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새 모드 '전략적 팀 전투'(TFT, 속칭 롤토체스)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출시 연기 소식이 까맣게 잊혀질 만큼 말이죠. 피씨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략적 팀 전투'를 즐겼습니다.
많은 분들이 피씨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했으니 그 점유율도 '떡상'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피씨방 리서치 업체들의 데이터를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 점유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게임트릭스 기준, 6월 1일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은 40.54%, '전략적 팀 전투'가 나온 이후인 7월 1일 점유율은 43.97%입니다. 3.43%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지난 상반기 내내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피씨방에서 30%에서 40% 사이에서 견고한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게임트릭스 집계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은 지난 1월 이후 단 한 번도 3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집계 사이트 스탯에는 여러분이 피씨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이유가 잘 반영돼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피씨방 점유율은 주말, e스포츠 경기일, 업데이트 시점마다 소폭 상승세를 보이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30%라는 콘크리트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팀 전투 출시를 점유율 3.43% 상승과 온전히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피씨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죠. 협곡도 칼바람도 가지 않고 클라이언트만 켜놓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략적 팀 전투의 출시와 같은 시점에 145번째 챔피언 키아나도 추가됐습니다. 따라서 점유율 상승을 '순전히' 전략적 팀 전투 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략적 팀 전투의 출시와 피씨방 점유율 상승 사이의 상관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략적 팀 전투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1위 질주를 지금보다 더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른 피씨방 관리 프로그램 업체인 게토(구 멀티클릭) 이용순위를 보죠. 2019년 6월 1일의 <리그 오브 레전드> 점유율은 43.46%, 7월 1일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은 45.97%입니다. 2.51% 오른 것을 볼 수 있죠. 마찬가지로 작아 보일 수 있는 숫자입니다.
과거 <배틀그라운드> 열풍에 잠시 왕좌를 내주기는 했습니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오랜 세월 피씨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롤토체스'가 나왔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 피씨방 순위가 '떡상'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파이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어 더 오를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게임 입장에서 2%에서 3%는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은 한 자릿수 경쟁을 벌인지 오래입니다. 7월 1일 기준, 3.43%(게임트릭스) 와 2.51%(게토)보다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게임은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입니다. 고래 <리그 오브 레전드>의 2%와 나머지 게임들의 2%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가올 여름방학을 맞아 수많은 게임이 방학 '버닝' 이벤트를 하겠지만, 그간의 패턴을 돌이켜봤을 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일 거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팀 전투는 그간의 패턴과는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 전략적 팀 전투의 존재로 플레이어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 클라이언트에 더 오래 남아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들은 게임에 져서 흥미가 떨어졌을 때 다른 게임으로 건너가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컴퓨터 앞을 떠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칼바람 나락에서 손을 푸는 경우가 있죠. 전략적 팀 전투도 이 효과를 가질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랜덤 플레이의 재미를 즐기기 위해 오직 칼바람 나락만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 전략적 팀 전투만 즐기는 이들도 생겨나지 않을까요?
둘, 전략적 팀 전투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유지하던 MOBA 장르와는 완전히 다른 오토 배틀러(<오토체스>류 게임)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제 MOBA 게임이 아니라 MOBA를 중심으로 전략적 팀 전투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 런쳐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공고한 인기의 MOBA에 요즘 제일 '핫한' 오토 배틀러까지 담았습니다. 유저들은 한 가지 클라이언트에서 두 가지 장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셋, 한국의 유저들은 <오토체스> 등 경쟁작들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에 훨씬 친숙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입문하지 않은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어는 내가 무슨 챔피언을 골랐는지 정도는 아는 등 게임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기본적 이해만 있으면 됩니다. 피씨방에 다른 오토 배틀러는 클라이언트도 없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가 없는 PC방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자세한 접속 데이터를 잘 밝히지 않는 편입니다. 유저 개인이 협곡 몇 판 했고 칼바람 몇 판 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볼 수 있지만, 게임 전체의 데이터는 얻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라이엇게임즈가 디스이즈게임에게 전략적 팀 전투에 관련한 몇 가지 데이터를 귀띔해줬습니다.
먼저, 지난 주말 동안 게임에 접속한 전체 플레이어 중 30% 이상이 새로운 모드를 즐겼다고 합니다. 초창기 인기를 감안해도, 게임의 모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유저가 모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토 배틀러가 재미있다는 건 들었는데 접할 길이 마땅히 없었거나 그냥 귀찮아서 게임을 해보지 않던 그룹이 전략적 팀 전투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모드 출시로 복귀 유저를 불러들인 셈이죠.
또 라이엇게임즈는 새 게임 모드의 사용 시간이 밤보다 낮 시간대에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략적 팀 전투엔 나를 이끌어 줄, 혹은 내 욕을 들어줄 친구가 필요 없습니다. 혼자 들어가서 간단하게 즐겼다가 친구들 눈치 보지 않고 끄면 됩니다. 남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관계 때문에 억지로 게임을 하는 '접대롤'도 성립하지 않죠.
라이엇게임즈는 이를 두고 "새로운 게임 모드를 가볍게 즐겨보려는 이용 패턴이라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달 미국에서 만난 전략적 팀 전투 개발자 리차드 헨켈(Richard Henkel)도 기자에게 "더 간편하고 캐쥬얼하게 '<롤> 한 판?'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새 모드의 기획 의도를 정의했습니다.
전략적 팀 전투를 등에 업은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동종 장르는 물론 다른 게임에게도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토체스> 카피캣이라는 윤리적 비판과는 관계없이 말이죠.
피씨방 시장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더 단단하게 점유율을 굳힐 것입니다. MOBA로도, 오토 배틀러로도 경쟁자는 없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새로운 엔진을 달았습니다.
1위 탈환을 위한 허들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리가 좁아진 탓에 2%에서 3%의 파이마저 아픈 대미지가 되었습니다. 방학 이벤트만으로 진검승부를 펼치기엔 다소 아쉬운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