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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선택적 셧다운제 전환, 콘솔 시스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체부 "콘솔 자체 시스템 인정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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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1-08-26 17:51:21
25일 문체부, 여가부, 교육부 등 3개 부처가 합동으로 청소년보호법 내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기로 발표하면서 게임시간 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만 효력을 발휘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 미칠 영향을 알아봤다. 

본지 질의에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게임과)는 콘솔 3사의 자녀 보호 시스템을 인정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차이가 있어 적용 단계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여전힌 남게 되는 셈이다.

게임문화재단이 선택적 셧다운제의 통합 창구를 맡으면서 그 역할이 강화되는 가운데,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제공 중인 자녀보호 기능은 현행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문체부 "콘솔 3사 자녀 보호 시스템 인정할 수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유료 네트워크 게임에는 셧다운제를 적용해오고 있다. 멀티플레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가입해야 하므로 세부적인 적용에 있어 논란이 있던 지점. 과거부터 콘솔 3사는 미성년자는 네트워크 가입을 받지 않는 방식 등으로 자체 대응해왔다. 이른바 '<마인크래프트> 사태'도 여기서 기인한 것. 

그러나 이와 별개로 소니는 PSN에서 '플레이 타임 매니지먼트', 닌텐도는 '지킴이 설정',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엑스박스에서 '보호자 통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선택적 셧다운제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청소년이 아예 게임에서 차단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국내 법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닌텐도는 상당히 고도화된 자녀 보호 기능을 제공 중인 편이다. (출처: 한국닌텐도)

디스이즈게임 문의에 26일 문체부 게임과는 "확답할 수 없지만, 그렇게 볼 수 있도록(자체 솔루션을 선택적 셧다운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도록) 게임사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3개 부처가 마련한 방안의 기조가 '가정 내 자율'이기 때문에 해외 업체가 해당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선택적 셧다운제로 준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게임과는 "한국 지사들과 협의를 거칠 것이고, MS에서도 올해 말까지 내부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오겠다고 알렸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벌어진 뒤 MS는 연말까지 청소년이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함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주요 게임사가 제공 중인 각종 '지킴이' 솔루션과 콘솔 3사가 제공 중인 시스템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국내 업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출해 법적 부모-자녀 관계 등을 인증한 상태에서 게임 시간 선택을 진행하지만, 콘솔 3사에는 이같은 인증 과정이 생략되어있다. 

MS 패밀리 세이프티 사용 모습. 본인인증 없이 동료 기자를 아들로 입적시킨 뒤,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이용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MS는 윈도우, Xbox, 안드로이드에 앱내 게임 제한, 위치 추적, 검색 필터 등이 포함된 '패밀리 세이프티'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가입 과정에서 자체 이메일 인증만 진행한다. 즉,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이는 해외 게임사들이 제공 중인 자녀 보호 시스템이 완전한 자율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법적 의무에 따라 마련된 구조가 아니다.

문체부는 "앞으로 개인정보 인증 문제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바꾸지 않는 한, 콘솔 3사가 한국에서만 특별한 인증 절차를 추가하거나, 문체부가 해외 게임사에만 예외를 두는 식으로 제도가 운영될 것이다. 후자의 경우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게임사들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아이핀 등 본인 확인 인준을 받은 기관에게 인증 건수에 따른 비용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친하다면 모두에게 익숙한 '그 화면'. 김승주 기자를 MS에서 아들로 입적시킬 때 이 화면을 보지 않았다.

 

 

# 갈라파고스는 여전... 규제'챌린지' 절반의 성공

지난 7월 전보된 문체부 게임과 정윤재 신임 과장은 25일 브리핑에서 "현재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법적 제도는 중국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이 10년 만에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키로 하면서 강제적 제도는 중국밖에 남지 않았지만, 위에서 알아본 것과 같이 선택적 셧다운제가 존재하는 한 규제는 계속해서 남아있다.

이번 발표는 지난 6월 게임 셧다운제가 국무조정실 ‘규제챌린지’ 과제로 선정된 이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청소년 게임 이용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결과다.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논의에 일정 부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입법부도 이번 달 자체 조사를 통해 여러 협·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는 10월 규제챌린지 성과 보고에 포함될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챌린지될 규제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아젠다 '규제챌린지'의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다. 지금(8월) 대통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두 사람의 전임 총리와 현임 총리가 모두 규제혁파를 강조했다.

