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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GIGDC2023] 전역 후에도 군대 후임들과 합숙하며 개발 이어간 사연

'스탠드얼론'을 개발한 리퓨엘의 '이도운 팀장'

신동하(그리던) 2023-10-02 12:05:16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디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이하 GIGDC)가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GIGDC는 한국콘텐츠협회와 게임개발자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게임 공모전입니다. 수상자에는 '대상'의 수상자에게는 500 만원의 상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됩니다. 그렇기에 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게임은 '국가대표 인디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TIG에서는 올해 GIGDC에서 수상한 스무 곳의 개발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팀은 '리퓨엘'입니다. 이들은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인 <스탠드얼론>을 개발하여 GIGDC 제작부문 일반부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리퓨엘'의 팀원들은 군대의 선후임으로 처음 만났다고 하는데요. 모두 전역한 이후에도 서울로 올라와 5평 남짓한 반지하 방에서 합숙하며 개발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을 가진 <스탠드얼론>은 어떤 게임이었을까요?






게임명: <스탠드얼론>

개발사: 리퓨엘

장르: 2D 횡스크롤 액션 로그라이크
플랫폼: PC

게임소개: 첨단 과학 기술을 자랑했던 행성은 모종의 사건으로 황폐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양의 몸을 한 AI 로봇 주인공은 대검을 들고 늑대 군단에 맞서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이 로봇양이 되어 랜덤하게 등장하는 스킬들을 전략적으로 조합하여 콤보를 만들어야 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며 이들을 처치할 때마다 로봇양인 주인공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집니다.


수상경력

- 2023 BIC 전시 부스 참여

- GIGDC 어워드 제작부문 일반부 은상 수상





Q. 한국 게임개발자협회: 자기 소개 및 수상작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도운 팀장: 안녕하세요. <스탠드얼론>이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팀 '리퓨엘'의 개발자 이도운입니다.


<스탠드얼론>은 'Hack the Skill'이라는 주요 슬로건 아래 스킬 커스터마이징을 중심으로 한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입니다. 'Hack the Skill'이란 유저의 상상력에 의한 선택이 스틸 세팅을 완전히 바꾸고 개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스킬 간의 유기적 관계가 끝이 없어요.


습득한 무작위 스킬은 저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는데 이를 사용하는 순서나 강화 방식에 따라 전투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심지어 극한으로 갈 경우 보스 몬스터를 한 방에 처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유저가 스킬 습득을 지속적으로 원하도록, 또 자신만의 새로운 스킬 조합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노력했습니다.



Q. 수상 이후 근황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이도운 팀장: 현재 <스탠드얼론>의 경우 1스테이지가 무료 데모 버전으로 공개되어 있어요. 최종 스테이지는 3스테이지이며, 내년 3월에서 6월 사이에 출시할 예정이에요. 얼리 억세스로 먼저 출시한 후에 추가 시나리오 연출과 몬스터들이 점차적으로 추가될 것 같아요.


출시를 위해서 데모 버전을 기준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하고 있어요. 간단한 작업의 경우에는 일주일마다 업데이트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큰 규모의 콘텐츠 작업이나 편의성 업데이트에는 많은 검증이 필요해서 시간이 꽤 걸리네요. 그래도 개발이 완료될 때마다 데모에서 계속 업데이트해서 올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Q. (인디)게임의 개발을 시작한 계기와 <스탠드얼론>을 기획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이도운 팀장: 군대에서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평소에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개발자의 길을 가고자 했는데, 군대 후임으로 <던그리드>의 개발자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게임 기획부터 제작 과정에 대해 듣고 '나도 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역을 한 후에 혼자서라도 개발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초기 게임 구성과 간단한 스토리를 만들었는데, 그걸 본 다른 후임과 마음이 맞아 전역 후 둘이서 만들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스탠드얼론>에는 로그라이크 게임의 랜덤한 재미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어요. 많은 로그라이크 유저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랜덤성'을 기대하는데 그게 대체 무엇일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때 정해진 시너지를 랜덤으로 획득해서 강해지는 것보다, 내가 습득한 스킬들을 개조하고 만들어가면서 시너지를 키워가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스킬 개조 시스템이 나오게 된 거예요.


<스탠드얼론>을 개발한 '리퓨엘'의 이도운 팀장과 팀원들 (사진제공: 리퓨엘)



Q. <스탠드얼론>의 개발 과정 중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A. 이도운 팀장: 저희가 이 게임을 확신을 가지고 만들기 위해서 초기 프로토타입이 정말 중요했어요. 그런데 초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다른 지방에서 살던 둘이 개발 효율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어요. 5평 정도 되는 반지하 원룸에서 하수구 역류, 바퀴벌레, 더위와 추위를 겪어가면서 6개월을 버텼습니다. 덕분에 프로토타입에서 가능성을 봤고, 괜찮은 게임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탠드얼론>은 액션과 스킬 빌딩 로그라이크가 섞인 장르의 게임이에요. 그런데 둘을 결합하는 과정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액션은 실시간 전투에서 오는 재미인데, 스킬 빌딩은 텍스트를 읽어가며 천천히 조합하는 맛이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유사한 장르의 게임들도 많이 찾아보았는데 해결되지는 않았고요.


