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은 삭막합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잠깐씩 교류하다 헤어지고는 하죠.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온라인 속 관계라는 건 현실의 관계에 비하면 한없이 얄팍하고 허술해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과연 모든 온라인 속 관계가 그럴까요?
어느 사회교육학자는 온라인 게임 속 사람들의 교류가 얼마나 끈끈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많은 문헌을 뒤지고 실제 사례를 탐구했죠. 그런데 정작 연구를 거듭하던 그에게 해답을 준 것은 다름아닌 자연재해, 미국 남부에 불어온 허리케인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재산과 목숨을 앗아가는 허리케인이 과연 어떤 해답을 준 것인지, 다음 카드뉴스로 만나보시죠.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어느 날,
미국 남부를 강타했다는 허리케인 소식
매년 불어오는 허리케인은
많은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목숨마저 앗아간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북부 대학에서 연구하던 나에게는 먼 일.
희생이 적기를 바라며 연구로 되돌아갔다.
그때는 몰랐다.
그 허리케인이 내 연구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나는 사회교육학자다.
교육적 의미의 게임이 궁금해져서 연구하기 시작했고
곧 게임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지게됐다.
당시 연구 주제는 게임 커뮤니티의 사회성
대형 온라인 게임이 계속 나오면서
게임 속 유대는 점점 끈끈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궁금해진 건 바로 그 부분.
그들의 연대와 동료의식, 유대감은 게임 속에서 끝나는 걸까?
어쩌면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와 마찬가지로,
사회로 나왔을 때도 유지되는 게 아닐까?
그때 들려온, 허리케인 재해의 어느 생존자 소식.
무심코 채널 돌리던 나는 손을 멈췄다.
허리케인 폭풍 속,
건물 지붕과 자동차가 날아가고
전기, 수도도 모두 끊긴 상황에서
혼자 살던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휴대폰에 계속 전달된 메시지.
그가 플레이하던 게임 길드원들의 메세지였다.
그는 리니지2 유저였고
길드원과 함께 플레이 도중
‘우리 집으로 허리케인이 온다’는 말과 함께 연결이 끊겼다.
갑작스레 연락이 끊기자
걱정되기 시작한 길드원들
길드장에게 물어 연락처를 알아내고
일정 간격으로 무사한지 문자를 보냈다.
허리케인 앞에 닥친 유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뭘 해야할지 알 수 없던 길드원들
리니지2 포럼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글을 올리자마자 달리기 시작한,
유저를 걱정하고 도와주려하는 수백개의 리플
생존과 건강을 염려하며
실질적인 도움과 충고를 주려던 포럼 유저들
길드원들은 이들의 뜻과 정보를 유저에게 보냈고
계속된 연락과 조치 끝에
유저는 무사히 허리케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아주 드문 경우였지만,
나는 연구를 거듭하며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허리케인처럼 심각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유저들은 항상 함께 게임하는 사람의 안부를 물어보았고
언제나 서로의 몸이 건강하길 바랐으며
주저없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다.
내가 만난 유저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다른 유저와 유대를 맺고 관계하는 그 활동이
현실의 가정과 직장에서 종종 부족하다고 느꼈던
나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와
따뜻함으로 다가왔다고.
게임을 좋아해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연구가 마무리된 지금, 나는 게임이 더 좋아져버렸다.
그 이유는 이번 연구로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임이란,
유저들의 관계가 끈끈히 맺어지게 하는 매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상실감과 실망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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