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T부터 게임을 즐긴 입장에서, <발로란트>는 '꽤나'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FPS 초심자인 탓에 팀에 기여하는 바는 극히 낮았지만, 상대를 잡을 때 재미는 쏠쏠했고 설령 먼저 죽더라도 구경하는 맛 역시 확실했기 때문이다.
출시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롤버워치'라는 비아냥도 오해에 불과했다. <발로란트> 캐릭터들은 스킬을 사용하긴 하지만, 대부분 유틸성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격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이에 따라 정통 총싸움과 유틸성 스킬이 적절히 섞이는 '독특한'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지만 <발로란트>에는 여전히 의문부호와 우려들이 존재한다. 낮은 그래픽 품질과 지나치게 긴 게임 시간, 안티치트 프로그램 뱅가드에 대한 우려 등은 지금도 <발로란트>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이에 '별로란트'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등장했다.
과연 <발로란트>는 여러 가지 우려를 딛고 '유저들과의 여정'을 순탄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발로란트>의 단점과 우려를 정리하는 한편,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담아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발로란트>는 일반적인 FPS 게임과 달리 시프트 키를 누르면 천천히 걷는다. 문제는 <발로란트>의 발소리가 크고, 들리는 범위도 넓다는 데 있다.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게임 대부분을 '천천히' 걸어야 한다.
또한, <발로란트>는 <오버워치>만큼 캐릭터 대사 빈도가 높지 않으며 스킬 쓰는 소리도 크지 않다. 기본 체력도 낮아 피격 시 효과음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 따라서 발소리는 선명하게 들릴 수밖에 없고, 게임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크다.
2일 <발로란트>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조 지글러(Joe Ziegler) 게임 디렉터는 이것이 의도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러 설계한 부분이다. 모든 행동에 대한 결과를 충분히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게끔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느린 이동속도'와 '전략성'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도 꽤 갈리는 모양새다. 발소리를 감추기 위해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만큼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략성을 갖고 이동해야 하므로 재미있다는 유저도 존재했다.
<발로란트>는 13라운드를 선취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각 라운드는 짧으면 1~2분, 길어도 3분이면 끝난다. 이는 캐릭터의 체력이 낮아 TTK(Time To Kill)가 짧고, 맵의 크기도 작은 <발로란트>의 특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양 팀이 최종 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 게임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 라운드 당 평균 2분으로 계산하더라도, 게임을 끝내려면 대략 40~5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 개별 라운드 길이가 짧고, 직접 플레이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지루함'은 느끼긴 힘들었다.
문제는 아군이 탈주했을 때다.
<발로란트>는 게임 인원에 공백이 생겨도 다른 유저가 들어오거나 항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때문에 인원 손실이 생긴 팀 유저들은 플레이하는 내내 패널티를 안고 싸워야 한다. 유저가 탈주하면 다른 유저의 난입을 허용하는 <오버워치>나, 투표를 통해 항복을 결정할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익숙한 유저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물론 머리수가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이 중심인 게임에서 '불공평한' 항목이 있다는 것은 더 큰 불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른 유저의 난입이나 항복 등이 반드시 추가되어야 하는 이유다.
<발로란트>가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그래픽'이다.
실제로 <발로란트>의 그래픽 퀄리티는 노트북 내장 그래픽 'intel UHD graphics 620'으로도 문제없이 구동될 만큼 썩 높은 편은 아니다. 이에 따라, 실사 그래픽을 선호하는 분들께 <발로란트>가 모바일 게임처럼 비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픽은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엇게임즈가 이러한 '모험수'를 던진 건,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 지글러는 "고사양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성은 국가별로 다르다"라며 "사양을 낮춰서 더 많은 유저와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발로란트> 총괄 프로듀서 애나 던런(Anna Donlon)이 "그래픽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지켜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래픽은 '호불호'의 영역이다.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발로란트> 그래픽은 뛰어나진 않지만, 직관적이며 스킬의 가시성도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기자 역시 <발로란트>를 오랜 시간 플레이해도 큰 무리를 느끼지 못했다.
'뱅가드'는 <발로란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라이엇게임즈는 <발로란트> 출시 전부터 안티 치트 프로그램 '뱅가드'를 통해 핵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어필해왔다.
<발로란트> 안티 치트 책임자 폴 챔벌레인(Paul Chamberlain)에 따르면 뱅가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치트 방지 프로그램 '데마시아'를 개량한 것으로, 지정된 핵 프로그램 이외에 유저의 행동까지 분석해 핵 사용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핵을 잡기 위해 준비된 뱅가드는 일반 유저의 경험까지 영향을 미쳤다. 오버클럭, 엔비디아 그래픽 제어판, CPU-Z 등 다수 외부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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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 지글러는 "뱅가드에 관한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만큼, CBT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었다. 발생한 문제들을 확인했고, 이를 해결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발로란트> 정식 출시를 결심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발로란트>에는 아직 불안정한 부분이 남아있다. <발로란트> 모 커뮤니티에는 오류로 인해 게임을 재시작하라는 문구가 뜬다는 유저부터,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없다는 유저 등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어렵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온전히 뱅가드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그동안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른 뱅가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C방 게임 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3일 <발로란트>는 PC방 인기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출시일 기록한 15위에 비하면 3계단 상승한 것이다. 유저가 많이 몰리는 주말쯤이면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곡선이 '오픈빨'로 끝나지 않으려면, 뱅가드에 대한 의문부호를 확실히 걷어낼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했다던 개발진의 호언장담과 달리, 게임 실행에 불편함을 겪는 유저는 여전히 존재한다. 조속히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깎아 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이유다.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 시간이 오래된 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무수히 많은 위기가 있었다. 2016년 게임을 뒤덮은 '헬퍼' 문제부터, 유저들의 욕설이나 탈주 등 비매너 행위를 제대로 막지 못해 지탄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다.
많은 기대를 받은 것과 달리, 현재 <발로란트>는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오랜 시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로란트>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래픽은 차차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뱅가드'는 정식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애나 던런 총괄 프로듀서는 "우리가 이 게임을 사랑하는 만큼, <발로란트>를 즐기고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의 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발로란트>에 존재하는 숱한 의문부호를 걷어내고, 유저들과의 '순탄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