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레트로 트렌드는 조용하지만 힘찬 저류를 유지하고 있다. 게이머 평균 연령(≒평균 구매력)이 높아지는 한편 개발 툴도 발달하면서 기존 대비 ‘작은 시장’ 안에서도 어떻게든 손익분기를 넘길 가능성이 커진 덕분이다. 레트로 장르 게임 개발사들이 ‘그때 그 감성’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올드 게이머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게이머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런 옛 장르의 시장성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관련 장르 신작 소식도 더 많이 들려온다. 90년대 유행했지만 이후 힘이 빠졌던 SRPG(전략 RPG) 시장도 최근 더욱 활기를 띤다. 잔뼈 굵은 개발사들이 신작, 후속작, 리메이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팬이라면 가슴 설렐 SRPG 신작 소식, 한 번 모아봤다.
<랑그릿사> 모바일 버전으로 국내에서 호응을 얻은 즈룽게임즈의 멀티플랫폼 신작 <아르케랜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유명 IP에 기초했던 개발사의 전작과 달리 <아르케랜드>는 오리지널 IP로 기획되었다.
상업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높은 퀄리티의 작화와 인게임 스킬 연출 등은 출시 전부터 눈길을 끄는 요소다. 10월 12일 진행한 CBT에서는 캐릭터/직군/스킬별 기믹과 스테이지별 환경요소, 다양한 미션 목표, 속성 상성 등 시스템을 통해 SRPG에 기대되는 깊은 전략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다만 캐릭터 뽑기, 자동전투 등 모바일 장르적 수익모델(BM)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만큼, ‘정통파’ SRPG 팬이라면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캐릭터에 걸맞은 육성 시스템과 파밍 콘텐츠를 마련하면서 모바일 장르에 익숙한 유저들을 공략한다. 현재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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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의 투자를 받으며 화제가 됐던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가 10월 13일 출시한 신작이다. 실사 지향적 3D 그래픽, 다양한 캐릭터, 촘촘한 배경 설정, 보이스 액팅 등으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에 힘을 준 점이 특징.
적의 수효에 비해 투입되는 아군 수가 적고 체력 상한이 낮은 편이기에 긴장감 있는 게임플레이가 펼쳐진다. 유연한 무기 교체, 다양한 상태이상을 발현하는 특수 스킬, 마법, 아이템, 유불리를 나누는 지형지물 등 개념으로 심도 있는 게임플레이를 구현했다.
한편 ‘최대 턴수’ 내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패배하는 시스템, 그리고 직업별 변별성 부족은 불만을 사는 요소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인물과 이야기가 평면적, 전형적이며 대사 퀄리티가 낮다는 비판이 함께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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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마리오>와 유비소프트 ‘래비드’ 캐릭터들 간의 크로스오버로 만들어진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의 후속작이다. 닌텐도가 제작에 참여했지만, 실제 개발은 유비소프트 밀란, 유비소프트 파리 스튜디오가 전담했다.
전편이 <마리오>와 SRPG 장르라는 예상 밖 조합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후속작도 출시 전 평가에서 리뷰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두 IP의 공통점인 밝고 유쾌한 분위기, 즐거운 이야기 전개, 초보자 친화적 난이도 등 전편의 장점이 이번에도 그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신규 캐릭터, 신규 능력이 더해지면서 전략적 유연성과 다양성이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게임플레이의 심도를 높이면서 전작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평점 종합 사이트 메타크리틱, 오픈크리틱에서 전편과 완전히 동일한 85점을 기록하고 있다.
<오우거> 시리즈는 <파이어 엠블렘>과 함께 오늘날까지 참고되는 SRPG의 고전으로 꼽힌다. 고저 차나 캐릭터 방향 등 고려 요소를 다양하게 도입해 턴제 전투의 전략성을 극대화하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고, 후대의 여러 전략 RPG 게임에 큰 영향을 줬다.
<택틱스 오우거 리본>은 ‘리메이크의 리메이크’다. 첫 작품은 95년 슈퍼패미컴 용으로 출시했고, 2010년에는 원작자들이 참여해 시나리오 수정, 신규 시스템 추가 등을 거친 리메이크 버전 <택틱스 오우거: 운명의 수레바퀴>가 PSP로 출시됐다.
이번 게임은 후자의 시스템, 그래픽, 사운드, UI 등을 개선한 타이틀이다. 모든 컷씬에 풀 보이스오버 작업이 이뤄졌고, BGM은 라이브 음원으로 작업되는 등 퀄리티 향상에 공을 들였다. 더불어 캐릭터 육성 방식을 일신했으며 특히 지형과 전황에 따른 적 AI의 전략 변화가 예고되면서 기대를 더한다.
<파이어 엠블렘>은 일본형 SRPG의 장르적 기틀을 마련한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인물과 그들 간의 관계 형성, 퍼마데스(영구 사망) 시스템, 중세 판타지 세계관, 군상극 스타일의 스토리 등이 시리즈의 전통이다. 앞서 소개한 <로스트 아이돌론스> 개발진 역시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의 배경은 엘레오스 대륙이다. 1,000년 전, 사룡과 전쟁을 벌이던 인간들은 이계의 영웅 ‘문장사’의 힘을 빌려 사룡을 봉인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사룡은 부활 조짐을 보인다. 주인공은 사룡을 봉인한 ‘신룡’이다. 봉인 직후 오랜 시간 잠들었다가 기억을 잃은 채 잠에서 깨고, 신룡을 대대로 지켜온 ‘용의 수호자’들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시리즈 기존 주인공인 ‘문장사’들의 참전이다. 작중 등장하는 특수한 반지를 통해 문장사의 힘을 소환한다는 설정. 작품의 제목 ‘인게이지’는 이들 문장사와 함께 발동할 수 있는 특수 협동 기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설정에 맞춰 ‘마르스’, ‘시글드’ 등 기존 시리즈의 유명 캐릭터가 여럿,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