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뉴스 타임머신’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위상을 떨치기 시작했던 5년 전 이맘때, 국내외 게임업계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흥미기획입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으로 5년 전인 2003년 9월, 국내외 게임업계에 어떤 뉴스가 화제를 모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이전연재] 게임뉴스 타임머신 ① 2003년 6월 {more}
[이전연재] 게임뉴스 타임머신 ② 2003년 7월 {more}
[이전연재] 게임뉴스 타임머신 ③ 2003년 8월 {more}
2003년 9월, 가장 화제가 된 뉴스라면 역시 9월26일부터 3일간 열린 도쿄 게임쇼 2003(TGS 2003)을 꼽을 수 있다. E3, ECTS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렸던 TGS는 그 명성 그대로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다양한 신작들이 소개되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단독 부스로 출전했으며, 그라비티, CCR 같은 다양한 업체들도 공동관이나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샤이닝로어>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및 CCR의 <포트리스3: 패왕전> 등이 일본 게이머들에게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TGS 2003은 콘솔 패키지 게임 일색이었던 행사에 새롭게 ‘온라인의 바람’이 불어닥친 행사였다. 국내 업체가 주축이 된 PC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온라인 플레이 대응 콘솔 게임도 많이 등장했는데, SCE는 <소콤> <봄버맨 온라인> 등 PS2용 온라인 대응 게임을 27개나 선보일 정도로 온라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MS도 이에 뒤질세라 Xbox 전용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Xbox 라이브 대응 게임들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차세대 게임기(PS3와 Xbox360)에 대한 정보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고, 닌텐도가 불참했기 때문에 다소 김이 빠졌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어쨌든 TGS 2003은 3일간 1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온 성공적이었던 행사로 기억된다.
→ 실제로 TGS 2003은 행사 직후 언론매체들이 앞다투어 ‘온라인의 강세’를 헤드라인으로 뽑을 정도로 온라인 게임들이 많이 전시 되었던 행사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공개된 콘솔 온라인 게임 중에 ‘킬러 컨텐츠’가 없다는 점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TGS 2003 이후 콘솔 게임업계에서는 한동안 ‘온라인’이 중요 이슈로 자리잡게 되었다.
당시 처음으로 공개된 콘솔 신작 중에서 관심을 받은 게임으로는 PS2용 <귀무자3> <쿠노이치> <그란투리스모4>, Xbox용 <닌자 가이덴> <헤일로2> <페이블> 등을 꼽을 수 있다.
1998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Lineage)가 2003년 9월 서비스 5주년을 맞이했다.
<바람의 나라>와 함께 대표적인 1세대 MMORPG로 손꼽히는 <리니지>는 국내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국내에서 MMORPG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물론이다.
2003년은 <리니지> 게임 그 자체에 있어서도 중요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 서비스 5주년 바로 직전인 2003년 8월에 파트2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 크로스 랭커’를 오픈했기 때문이다. 신규 클래스인 다크엘프 등 다양한 신규 시스템 등을 선보인 <리니지>는 이후에도 꾸준한 업데이트(에피소드)를 선보이게 된다.
참고로 정식 서비스 5주년을 맞이했던 당시 엔씨소프트가 밝힌 동시접속자수는 12만 명, 총 회원수는 220만 명이었다.
→ <리니지>가 국내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이나 사회적으로 일으킨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5년이 지난 2008년 지금은 10주년이 된다는 뜻인데, 국내에 10년이 넘는 MMORPG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많은 의미를 갖는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5주년인 당시에는 의외로 <리니지>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리니지2>가 오픈 하면서 자연스럽게 퇴보(?) 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는데, 2008년 지금까지도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효자 게임 역할을 톡톡하게 해내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3년 9월16일, 정부는 일본의 18세 이상 관람가 및 제한 상영가 등급의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등을 다음해 1월부터 전면 개방한다는 ‘제 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일본 대중문화가 사실상 ‘전면 개방’ 되었다.
