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0원도 못 번 게임사가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 게임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646개 게임 업체(제작·배급)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수록됐다. 왜 40%의 게임사들은 이익을 거두지 못했을까?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이들에게 물꼬를 틀어줄 수 있을까?
업체의 소재지는 서울이 54.5%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경기(26%), 대구(4.2%), 부산(3.6%)이 그 뒤를 이었다. 2016~2020년에 세워진 회사가 34.8%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잇는 것은 2011~2015년이었다(34.4%).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3억 4,600만 원의 자본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가진 자본금의 중앙값을 내면 1억 1,000만 원이었다. 중앙값(medium)이란 평균값(mean)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극단치를 제하기 위해 사용됐다. 1억 원 미만의 자본금을 보유한 기업은 37.8%에 달했다.
646개의 업체들은 2022년 한해 얼마를 벌었을까? 이들이 번 매출의 평균은 251억 100만 원, 중앙값은 8억 2,300만 원이었다. 게임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또 평균매출액은 2021년 대비 5.7% 감소했다. 게임사들이 벌어들인 돈의 평균이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매출에서 비용을 제한 영업이익은 어떨까? 연간 이익액은 평균 29억 2,500만 원, 중앙값은 2,100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37.3%의 업체들이 0원 미만, 즉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답변했으며, 3.7%의 업체들이 매출이 0원이라고 답했다. 백서는 "전반적으로 업체들이 영업에 대한 이익을 크게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특정 몇몇 대규모 기업들의 많은 이익으로 영업이익에 대한 평균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내용을 종합하면, 2022년에는 41%에 달하는 게임사들이 영업손실을 거둔 셈이다.
2024 게임백서의 '2022 영업이익'
원인은 무엇일까?
조사 결과, 응답 업체의 60.3%가 모바일게임으로 매출을 낸다고 답변했으며 PC게임이 24.4%, 아케이드게임이 10.6%, 콘솔게임이 4.7%로 뒤를 이었다. 매출원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마켓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모바일게임으로 단위를 좁히면, 플랫폼별로 구글플레이에서 67.8%, 앱스토어에서 24%, 원스토어에서 6.1%의 매출을 거두었다.
2022년 2월,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에서 맞춤형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옵션을 도입했다. 애플은 이보다 앞선 2021년 4월부터 사용자 데이터 추적 제한을 시작했다. 양대 거대 플랫폼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으로 다수의 이용자들이 추적 금지 요청을 선택했고, 모바일게임의 ROAS(광고수익률, Return on AD spend)는 날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024 게임백서의 '모바일 게임 매출 현황'
디스이즈게임의 취재에 익명을 요구한 모바일게임사 사장은 "거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광고 추적을 끄기 때문에, 인앱 광고 수입은 2021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간단한 UI와 짧은 플레이 시간을 주 무기 삼은 '하이퍼 캐주얼게임의 수익성이 전과 달리 낮아졌다'는 가설이 증명된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비확률형 모델을 채택한 게임사가 71.1%로 월등히 많다는 부분이다. 확률형 아이템 BM(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게임사는 28.9%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특성상 거짓 답변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으나, 매출 수입원의 60.3%가 모바일게임이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하지 않은 비율이 높다는 종합은, 광고 수입의 감소가 매출 감소의 핵심 원인이라는 가설에 힘을 싣는다.
시즌패스, 유료게임 등 기타 BM에 대한 설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2024 게임백서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으나, 실제 설문은 2022년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내용은 재작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연간 국민소득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연간 국가 경제성장률은 2.6%, 2023년의 그것은 1.4%였다. 여기에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게임업계는 구조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문제를 해외로 돌리면 상황은 나아질까? 다시 게임백서로 돌아와 646개 업체의 해외 거래 여부를 확인해 보자. 2022년 해외로부터 수입과 수출이 전혀 없었다고 답변한 비율은 72%였다. 해외에 게임을 수출한 비율은 24.3%였으며, 백서는 "대규모 업체일수록 응답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2024 게임백서의 '연간 해외거래 여부'
2022년 한 해 동안 게임을 수출한 적이 있는 제작 및 배급업체들을 대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들이 거둔 평균 수출액은 3,034만 8,000달러(약 405억 390만 원)이었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을 제한 중앙값은 69만 1,000달러(약 9억 2,100만 원)였다. 구간별로 보면, ‘10만~100만 달러 미만’을 수출했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전체의 39.8%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100만~1,000만 달러 미만’(28.1%) 순으로 조사됐다.
해외에 게임을 수출한 업체들은 주로 모바일게임을 오픈마켓에 배포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수출했다. (64.9%) 하나의 게임을 글로벌에 통용되는 마켓에 올리고 해당 시장의 언어를 지원한 수준의 진출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같은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수출'한다고 하더라도, 해외 이용자는 마찬가지로 추적 금지 옵션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을 수출했지만, 현지법인이 없는 업체들 중 다수인 63.5%가 새로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없음"을 골랐다. 진출 의사가 있었던 시장 중 가장 많은 답변을 나타낸 곳은 동남아(14.9%)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월 해외 퍼블리셔의 현지법인 설립을 의무화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는 핵심 시장으로 지난해 1분기 동남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 중 38%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다.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들 중 56.5%(1+2순위, 중복답변)가 은행 등 금융권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퍼블리셔를 통한 자금 유치는 44%(1+2순위)였다. 창업자 개인 자금으로 돌아가는 회사는 24.3%(1+2순위)였다. 자금 조달 방법으로 '정부 지원 자금'을 꼽은 회사는 전체 8.2%(1+2순위)로 나타났다.
자금 확보가 왜 어렵냐는 묻는 질문에 646개의 업체 대표는 정부의 정책 의지 결여 (56.8%), 대출 제도상 어려움(42.9%)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1+2순위)
2024 게임백서의 '필요한 자금 조달 방법'
2022년, 정부는 225억 원 규모의 게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편성하고 업체를 선정해 지원금을 나눠주었다. 하지만 646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상으로는 게임 개발을 위한 공적 지원을 수령하고, 효능감을 느끼는 업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문체부가 같은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221억 원이다. 해당 지원사업은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서 지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