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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스텔라 블레이드' 김형태 디렉터가 일관되게 보여준 '이것'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신념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5-02 19:13:51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저희같이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24년, 국내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는다면 단언컨데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1세대 게임 원화가이자 개발사 '시프트업'을 이끌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 게임 업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지금까지 디스이즈게임이 진행한 인터뷰와 강연 그리고 기사를 통해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하기까지 김형태 대표의 일대기와 철학을 정리해 봤다. 그의 일대기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면 <스텔라 블레이드>라는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 아마추어가 프로로 거듭날 때


본래 '만화가'를 꿈꿨던 김형태는 97년 '만트라'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게임 업계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개발했던 게임은 <오컬트 랩써디언 어컬텔러>. 2021년 지스타 강연에 따르면 처음으로 '프로다운' 그림을 시도하던 때였다. 게임은 출시되지 못했고 개발사는 문을 닫았기에 남아 있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소프트맥스가 연락하며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소프트맥스에서 담당한 첫 게임은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제멋대로' 디자인을 하던 시절이다. 그는 강연에서 “그림 그리는 분들이 흔히 ‘나를 찾아줬으니 내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신다”라고 말했다.

김형태 대표의 초기 일러스트

생각이 바뀐 시기는 <창세기전 3>의 메인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하면서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타인의 요구를 수용해 아웃풋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깨우친 시기다.

타인의 디테일한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하자 그의 그림은 발전했고, 오히려 '수용'을 통해 신뢰를 얻음으로써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됐다. SF의 느낌에 강렬한 형광색 테마를 입힌 일러스트로 주목받았던 것도 이때쯤이다.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마그나카르타> 개발이다. 그가 맡았던 첫 콘솔 게임이자, 3D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다. 지금까지는 게임에 단순히 일러스트가 등장하는 수준이었다면, 활용에 따라 자신의 일러스트를 3D로 구현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형태는 언리얼 엔진을 보며 리얼타임 CG가 언젠가 자신의 미래가 될 것이라 여겼다.


김형태 대표가 2005년 경 언리얼 엔진 3으로 만들었던 습작



# 본격적으로 자신의 화풍을 적용한 <블레이드 앤 소울>


2005년 경 김형태는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블레이드 앤 소울> 개발에 착수했다. 그가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게임이다.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그가 맡은 직책은 아트 디렉터였는데, 당시 큰 ‘뻥’을 쳤다고 한다. 2021년 지스타 강연에서 직접 밝힌 비화에 따르면 이렇다.


“엔씨에 아트 디렉팅을 할 줄 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해본 적 없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할 줄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뻥’을 수습하는 기간이 곧 <블레이드 앤 소울>의 개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2021 지스타 강연 中


아트 디렉터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아트가 게임의 기획과 어우러지도록 해야 한다. 어떤 이미지를 유저에 전달할지,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수립할지, 심지어는 게임의 프레임 레이트와 전투 시의 기믹 및 레인지까지도 기획해야 한다. 프로그래밍과 상당히 밀접한 직함이다. 그만큼 그는 강연에서 열심히 임했던 시기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블레이드 앤 소울> 아트 디렉터를 맡던 시절


<블레이드 앤 소울> 곤 종족의 일러스트 스케치


그리고 당시 아트 디렉터로서 게임을 개발하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있었다. 바로 3D 캐릭터가 자신의 일러스트를 닮은 형태로 게임 내에 구현되게 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살피면 2006년 <블레이드 앤 소울>이 <프로젝트 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을 때부터 이 부분은 확고하게 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Q. 차세대 색깔요?


A. 게임 내용은 지금은 좀 그렇고, 비주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죠. 현재 MMORPG의 그래픽은 대부분 “어 이것 어디서 본 건데” 같은 느낌입니다. 대부분 <리니지 2>의 반 실사풍 아니면 귀여운 카툰렌더링의 SD 스타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일 거예요. 차세대 표현방식 기술과 저의 스타일을 혼합해서 좀더 기억에 남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비주얼'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Q. 혹시 본인의 스타일인 '디폼'(데포르메)과 관련 있나요?


A. 실사풍과 SD풍의 접점에서 이전 MMORPG에서 보지 못했던 비주얼이라는 점에서 ‘디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제 그림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표현 방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최근 그래픽 기술 발전이 리얼 캐릭터 표현 쪽으로만 발전해서, 차세대 그래픽은 리얼풍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저 같은 스타일의 '데포르메' 캐릭터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무척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죠. 작년 한해 동안은 특히 그림보다는 쉐이더를 이용한 비주얼의 표현이나, 차세대 모델링 등 기술적인 공부를 해왔습니다. - 2006년 인터뷰