당시 조치에 대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표했다. 특히 콘솔 게임 업계, 그 중에서도 일본 게임들이 많은 PS2 진영이 대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Xbox 진영 역시 <오토기> 등 왜색이 짙은 성인 게임의 발매를 발표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였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역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성인등급의 콘솔게임들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될 수 있다면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인등급의 게임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불법복제를 통해 국내 게이머들이 해본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 요즘이야 성인용 등급의 콘솔 게임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국내에 발매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성인등급의 게임. 그 중에서도 왜색이 짙은 게임은 원칙적으로 국내 정식 발매가 불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요즘 콘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정말 축복 받은 것이 아닐까? 비록 5년 전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과 같은 콘솔 게임시장의 활성화는 (눈에 띌 정도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EA코리아가 <피파 2004>와 <NBA 라이브 2004>의 판매 촉진을 위해 ‘EA 타임쿠폰’을 발매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 타임쿠폰은 일정 기간 해당 게임의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선불카드로, 정품 유저가 아니라도 쿠폰을 이용하면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EA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굳이 패키지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불법복제를 하는 유저. 그리고 PC방에서 많이 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된 예정인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만약 EA코리아의 관계자의 생각대로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타임쿠폰은 발매 후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된다.
참고로 타임쿠폰을 이용해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던 <피파 2004>는 설기현 선수의 사인을 패키지에 동봉하는 등 독특한 프로모션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위닝 일레븐>과의 경쟁에서 밀렸고(국내 기준), <NBA 라이브 2004> 역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문화관광부가 2003년 9월 정례 브리핑을 통해 게임분야의 정책 비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사행성 게임의 등급분류에 대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실무진들은 등급 분류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 빈축을 샀다.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의 한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모든 업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알아서 할 일이다. 문화관광부는 그저 이를 개선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참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3년 기준으로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이었다.
→ 만약 당시에 문화관광부가 사행성 게임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고 제도를 개선했으면 과연 2006년 8월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졌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WOW> 한글판 스크린샷 처음 공개
비벤디코리아는 2003년 9월, 200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한글판 스크린샷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WOW>의 서비스 계획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어 매체들은 너도나도 ‘비벤디코리아 직배’, ‘특정 업체 퍼블리싱’ 등 다양한 ‘설’을 쏟아냈다.
그 이후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다 잘 알다시피 블리자드 코리아의 설립과 2004년 초, 블리자드 코리아에 의한 <WOW> 직접 서비스로 이어지게 된다.
☞ 태풍 매미 때문에 PC부품 공급 차질
2003년 9월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부산항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국내 PC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싱가폴, 대만 등지에서 들여오는 부품을 제때 하역하지 못하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CPU는 태풍 이전에 비해 가격이 1만원 가까이 상승해 추석 연휴 이후 PC 업그레이드를 노리던 유저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참고로 당시 게이머용 PC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던 CPU는 ‘펜티엄 4 노스우드 2.4GHz’로, 가격은 20만원 대였다.
☞ 블리자드, 치트와 핵 사용자 계정 대거 삭제
블리자드는 2003년 9월 30일, 치트 및 각종 핵, 그리고 어뷰즈를 사용한 유저들의 계정 40만개 이상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2003년에만 3번째에 취한 조치로 삭제된 계정은 <스타크래프트>가 27만여 개, <디아블로2>가 8만여 개, <워크래프트3>가 4만여 개였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는 어뷰즈의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4일 이내 2번 이상의 변칙 게임을 한 경우’, ‘2주 이내에 같은 플레이어와 3번 이상 게임을 한 경우’, ‘고의적인 디스커넥트(접속 끊음) 시도’, ‘레더 게임의 경쟁 원칙을 훼손하는 게임 플레이를 한 경우’ 였다.
☞ <거상> 중앙대학교 교재로 채택
조이온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거상>이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수업교재로 쓰이게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중앙대 상경학부 위정현 교수는 “이 게임을 4학년 과목인 ‘비즈니스 콘텐츠 전략론’의 교재로 도입해 학생들의 ‘게임을 통한 전략적 사고’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위정현 교수가 밝힌 수업의 내용은 3명이 팀을 이뤄 게임을 하면서 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기본적인 상거래 외에도 신용등급을 높이고 경매를 하며 마을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과 같은 경제활동도 수업 내용에 포함된다고 했다.
※ ‘5년 전 게임뉴스’는 월 1회 연재예정입니다. 즉 다음 연재분은 10월 중, ‘2003년 10월’ 편으로 찾아올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