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새롭게 준비한 연재기획 ‘게임뉴스 타임머신’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위상을 떨치기 시작했던 5년 전 이맘때, 국내외 게임업계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흥미기획입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정확하게 5년 전인 2003년 7월, 국내외 게임업계에 어떤 뉴스가 화제를 모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이전 연재] ☞ 게임뉴스 타임머신 ① 2003년 6월 {more}
5년 전 7월, 2003년 온라인 게임 최고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2>가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마침내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언리얼 엔진2’를 사용했으며, 개발 기간 2년 6개월 이상에 투입인력 70명. 개발비용 100억 원 이상에 보스 몬스터인 안타라스 한 마리 만드는데 1억 원 이상 들였다는 <리니지2>는 무엇보다 <리니지>의 정규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역시나 뚜껑이 열리니 게이머들의 반응은 굉장했다. 오픈 베타 1주일 만에 당시로서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입자수 50만 명을 기록하고, 동시 접속자수도 6만5천 명을 돌파한 것. 엔씨소프트는 6대로 시작한 서버를 오픈 10일만에 두 배인 12개로 증설했다.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특히 <리니지2>는 지형의 세밀한 묘사와 캐릭터의 표현 등 혁신적인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 컨텐츠 부족과 단순 반복 플레이, PK 난립 같은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리니지2>의 오픈과 함께 때 아닌 호황을 맞이한 업계도 있었으니, 바로 하드웨어 업계였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삼성전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리니지2> 전용 PC. 일명 ‘리니지2 PC’를 발매했는데, 80만원대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PC사양은 모니터 제외, 2.4Ghz CPU, RAM 256MB, 지포스 FX 5600)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제휴해 '지포스 5600FX'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엔비디아는 국내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2배 가까이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다.(반면 경쟁사인 ATI는 판매량이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당시 <리니지2>의 기세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다른 MMORPG를 서비스하는 게임사에서 “<리니지2> 때문에 심한 곳은 최대 50% 이상의 유저들을 빼앗겼다”라고 하소연을 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당시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거대 게임에 의한 이용자 독점’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 기세를 몰아 엔씨소프트는 2003년 9월 상용화를 단행하게 된다.
그리고 소위 ‘여자 엘프 팬티 논란’으로 잘 알려진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 논란’, 게이머들에 의한 게임 속 거대 권력에 대한 저항운동인 ‘내복단 사건’ 등 각종 사건을 거치지만, 꾸준하게 그 인기를 유지하게 되며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효자 게임 노릇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개발자 중 한 명. <디아블로> 1편과 2편을 연달아 히트시킨 블리자드의 개발팀 ‘블리자드노스’의 주역이자 간판과도 같았던 인물.
2003년 7월 ‘빌 로퍼’(Bill Roper)가 블리자드를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빌 로퍼는 블리자드노스의 핵심 중역 ‘에릭 쉐퍼’, ‘맥스 쉐퍼’, ‘데이비드 브레빅’과 함께 6월30일 퇴사했다.
블리자드가 밝힌 공식적인 퇴사 이유는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빌 로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가 부채해소를 위해 게임 사업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직원들 사기에 영향을 주었으며, “직원을 대표해 비벤디 의사 결정권자와 대화하기를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말해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갈등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당시 빌 로퍼는 “우리는 퇴사하지만 블리자드노스가 흔들림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길 바란다. 앞으로도 디아블로를 플레이하고 싶다”고 말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디아블로3>가 개발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 당시 빌 로퍼가 떠났을 때 실제로 블리자드노스에서 <디아블로3>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블리자드는 공식적으로 <디아블로3>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핵심 개발진들이 빠진 블리자드노스는 결국 2005년 부로 폐쇄되기에 이른다.
