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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완전히 끝나버린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15년 동맹

블리자드는 왜 이럴까? 넷이즈는 왜 이럴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4-26 18:28:17

2023/04/26 업데이트: 본 기사에 인용된 중국 매체 시나테크의 '넷이즈 블리자드 고소' 기사는 현지 법원의 행정 오류에 기인한 오보로 드러나 이를 본문에 반영했습니다.

 

블리자드와 넷이즈는 한배를 꽤 오랫동안 같이 탄 사이다.


2008년, 블리자드와 넷이즈는 <스타크래프트 2>, <워크래프트 3>, 그리고 배틀넷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블리자드를 이끌던 마이크 모하임은 "넷이즈는 중국 게임시장의 선두 주자로 중국 내 사용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넷이즈는 더나인으로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중국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몸값을 끌어올렸다. 과거 <몽환서유> 등 자체 개발 게임으로 승부를 봤던 넷이즈는 블리자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중국 게임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좋았던 관계는 <WOW>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출시한 <하스스톤>을 가장 많이 플레이한 나라도 중국이었다. 띵레이 넷이즈 CEO는 당시 컨퍼런스콜에서 "<하스스톤>의 영업이익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보다 많다"라고 강조했다. 2016년의 <오버워치>는 1년 만에 500만 장이 팔렸다. <오버워치> 리그 시청자 수도 매해 늘어났다.

2022년 6월 정식 출시된 <디아블로 이모탈>은 블리자드의 2번째 모바일게임이면서, 넷이즈와 함께 개발한 게임이다. 시리즈의 전통과 일정 부분 '타협'이 이루어졌고, 팬들에게 P2W이라고 이해될 만큼의 비즈니스모델이 도입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임은 글로벌 출시 8주 만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벌었고, 7월 중국에 출시되어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마지막 합작품이 되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중국에 남아있는 '마지막' 블리자드 게임이다. 나머지 게임들이 전부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 블리자드 "우리는 연장하자고 했다" vs 넷이즈 "이혼하면서 동거 요구하는 꼴"

 

​2022년 11월, 블리자드는 중국 내 자사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넷이즈도 블리자드에게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꺼냈다. 과연 누가 누구를 토사구팽 한 걸까?​

미국과 중국의 외신 보도, 그리고 두 회사의 공식 입장을 망라하면, 두 회사는 최종적으로 파트너십 연장에 이르지 못했다. 2008년 <WOW>부터 맺었던 15년가량의 파트너십이 종료된 것이다. <WOW>부터 <오버워치 2>까지,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은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블리자드 측은 연장 협상을 제안했으나, 넷이즈가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넷이즈는 블리자드가 불공평한 조건을 제시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외신에서는 텐센스, 바이트댄스 등이 블리자드의 새 파트너로 거론됐지만 새로 나타난 파트너는 2023년 4월까지 없다. 중국 법에 의하면, 새로 게임을 출시해 서비스할 경우, 판호를 새로 받아야 한다.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성명을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블리자드: 넷이즈가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월부터 게임 서비스가 중단된다. 새로운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눴다. 고품질의 게임을 서비스할 파트너를 우선 고려할 것이다. 게임이 다시 서비스되면 누구나 (이전 데이터로)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시일 내 중국에 블리자드 게임을 서비스하도록 노력하겠다.

 

넷이즈: 블리자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6개월 계약 연장을 제안했으며, 제안 이전에 블리자드는 상하이의 운영팀을 해체했다. 동시에 블리자드는 그 기간 중 다른 파트너와 협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블리자드가 타사에 제시한 기간은 3년이다. 넷이즈는 이러한 협상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블리자드의 제안은) 이혼을 하며 동거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블리자드 차이나가 웨이보에 올린 성명문 전문

 

# 넷이즈의 응어리, 블리자드를 정조준하다

 

협상의 결렬 이후 넷이즈는 분노에 가득 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사 사옥의 <WOW> '피의 울음소리' 동상은 <나라카>의 언월도가 되었다. 넷이즈는 틱톡에 동상을 철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사내 카페에서는 '폭설녹차'라는 메뉴를 추가하며 블리자드를 문자 그대로 조롱했다. 웨이보, 위챗 등지에서는 중국 인터넷 특유의 민족주의적 감정이 더해지면서, 블리자드를 향한 비판은 날로 뜨거워졌다.

급기야 25일, 중국 매체 시나테크는 넷이즈가 블리자드를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블리자드가 계약에 명시된 고객 대상 환불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 넷이즈는 블리자드가 '거액의 착수금'을 받아 놓고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으며, 넷이즈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블리자드는 넷이즈로부터 아직 소장을 받지 않았다"라며 "(넷이즈가) 실망스러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라고 받아쳤다.