많은 고민 끝에 내부적으로 분기를 나누어 제공한다거나 서로 자연스럽게 섞을 수 있는 액션 스킬, 그리고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UX의 틀을 잡을 수 있었어요. '영원히 잡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죠. 제가 보기엔 아직도 미흡하지만 틀이 잡힌만큼 더 다듬어가며 게임을 만들어 갈 예정이에요.



Q. <스탠드얼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할게요. 주인공을 '양의 몸이 되어버린 AI로봇'으로 설정한 계기가 있나요?


A. 이도운 팀장: 누가 뭐라고 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주인공 서사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상에 유일한 하나의 개체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스탠드얼론>은 로그라이크 장르인 만큼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생명체가 아니라 로봇이라면 죽음을 겪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답을 내린 거예요. 로봇에게는 수명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유일 개체를 로봇으로 결정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양과 늑대에 초점이 되어 초반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후반에는 로봇이 자신의 원래 기억과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비밀도 함께 나올 예정이에요.



Q. 적군을 늑대 수인으로 설정한 것은 역시 양과 늑대의 대립 구조 때문인가요?


A. 이도운 팀장: 네 맞아요. 처음 스토리나 세계관을 구성할 때, 이해하기 쉽게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가지고 왔어요. 동화나 성경 등 많은 곳에서 양과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각색해서 스토리와 컨셉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게임을 하다보면 곳곳에 흔적이 많아요. 특히 해외 유저들이 플레이하면서 '이 오브젝트는 성경에서 유래된 것 같다'하고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죠.



Q.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수인 전쟁이라는 배경을 설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이도운 팀장: 처음 시나리오의 컨셉이 양과 늑대였잖아요. 그 이후에 무엇을, 어떤 걸로 싸우는지 설정을 고민하다가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애니메이션 속 동물들이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혼란에 빠지는 시기인 전쟁이나 기근, 멸망 등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 실제 사람들이라면 '식량난, 새로운 에너지 자원' 등의 문제로 갈등할 것 같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지금처럼 잡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반 판타지보다는 SF위주로 흘러가고 수인들의 갈등이 보이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탄생했어요.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도트 디자인에서 사람보다 동물들의 외형이 더욱 확실하게 구분되어서 더 좋았고요.




Q. 모든 로그라이크류 게임의 장점을 가져와 잘 조합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가장 재미있게 했거나 모티브가 된 로그라이크 게임이 있나요?


A. 이도운 팀장: 평가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로그라이크 게임을 참고하진 않았어요. 액션 게임의 경우는 <던전앤파이터>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로그라이크에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많이 참고했어요.


로그라이크 게임 중에서 시너지 빌딩으로 보여주는 게임들은 덱빌딩 장르라고 생각해요. <스탠드얼론>은 액션 게임이지만 시너지 성장을 빌딩하길 바랐고요. 그래서 스킬을 개조하고 빌딩하는 시스템이 덱 빌딩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나봐요.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덱 빌딩 장르에서 너무나 유명한 게임이고 워낙 잘 만들다보니 참고하게 되었어요.


그 외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참고하고 재해석 하면서 편의성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아요. 아마도 모든 로그라이크 게임의 장점을 잘 조합했다는 느낌은 이런 시도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요?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시도를 했거든요.



Q. 스킬 사용 방식 (체인 시스템)이나 시너지 조합 방식이 독특합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A. 이도운 팀장: 우선 스킬 빌딩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스킬 키를 정말 많이 늘렸어요. 다양한 선택지에서 스킬을 눌러가며 조합하는 상상을 했어요. 그런데 키가 너무 많아서 컨트롤러에 전부 담을 수 없는 문제가 같이 찾아왔어요. 이때 같은 키를 연속으로 눌렀을 때, 각각 다른 스킬이 나오면 키를 사용하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많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체인 시스템도 도입되었고요. 


앞서 말씀드린 게임의 슬로건 'hack the skill'도 마찬가지랍니다. 체인 시스템을 만들고 보니까 스킬을 개조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전보다 사용감이 나아졌거든요.


정말 이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현재 데모 빌드 기준으로 스킬 키 하나로 보스 몬스터를 한방에 죽일 수 있는 빌드도 있어요. 이미 몇몇 분들은 빠르게 눈치 채고 사용하고 계시더라고요. <스탠드얼론>은 상상력을 잘만 발휘하면 정말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과 GIGDC 예비 접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이도운 팀장: 이제 게임의 큰 틀이 잡혀서 앞으로의 개발은 편의성과 볼륨 위주로 진행될 것 같아요. 게임 플레이적으로 충분히 재미있을 정도만 만들면 얼리 억세스로 24년 상반기에 출시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반응이 좋으면 개발 이슈로 인해 아쉽게 마음에 접어두었던 시나리오 연출이나 사운드 등을 추가로 작업하고 싶어요.


저희는 GIGDC에 세 번 도전했고, 그 끝에 은상을 수상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의 근거는 명확한지 알 수 있었어요. 수상하고 나니 <스탠드얼론>이 가야할 방향과 목표가 더욱 명확해 졌고요.


이 객관화를 통해 생각을 바로 잡으니 수상이라는 결과가 이어진 것 같습니다. 수상 여부와는 상관 없이 모두 꾸준히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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