블리자드를 떠난 빌 로퍼 등 4인방은 이후 ‘플래그쉽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고,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하는 <헬게이트: 런던>, 그리고 <미소스>을 개발하게 된다.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 그리고 중국 샨다간의 소위 ‘미르의전설 분쟁’이 끝내 전면전 양상으로 변했다. 액토즈는 2003년 7월 10일, 샨다와 진행하고 있던 ‘로열티 지급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공시하고 국제상공회의소 중재소에 중재를 신청,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르의전설 분쟁’이란 <미르의전설2> 중국 서비스사인 샨다가 2002년 7월부터 게임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미르의전설2>는 당시 중국에서 최대 동시접속자수 70만 명을 기록. ‘중국의 국민게임’ 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샨다는 액토즈와 개발사인 위메이드의 기술지원 미비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며 돌연 로열티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액토즈소프트가 강력 반발하면서 큰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분쟁은 샨다가 소위 ‘<미르의전설2> 짝퉁 게임’ 이라는 <전기세계>를 서비스하고, <미르의전설2> 유저DB를 액토즈와 위메이드의 동의 없이 <전기세계>로 이전해버리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참고로 당시 샨다는 <전기세계> 표절 논란과 관련 “중국국가출판사로부터 지적재산권 및 상표권을 획득했으며. <미르의전설2> 소스코드의 언어는 델피아이(Delphie)인데 반해 <전기세계>는 C언어이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 본격적으로 표면에 드러난 ‘미르의전설 분쟁’은 한 달 후인 2003년 8월, 샨다가 미지급된 로열티를 지불하고, <미르의전설2> 계약을 2년 연장하기로 ‘일단’ 합의하면서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분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꼬이게 된다. 액토즈와 샨다의 합의에 반발한 위메이드가 <전기세계>의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샨다를 중국 법원에 제소하고, 뒤 이어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간 수익지분 관련해서도 분쟁이 발생, 양사간에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액토즈-위메이드-샨다 사이의 분쟁은 2005년 8월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2007년 2월에는 액토즈소프트가 위메이드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이어서 위메이드가 <전기세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면서 마무리 된다.
이 때 발생한 ‘한국-중국’ 게임업계 간의 분쟁은 지적 재산권 관련해서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못하는 등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 여름방학 맞아 신작 게임 봇물.
→ <리니지 2>와 함께 화려하게 시작한 7월 여름방학 시즌. 하지만 2003년 여름에는 <리니지2>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선 패키지 판매량 5천장 미만, 와레즈 판매량 5만장 이상이라는 기록을 남긴 비운의 게임 <씰>(Seal)의 후속작 <씰 온라인>이 7월16일부터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고, 터바인의 MMORPG <애쉬론즈콜2> 역시 7월 29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 <프로즌쓰론>과 <스플린터셀> 국내 발매
→ 2003년 7월은 패키지 게임 역시 대작 게임들이 국내에 다수 발매되었다. 대표적으로 <워크래프트3>의 확장팩 <프로즌 쓰론>이 7월1일 발매된 것을 들 수 있다. 원작이 60만장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확장팩 역시 그 기세를 이어나갔다.
한편 위자드소프트가 출시한 <스플린터셀>은 원래 3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한글화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해 연기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7월 11일에 출시되었다. 시간을 들인 덕분인지 자막은 물론이고 동영상까지 완성도 높은 한글화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 뉴월드 컴퓨팅 폐쇄
→ <울티마>와 함께 RPG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를 만들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2천만 장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을 개발한 뉴월드컴퓨팅이 폐쇄되었다.
폐쇄 이유는 모회사인 3DO가 자금 압박으로 인해 2003년 6월 파산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지적재산권(IP)은 유비소프트로 넘어갔기 때문에 계속해서 명맥은 이어가게 된다.
☞ <둠3> 최소 사양 공개
→ <하프라이프2>와 함께 당대 최고의 FPS 기대작으로 꼽혔던 <둠3>의 최소사양이 공개됐다. 존 카멕이 <둠3> 팬사이트 포보스랩을 통해 공개한 게임의 최소사양은 바로 ‘CPU 1GHz/ RAM 256MB /지포스 또는 라데온 7천대 넘버를 가진 그래픽 카드’ 였다.
☞ 성인용 PC방 등장 물의
→ 2003년 7월에는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을 겨냥한 이른바 ‘성인용 포르노 PC방’이 등장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서울 영등포시장, 종로, 구로 등지에서 성업하기 시작한 성인용 PC방은 ‘안락한 소파와 동영상이 가득담긴 PC’를 개인실에 갖춰놓고 손님을 끌어모았다.
당시는 PC방 관련 법규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던 시절이라서 단속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물의를 빚자 결국 경찰은 ‘저작권법 위반’을 근거로 단속에 나서게 된다.
※ ‘5년 전 게임뉴스’는 월 1회 연재예정입니다. 즉 다음 연재 분은 1달 후, ‘2003년 8월’ 편으로 찾아올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