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New), 더 좋게(Better), 더 많게(More)”
에픽게임즈가 차기작 <기어스 오브 워 2>의 개발 과정과 전략을 공개했다. 독일 게임컨벤션 개발자 컨퍼런스(GCDC 2008) 첫날(18일) 열린 에픽게임즈의 기조연설에는 엄청난 청중이 몰렸다. 5백만 장 이상 팔린 <기어스 오브 워> 프랜차이즈의 컨셉트와 ‘부담감’이 컸을 2편의 개발 전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의 마이클 캡스 사장은 빠르고 간결하게 <기어스 오브 워>의 프랜차이즈와 2편의 개발 전략, 그리고 결과를 정리해주었다. 2편의 개발은 철저하게 New, Better, More(NBM)라는 전략으로 진행됐다. 마이클 캡스 사장의 직접 시연까지, 주어진 50분의 강연시간이 빠듯할 정도로 알찼던 ‘메이킹 기어스 오브 워 2’ 세션을 정리했다. /라이프치히(독일)=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현남일 기자
■ <기어스 오브 워> 프랜차이즈 구축하기
마이크 캡스 사장은 16년 전 지금의 CEO인 팀 스위니에 의해 설립된 에픽 게임즈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했다.
현재 직원 105명, 에픽은 <언리얼>과 <언리얼 토너먼트>로 명성을 쌓고 ‘언리얼 엔진’과 <기어스 오브 워>로 최고의 스튜디오 반열에 올랐다. Xbox360으로 발매된 3인칭 슈팅게임(TPS) <기어스 오브 워>는 2006년에 30개가 넘는 ‘올해의 게임상’을 받았고, 개발에 사용된 ‘언리얼 엔진 3’는 한국 개발사들도 앞다퉈 계약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과 라이선스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기어스 오브 워>는 ‘에픽이 언리얼 엔진 3를 만들기 때문에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게임성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5백만 장 이상이 팔렸고, 수많은 상을 받았다. 매일 40만 명 이상의 게이머들은 Xbox 라이브를 통해 <기어스 오브 워>의 멀티플레이를 즐긴다. 덕분에 첫 다운로드 맵팩은 1백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에픽은 기어스 오브 워라는 ‘탄탄한 IP(지적재산권)’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완성도’에 초점을 맞췄고,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고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과, 높은 기대심리를 적절히 관리해나가는 데 신경을 썼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과, 깊이있는 구성, 풍부한 서비스 지원은 기본이었다. <기어스 오브 워>의 초기 개발 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1. 지구와 유사한 설정.(실제 게임의 무대는 지구가 아니다)
2. 무시무시하고 포악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3. ‘젠장’ 소리가 절로 나올 ‘안티 히어로’ 주인공의 설정.
4. ‘총은 총일 뿐이다’ 복잡한 설정 없이 기능에 충실한 무기 설정.
<기어스 오브 워>의 무기들은 복잡하지 않고 원초적인 파괴능력에 집중되어 있다.
1편의 개발 방향이 결정됐다. 이제는 <기어스 오브 워>라는 브랜드를 만들 차례. 에픽은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1. IP를 관통하는 테마(인류의 생존을 건 전투)에 기본을 둔다.
2. 브랜드의 아이콘을 만든다.
3. 총체적인 ‘비주얼 정체성’을 창조한다.
4. 정체성을 유지한다.
이렇게 탄생된 <기어스 오브 워>의 전반적인 테마는 ‘파괴의 미학’, ‘인류의 마지막 보루’, ‘악몽 같은 공포’, ‘절대 혼자가 아니다’ 였다. 특히 ‘크림슨 오멘’(Crimson Omen)이라는 특유의 로고는 시리즈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문화적 현상(?)으로 이어진 크림슨 오멘 로고.