*업데이트: ​해당 내용은 오보로 드러났다. 시나테크는 현지 법원 문서를 근거로 보도했으나, 문서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것. 실제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양쥔이라는 이름의 개인이며, 넷이즈가 함께 원고로 거론된 경위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블리자드가 내세우는 <디아블로 4>는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출시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중국에서도 '디아블로' IP에 대한 선호는 대단히 높다. 중국에서 <디아블로 3>가 '파인애플'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됐던 적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또 최근까지 <디아블로 이모탈> 전 세계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 단일 시장에서 견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리자드에게 <디아블로 4>의 중국 출시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나라카> 공식 웨이보는 의 피의 울음소리 동상을 부수고 그 자리를 <나라카> 속 언월도로 대신했다고 소개했다.

 

# 블리자드는 왜 이럴까? 넷이즈는 왜 이럴까?

①리더십의 교체

마이크 모하임과 2021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알렌 브랙은 넷이즈와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이루어 왔던 주역이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중국을 찾아 직접 소통하기를 즐겼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블리자드를 떠나면서, 블리자드는 바비 코틱의 책임이 됐다. 반면에 넷이즈의 최종결정권자는 예나 지금이나 설립자 띵레이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협상 당사자는 넷이즈와 깊은 '꽌시'를 맺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WOW: 리치왕의 분노>를 소개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마이크 모하임(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알렌 브랙(오른쪽에서 세 번째)


② 바비 코틱이 중국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주장

블리자드 게임의 성패와 관계없이 <콜 오브 듀티>의 북미 시장 성과 없이는 바비 코틱이 ABK(액티비전, 블리자드, 킹)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CEO가 된 이후 ​블리자드의 성차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고, 노동조합에서는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설상가상으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와 <오버워치 2> ​출시 전까지 회사의 매출은 3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드러냈다.


중국 게임매체 징허(竞核)는 관계자를 인용, 바비 코틱이 넷이즈에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2년 치 계약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비 코틱 측이 넷이즈에게 5억 달러(약 6,680억 원)의 착수금을 요구했다고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했다.​

③ 마이크로소프트(MS)로의 인수
2021년 블리자드 순수익에서 양사 계약이 차지했던 비중은 3%로 알려졌다. 넷이즈 역시 2021년 및 2022년 9월까지의 순수익 중 1~3%가량이 해당 계약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14년을 이어온 관계인 만큼, 통상적인 상황 속 비슷한 조건의 제안이 오갔다면,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계속됐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볼 만하다.​ 그러나 블리자드, 정확히 ABK는 몸조심을 해야 할 때다.

각국 규제 기관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BK 인수가 합당한지 살펴보고 있다. 블리자드와 넷이즈가 화상으로 연장 계약을 진행하던 것은 2022년 11월의 일이다. 불과 몇 주 전 영국의 경쟁시장청(CMA)는 "복수의 시장에서 중대한 경쟁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MS의 ABK 인수에 대해 일차적으로 기각 입장을 냈다.

양자 간의 협상은 바로 이 무렵 이루어졌다. NYT는 당시 넷이즈 띵레이 CEO가 블리자드 측에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기존의 파트너십보다 한 발 나아간 제안인데, ABK는 이것이 각국 규제 기관의 빈축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하며 거절에 가까운 태도를 취했다.

 

또 NYT는 이 과정에서 통역 오류가 빚어졌다고도 전했다. 띵레이 측은 '라이선스 계약으로 향후 중국 정부의 인수 승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성사되지 않으면 중국의 인수 승인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쪽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영국 CMA의 다음 검토 결과는 현지 시각으로 4월 26일경 공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 지금 중국에서는... '블리자드 게임, 굳이 필요 없다'?

 

<오버워치 2>가 서비스 중이니 이제 블리자드에게 남은 기대작은 <디아블로 4>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꼭 블리자드 게임이 필요한가'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게임 업계의 관계자는 "현지에서 <디아블로 4>에 관한 기대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디아블로 이모탈>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우려가 있는 데다, (이번 사태로) 블리자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커졌다. 신작이 나오면 (VPN 등을 이용해) 해볼 사람은 있겠지만, 예전처럼 블리자드 게임이 절실한 것 같지는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오히려 "넷이즈는 블리자드와의 관계보다는 자체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졌다. 차이나조이 무렵 (넷이즈 산하의) AAA급 타이틀의 발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차이나조이의 넷이즈 부스. 코스어들 뒤로 조그맣게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로고가 보인다.
당분간 이 광경은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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