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시장의 경쟁심화로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제 막 온라인게임이 태동하는,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이른바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이 주목을 받고 있죠.
이미 발 빠르게 신흥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둔 국산 온라인게임들도 적지 않습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는 창간 5주년 특집으로 그들의 진출 전략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이머징 마켓을 잡아라! 3편은 브라질 시장에서 3년 넘게 1위를 고수한 KOG의 <그랜드체이스>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내부 사정으로 인해 출고가 늦어졌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아직은 작은 시장’
브라질 게임 시장의 규모는 아직 작다. 전체 인구가 2억 4천만 명에 달하는 브라질의 인구 중 6,300만 명만 인터넷을 사용한다. 30%에 턱걸이하는 수치다.
그 중 광대역 인터넷 인구는 1,200만 명에 머문다. 게임 시장의 규모는 8,750만 달러(한화 1,051억 4천만 원) 수준이다. 1인당 GDP도 6,939달러(한화 833만 7,902 원)로 우리나라의 1만 9751달러(한화 2,373만 2,801 원)에 비해 1/3 수준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게임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 브라질 정부의 적극적인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2011년까지 약 1억 6천만 명 이상이 브로드밴드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의 월드컵도 경제 성장의 호재다.
경제적인 성장과 더불어 유저들의 구매력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랜드체이스>의 경우, 3년 전에는 한국의 25%수준이었던 유저들의 구매비율도 최근에는 90%까지 쫓아왔다.
브라질은 자체 게임개발사가 없고 시장의 60~70%를 한국 온라인게임이 차지한다. 이로 인해 한국 온라인게임이 브라질 유저에게 친숙하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도 가장 먼저 안착한 <라그나로크>를 비롯해 <건즈>, <카발>, <그랜드체이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랜드체이스>의 국내/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이창우 팀장은 “브라질은 향후 온라인게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며 미래를 본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 해적서버와 삼바축제 등 다양한 악재가 혼재
브라질은 러시아와 더불어 가장 많은 해적서버를 자랑하는 나라다.
<그랜드체이스>를 비롯해 <라그나로크>, <카발> 등 어지간한 온라인게임은 수 십, 수 백 개의 해적서버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마땅히 신고할 기관도 없을 뿐 더러 행여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고민 끝에 KOG가 선택한 방법은 ‘맞대응’이었다. 규모가 큰 해적서버의 리스트를 정리한 후 DDoS공격을 통해 서버를 공격했다. 동시에 현지 퍼블리셔와 KOG가 모두 접근할 수 있었던 서버의 관리자 접근권한을 KOG 직원들로 한정했다.
클라이언트의 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이창우 팀장은 “해적서버에 대해서는 아직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보안을 강화하고 보이는 족족 해적서버를 스스로 처리하는 수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상징인 ‘삼바축제’도 온라인게임에겐 ‘악재’다.
브라질에서는 매년 2월 셋째 주부터 일주일 동안 전국적인 리오 삼바 축제가 열린다. 리오 삼바 축제 기간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을 만큼 행사의 열기가 뜨겁다. 오죽하면 ‘브라질 사람들은 2월 달 축제를 위해 1년을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온라인게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랜드체이스> 역시 리오 삼바 축제기간에는 동시접속자의 30%가량이 줄어든다. 매출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3년간 축제 기간에 맞춰 업데이트를 진행하거나 이벤트를 벌이는 듯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이창우 팀장은 “브라질에 진출한 온라인게임은 리오 축제기간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며 “<그랜드체이스> 도 2월은 축제 업데이트 정도만 해주고 아픔을 참고 견디다 축제가 끝난 3월부터 유저들을 게임에 불러들이는 ‘복귀 이벤트’를 벌인다”고 답했다.
정면돌파가 아닌 우회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 위조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사기도 횡행한다는 점에서 브라질시장은 만만치 않은 곳이다.
■ 성공의 열쇠는 네트워크와 마케팅
다양한 악재를 견딜 자신이 있다면 브라질 시장 진출을 노리는 회사가 두 번째로 고민해야 할 것은 네트워크와 마케팅이다.