이에 문체부는 "두 개의 제도를 한꺼번에 없애기는 쉽지 않다"라며 "예전엔 일률적으로 예외 없이 적용했던 것을 이제는 자율에 맡긴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화된 제도를 일원화했으며, 강제성이 사라졌진 점에서 규제챌린지의 성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문체부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25일 방안이 발표된 것이며, 앞으로 차질이 없도록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도 개선의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분위기는 게임산업협회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협회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그동안 실효 부족, 청소년 권리 침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옥좨왔다"면서도 "셧다운제 완전 폐지에 대한 일부 우려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부 우려'는 2021년에도 상당히 강하게 남아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와 성명문 등을 종합해보면 탁틴내일, 중독포럼 등에서는 여전히 셧다운제의 모바일게임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작은 첫걸음'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 분들'은 아직 건재하다. 핵심 관심사는 게임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이 분들'은 높은 확률로 스마트폰 사용자다. 게이머가 아니었던 과거와 달라진 점. '이 분들'은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 통합 민원 창구로 등장한 게임문화재단

오랜 제도가 사라짐에 따라서 실무 차원의 변화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과거 (강제적 셧다운제를) '언제까지 시행하라'는 고시가 있었듯이 '언제까지 없애라'는 발표가 나올 것"이라며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이미 하고 있던 하나(선택적 셧다운제)는 남기고, 하나(강제적 셧다운제)는 없애는 방향이라서 업무적으로 중차대한 지장까지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학부모·게이머와 개발사 사이에 게임문화재단이 자리한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선택적 셧다운제의 처리를 문체부 산하 비영리법인인​ 게임문화재단이 대행한다. 지금은 게임별로 셧다운 신청을 받는데, 게임문화재단이 웹페이지, 모바일 앱, 전화, 팩스 등으로 일괄적으로 학부모의 게임 차단 민원을 접수받는다. 

이는 게임문화재단이 이미 제공하던 '게임 이용 확인 서비스'를 확장한 것이다. 재단 측은 "법정대리인이 개별 게임사마다 들어가서 시간을 설정하던 것을 일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며 "문체부가 정한 법령의 대상 기업이라면 해외 게임사라도 재단을 통해서 게임 이용 시간 설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가 원한다면, 자녀의 <리그 오브 레전드> 접속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법정대리인과 미성년자의 의사가 충돌할 때는 법정대리인이 우선하는 것이 일반 원칙이다.

재단 측은 "선택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게임업계와 협업함은 물론 게임유튜버와 함께 안내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개별 게임사가 제공하는 자녀 게임 시간 선택 서비스가 사라질지, 게임문화재단의 서비스와 공존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임문화재단의 게임 이용 확인 서비스.

 

 

# 같은 게임, 다른 제도... 행정력 닿지 않는 밸브의 스팀

그러나 많은 게이머들이 이용 중인 밸브의 스팀은 문제로 남아있다. 오늘날 스팀에는 연령 분류 등급이 게시되고 있지만,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터널 리턴>은 한국의 님블뉴런이 만든 15세 이용가 MOBA&배틀로얄 게임으로 카카오게임즈 버전과 스팀 버전이 존재한다. 카카오게임즈 버전에서는 셧다운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스팀 버전에서는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같은 게임이지만, 채널링 주체에 따라서 다른 제도가 적용중인 것이다.

스팀에도 자녀 보호 시스템이 있지만, 핀번호 입력을 통해 특정 게임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만 제공되며 시간 설정은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행 게임법에서 규정하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법에는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 제한"한다고 되어있다.

국내 법인이 존재하는 에픽게임즈에도 스토어가 있으며, 동일 런처를 통해 <포트나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여러 자녀보호 기능을 제공하지만, 런처 차원에서 법에서 규정한 게임물 이용시간 컨트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본지는 이 문제에 관해 에픽게임즈 코리아에게 질문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스팀의 자녀 보호

 

에픽 스토어의 자녀 보호 인터페이스. 역시 시간 설정은 없다.

 

 

# 플랫폼 경계는 없어지는데... 선택적 셧다운제도 결국 수순 밟아야

현행 선택적 셧다운제는 연매출 300억 원 이상의 게임사가 제공 중인 게임에만 적용된다. 2012년에 설정된 기준으로 시간이 지나며 대형 게임사 연매출은 조 단위를 돌파하게 됐고, 주요 플랫폼 역시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 'PC 온라인게임을 제공 중인 연매출 300억 원 미만 게임사'는 흔치 않다. 마찬가지로 흔치 않겠지만, PC 온라인게임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연매출 기준 달성 전까지 셧다운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크로스 플레이, 다중 플랫폼 개발, 클라우드 게이밍까지 도래하는 오늘날 선택적 셧다운제에는 빈틈이 적지 않다. (일부 세력의 꾸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게임에는 셧다운제를 적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바뀐 조건을 인식한 듯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한 자리에 게임 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내걸었다.

진정으로 게임 리터러시가 널리 교육된다면, 선택적 셧다운제도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다. 문체부가 말했듯, 법으로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게 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2012년, <스타크래프트 2> 대회에 참가했다가 강제적 셧다운 때문에 경기를 패한 이승현 선수의 중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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