그렇다면 ‘비주얼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마이크 캡스 사장은 <인디아나 존스> 영화 포스터를 ‘좋은 선례’로 소개하면서 1편의 틀을 잡을 때 사용된 포스터 제작 과정을 보여주었다. 에픽은 안티 히어로의 거칠고 강한 느낌을 원했다. 특히 마커스 피닉스이 이름에 들어간 ‘불사조’(피닉스) 느낌도 형상화 하려고 애썼다. 여기에 전략적인 분대 전투 등 ‘혼자가 아니다. 같이 싸운다’는 대명제도 제시해야 했다.
<기어스 오브 워> 포스터의 비주얼 정체성은 ‘파괴의 미학’ ‘인류의 마지막 보루’ ‘홀로 싸우지 않는다’ ‘마커스가 이끌어 간다’는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여기에 크림슨 오멘 같은 아이콘과 엄폐물을 활용한 전투, 체인톱 등의 추가 테마로 더해졌다.
<기어스 오브 워>의 포스터 후보들. 프랜차이즈의 테마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최종 비주얼. 5개의 주요 테마와 4개의 부가 이미지를 담고 있다.
■ 성공한 게임의 속편 만든다는 것
속편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왔다. ‘성공한 게임의 속편’에 대해 에픽은 고민을 거듭했다. 2편은 1분마다 재미가 '빵빵' 터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비주얼과 플레이 타임, 무기 등 소화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으로 개발비용은 상승했지만 게임의 판매가격은 10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에픽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이즈가 아닌, 완성도로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성공한 게임의 속편에 대한 기대심리’ 였다. 게이머들은 1편이 나오기 전보다 더 많이 기대하고 있다. 1편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속편에는 1편보다 적은 개발시간이 투자된다. 긴고 긴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픽은 ‘사이즈가 아닌, 신기함(Novelty)으로 승부하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기어스 오브 워 2>의 개발 방향을 ‘더 크게, 더 좋게, 더 많은 악당들’로 잡았다. 사이즈를 무리하게 키우기보다 전편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기본’을 체계적으로 풀어나간 그들의 전략은 흥미로웠다.
에픽의 개발진은 <기어스 오브 워>의 특징을 형성하는 대쉬, 엄폐 등의 시스템은 16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각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brainstorming).
- 우리는 그 시스템의 무엇을 좋아하는가?
- 어떤 것이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
두 가지 물음 중에서도 ‘좋아했던 특징’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갔다.
- 그것을 ‘더’ 해볼까?
- 그것을 향상시킬까?
- 그것 같은 새로운 것을 만들까?
이런 기획 파트의 고민을 하는 중에도 잊지 않은 것은 앞서 구축한 ‘기어스 오브 워 테마의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
New, Better, More 전략에 입각한 개발 준비가 진행된 과정.
2편의 개발은 ‘New, Better, More’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일단 아이디어를 창출하는(brainstorming) 영역을 만들었다. 각 영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 고안된 아이디어를 책임지는 팀을 구축했다.
- 결과를 New, Better, More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 불가능한 것들을 걸러내고, 할 수 있는 것들만 남겼다.
- ‘실현’을 위해서 모든 개발진과 이 내용을 ‘공유’했다.
- 핵심 기획자들이 톱 5 NBM(New, Better, More)을 선정했다.
마이클 캡스 사장은 그들이 NBM 분석을 통해서 파고들어갔던 몇 가지 영역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는 “분석이 쉬운 영역은 십중팔구 실수투성이거나, 문제가 있는 지점이었다”라며 분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이 바로 “(자신들의) 게임이 가장 강력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기어스 오브 워>가 게임업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지점이 도출됐다.
- 기술력 (Technology)
- 협력 플레이 (Co-operative play)
- 멀티플레이어 (Multiplayer)
- 게임플레이 (Gameplay)
<기어스 오브 워 2> 개발전략 (하)에서는 네 가지 경쟁력을
New, Better, More로 강화시킨 구체적인 내용들이 제시됩니다.
<기어스 오브 워 2> 개발에 대한 키노트를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