이를 위해 라이팅 작업을 세세하게 해 나가며 추후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까지 함께하게 된 스태프들과 끝없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가 일러스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빛과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첫 공개부터 <블레이드 앤 소울>은 "김형태의 일러스트가 움직인다"는 반응을 얻으며 게이머에게 시각적 충격을 줬다.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아트 디렉팅은 그에게도 ‘역량보다 거대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전인 만큼 가장 극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가 비로소 "나는 게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된 첫 도전이 바로 <블레이드 앤 소울>이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콘셉트 아트(왼쪽)와 실제 게임에서 구현된 결과물(오른쪽)


# 시프트업 창업과 다시 배운 '게임 개발'


2015년 김형태는 엔씨소프트를 떠나 시프트업을 창업했다. 계기는 단순했다. 3D 게임을 7~8년 만들고 라이브 서비스했더니 한동안 쳐다보기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김형태는 자신의 그림이 쓰이는 2D 게임, 즉 ‘본업’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시프트업의 첫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를 만들며 김형태는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게임 개발자로서 발전을 이뤘다고 했다. 특히 ‘심볼릭’(상징적)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법을 배웠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더라도 이 캐릭터가 유저들에게 얼마나 인식, 인지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본질에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2019년 개발을 발표한 타이틀이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험을 녹여내 만든 <승리의 여신: 니케>와 다시 3D에 도전하는 <스텔라 블레이드>였다. 당시에는 <스텔라 블레이드>는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첫 공개됐던 <스텔라 블레이드>

재미있게도 그의 2021 지스타 강연에 따르면 <스텔라 블레이드>는 크나큰 '두 번째 뻥'을 친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번엔 디렉터 업무를 맡아 '게임 디렉팅'을 할 줄 안다고 대외적으로 공언했다. 이번에는 '레퍼런스'도 없었으니 더욱 큰 뻥이 된 셈이다.


콘솔 싱글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해 본 개발자가 국내에 거의 없다 보니 시프트업 스스로 연구를 하며 개척해 나가야 했다는 점도 컸다. 레벨 디자인에 대한 고충은 <스텔라 블레이드> 관련 인터뷰에서 그가 꾸준하게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Q. 개발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A. 모든 부분이 도전이었습니다. 이런 스토리 중심의 콘솔 타이틀을 제대로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컷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캐릭터의 연기나 표정 연출에 대해 정말 많은 노력을 헸습니다.


더 난이도가 높았던 것도 있네요. 레벨 디자인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게임 시장이 MMORPG 위주로 발전해 왔는데, 여기서의 레벨 디자인은 넓은 맵과 사냥터입니다. 하지만 콘솔 게임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죠. 


플레이어가 잠시 샛길로 빠져서 탐험을 하고 메인 루트로 돌아오는 등, 이런 레벨 디자인을 만든 경험이 적다 보니 스스로 익혀 가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노력해 주신 개발진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네요.


- <스텔라 블레이드> 데모 출시 후 인터뷰 中




#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보인 '이것'

김형태 대표의 여러 인터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한 가지 일관되게 강조되는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개성적인 그림체에 대한 표현의 자유다. 


알다시피 김형태 대표의 일러스트는 독특하다. 인체 비례를 포기하면서까지 강조한 하체와 역동적인 캐릭터의 포즈, 이를 강조하는 복장은 기억에서 쉽게 잊히기 어렵다. 누구나 특유의 표현 방식을 보면 "김형태 대표의 일러스트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표현 방식은 팬과 안티를 동시에 만들기도 했는데, 수십년 간 김형태 대표가 배석한 인터뷰에서는 그림체에 관한 질문이 끝없이 나왔다. 


'상업적'인 것이 목표라 한다면, 오히려 이런 표현을 자제하며 비판과 타협할 수도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 처럼 전 세계를 노린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여전한 그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공개할 당시 "조금 받아들이기 쉬운 디자인"으로의 변경을 예고했음에도 그렇다. 누구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그 즉시 그의 게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많은 의상과 캐릭터는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수많은 복장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과 큰 관련이 없는 김형태 특유의 독특한 느낌이 가미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부분이다. 실제 게임플레이에서는 이런 복장의 획득을 탐험의 동기부여 요소 중 하나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김형태 특유의 의상 디자인에 관해서는 <블레이드 앤 소울> 개발 당시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을 엿볼 수 있다.


Q. 많은 분들이 사랑하고 있는 김형태 AD님만의 캐릭터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A. 저는 저희 게임의 의상 디자인과 타 게임의 디자인을 오뜨쿠튀르(haute couture)와 프레타포르테(prêt-porter)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존 게임의 의상 디자인은 현실의 ‘기성복(Ready to wear)’의 코드를 따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스템에 맞게 정형화된 구조(상의, 하의 등), 일반적이고 잘 알려진 디테일과 재질... 그리고 약간의 진부함...


그래서 저는 오뜨쿠튀르(haute couture)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유분방함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허세와 낭비 좀 떨면 어떻습니까.


체형이나 묘사법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라고 하면 웃기겠지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여자였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남자를 잘 그렸을지도 모르지요. 


