히 방문 바이어가 줄어든 것 같다. 그 점이 안타까웠다. 미리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수요 조사를 통한 미팅 어렌지가 준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스타 조직위에서는 올해 차이나조이 B2B가 왜 흥행이 별로였는지를 분석해서 올 11월 지스타 때 오지 않은 해외 바이어들을 부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해 주기를 바란다.
10.
총평을 하자면 규모는 역대 최고, 트렌드의 다양화로 정리할 수 있겠다. 예년보다 한 주 일찍 찾아온 더위 덕분에 도리어 차이나조이 주간에는 견딜 만했다. 개인적으로는 ‘간만에 각 잡고 4시간 동안 B2C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콘텐츠가 있는 회사는 게임 체험 위주로 부스를 꾸몄고, 없는 회사는 도우미들 위주로 부스를 꾸몄다. 그런데 전자에 관람객들이 더 몰렸다는 점은 게임전시회는 역시 게임이 메인이고 유저들의 관심을 받기에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었다.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 등을 통해 한국 게임이 다시금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불러오기를 희망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게임들이 차이나조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by 차이나랩 김두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