브라질 시장은 아직까지 네트워크가 매우 느리다. 최근 급성장으로 PC의 평균사양은 2~3년 전의 한국 수준까지 따라왔지만 네트워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나마 256K 모뎀이 주력이던 가정집에 최근들어 메가비트 단위의 전용선이 드문드문 들어서기 시작한 게 전부다.
특히 지역별 편차가 심하므로 국내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매우 느린 네트워크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랜드체이스> 역시 네트워크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P2P 기반인 <그랜드체이스>에 서버에서 패킷을 교환하는 릴레이 서버를 따로 구축했으며 업데이트 에도 꼭 필요한 리소스만 추려냈다. 만약 50MB 이상의 패치가 있다면 미리 퍼블리셔에게 알리고 사전 다운로드 등을 통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자체 개발 게임이 없는 브라질 유저들은 각종 해외 게임을 즐기는데 익숙해있다. 때문에 다른 게임보다 얼마나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게임 운영에 공을 들이느냐도 중요하다.
<그랜드체이스>도 축제 때마다 ‘아이템과 신규 모드, 맵’ 등을 개발해서 업데이트하고 매달 있는 기념일마다 아바타나 해당 지역의 상징 등을 게임에 추가했다.
이창우 팀장은 “브라질 유저들은 자신들을 얼마나 대우해주느냐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문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이상, 현지 퍼블리셔의 말을 적극적으로 따를 것”을 권했다. 아래는 이창우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KOG 국내/해외사업총괄 이창우 팀장 미니 인터뷰 2006년 6월부터 진출했으니 약 3년 정도 지났다. 현재 동시 접속자는 2만 2천명 정도이며 2006년부터 브라질 온라인게임 순위집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라그나로크>의 기록을 갱신했다. 매출은 한 달에 약 6억 ~ 7억 정도다. - 2006년이면 브라질 시장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을 때인데? 맞다. 브라질 시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이다. 게다가 <그랜드체이스>가 브라질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격투기반의 게임이 거의 없었다. FPS게임도 몇 개 들어왔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브라질 진출에 앞서 현지 퍼블리셔인 레벨업(LevelUP)이 요청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오픈 베타테스트 시기에 있던 주니나 축제(Festa Junina), 민속의 날(Folklore Day) 등 기념일에 맞춰 특별한 게임모드와 아바타, 맵 등을 제작했는데 이게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 브라질에서는 최근 어떤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나? PvP와 랭킹, 빠른 대결구조 등을 강조한 MMORPG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가별로는 국내 게임이 60~70%이며 유럽게임도 종종 보인다. - 브라질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역시 확장 가능성이다. 전체 인구에 비해 인터넷 이용인구가 적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약속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 축제가 많기로 유명한 브라질인데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대부분의 축제와 기념일은 게임에 도움이 많이 되는 편이다. 브라질에서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념일이나 축제가 이어지는데 그 기간에 맞춰 이벤트나 업데이트를 진행하면 관심을 모으기가 매우 쉽다. <그랜드체이스>만해도 매 기념일과 축제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다만 리우 삼바축제만은 예외다. 길게는 축제 2주 전부터 매출이 급감하는데 사실상 방법이 없다. 그냥 축제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 마케팅 방식도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휴대폰결제나 문화상품권 위주인 국내와 달리 브라질은 페이팔과 캐시충전카드 등을 주로 이용한다. 그래서 마케팅도 프로모션행사나 광고 등을 통해 캐시카드를 나눠주는 방식이 많다. 특히 PC방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브라질의 특성상 게임잡지 등의 부록으로 쿠폰을 함께 넣는 방식이 효과도 좋고 자주 쓰인다. 현지 퍼블리셔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 일화로 <그랜드체이스>에는 브라질 퍼블리셔의 제안을 받아 악어를 모티브로 만든 쿠카(우측 사진)라는 펫이 있다. 이 펫이 브라질에서 큰 인기를 끌길래 다른 국가에도 판매를 시작했더니 판매는 안되고 ‘못 생긴 펫’ 취급만 받았다. 이처럼 국가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현지화에 있어서 현지 퍼블리셔의 말은 정말 중요하다. <그랜드체이스>도 현지 퍼블리셔의 이야기를 적극 반영한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초기 시장 확보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그랜드체이스>가 브라질에서 진출한 지는 얼마나 됐나?
- 브라질 진출을 꿈꾸는 업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