좀 더 짚어보자면, 평면화의 한계를 깨기 위해 덩어리와 라인의 묘사를 강조해서 입체감을 느끼도록 묘사하는 방법을 즐기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이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 2011년 공식 인터뷰 

출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스텔라 블레이드>의 의상들


나아가 게임 개발에 대한 철학에 있어서도 같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18세 이용가로 게임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을 접하는 이용자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지만, 오히려 첫 공개부터 '표현의 제약 없는 액션'을 강조하며 이미지를 강하게 잡고 나갔다. 게임 몰입이나 집중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일관되게 감성을 자극하는 보컬곡 위주의 OST를 선보여 독특한 분위기를 가미했다.


이런 일관적인 테이스트는 오히려 게임이 주목받고 차별화된 포인트를 어필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했다. 결국 이런 '자신의 스타일에 관한 신념'이 <스텔라 블레이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이자, 시프트업의 첫 도전이 글로벌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을 정리하며 글을 마친다. 


Q. 그림에 과장된 표현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A. 내 그림에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과장이 없는 것은 이미 현실에 많이 존재한다. 물론 오버하는 표현 때문에 안정적인 느낌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힘들다.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림의 무게중심이 안 잡혀서 불안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 자신은 과장된 표현에서 보이는 매력을 우선 순위로 놓고 작업하고 있다. 또 이런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이해와 아쉬움을 반반으로 봐 주길 바란다.


- 2009년 팬미팅



Q. 매력적 캐릭터로 인기가 많지만, 일부 비판도 있다. 이를테면 인체 과장이나 섹스어필 등이 비판 받는다. 상업성에 관해 일러스트레이터 겸 게임사 대표로서의 철학이 궁금하다.


A. 내가 그리는 것은 상업적 일러스트가 맞다. 모든 일러스트가 똑같다면 세상이 참 재미가 없을 것이다. 나는 섹슈얼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세상에는 안 그런 일러스트레이터도 있고, 나보다 더 그러한 일러스트레이터도 많이 있다. 저는 그런 일러스트레이터 중 하나일 뿐이다.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표현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고, 싫은 사람에게, 혹은 보여줘선 안 되는 무언가를 함부로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 것이고, 선택한 사람이 마음이 안 든다면 선택을 취소하면 된다.


모든 것에 있어 평등하게, 완벽하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면 문화 콘텐츠는 얼마나 재미없어질까? 나는 팔리기 위해서 그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섹스어필 표현을 좋아한다. 그걸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자기 작품에 표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는 그걸 표현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작품만을 만든다면 게임은 물론 영화에서도, 예를 들어 범죄 표현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살고 착하게만 사는 작품이 나오겠지.


그러면 북한에서 만든 작품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문화가 정말 재미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다양성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너무 민감하게 문화 전체에서 표현의 자유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2021년 지스타 강연 中



Q. 글로벌에서 통하는 콘솔 게임을 만든 선도자의 입장에서 정부나 산업 전반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이 있나?


A. 김형태 디렉터: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게임 시장이나 개발사 차원에서 "어떤 것을 사람들이 즐거워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에 부탁드리는 것이라면 게임은 문화이자 상품이지만, '문화'라는 점에 더욱 집중해 자유를 부여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자유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저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 받을 수 있는 표현을 위해 제약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시프트업의 DNA를 말한다면 무엇일까.


A. 김형태 디렉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키치(Kitch, 미학에서 보기 괴상하거나 저속한 사물을 뜻하는 미적가치)한 부분을 잘 파악해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에 직구를 던지는 것이 DNA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 여기고 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저희 같이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 2024년 <스텔라 블레이드> 론칭 인터뷰


Q. 그림을 그릴 때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A. 그림과 더불어 게임 개발에서 기존에 잘 알려진 방식은 피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 ‘성공화된 방식’은 일종의 함정이다. 기존의 성공한 게임을 따라 한 작품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는 개발과 비주얼 모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특히 MMORPG의 역사는 성공 공식을 통계화시키기엔 너무 짧다. 그리고 비주얼에 대한 욕구는 다양하며 매번 바뀐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게 아니라 ‘게으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2008년 <블레이드 앤 소울> 관련 인터뷰



Q. <스텔라 블레이드>를 처음 발표할 때가 생각난다. 정말 큰 도전이라고 생각했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국내 게임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라 본다.


A.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개발을 시작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너희 리니지라이크 게임 만들면, 연간 1천억은 깔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모두가 그 방향으로 간다고, 따라가기만 하면 편향적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시대를 바꾼 것은 기존을 답습한 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시도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보았고, 이 시도가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술과 함께 자리잡았을 때 오는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휩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 고민을 녹여내는 것이 필요하다. 레퍼런스가 있는 게임이라도, 여기에 오리지널리티를 추가해 '새로운 즐거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기존의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더해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 2024년 <스텔라 블레이드> 론칭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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