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는 현실에서도 스노우볼을 굴린다구요?
‘스노우볼링’은 롤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 중 하나입니다. 초반에 발생한 약간의 차이가, 마치 언덕을 내려가며 커지는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의미를 가지죠. 그런데, <롤> 프로게이머들은 현실에서도 스노우볼링을 굴리고 있는데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선한 영향력이 만들어낸 스노우볼링
‘선한 영향력’이라는 표현이 있다.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기부 활동을 하고, 여기에 자극받은 타 연예인이나 팬이 선행을 이어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e스포츠에서도 ‘선한 영향력’이 스노우볼처럼 커져나가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이 3월 5일 생일을 맞이해 결손가정 아동 및 독거노인을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쵸비가 기부 사실을 알리자, 팬들도 그를 따라 기부에 참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이런 선행의 스노우볼을 쵸비와 팬들에게 보낸 다른 e스포츠 선수와 팬들이 있다. 3일 젠지의 미드 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의 팬들이 생일을 기념해 학대 피해 아동에게 후원금을 전달하자, 비디디도 이에 동참해 후원금을 보탰다.
이는 ‘선한 영향력’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 도움주기)라 할 수 있다. 도움주기란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영어 제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Pay It Back)대신 다른 사람에게 먼저 은혜를 베푼다는 의미를 가진 표현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설명한 도움주기 효과는 다음과 같다. 한 개인이 타인에게 도움을 받으면 은혜를 갚는 대신 다른 사람을 돕는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을 돕는다. 이런 식으로 내려가면 언젠간 사회는 남을 돕는 사람으로 가득 찰 것이고,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선행 ‘스노우볼링’이다.
# 시작은 선수들의 자발적 기부였다
프로 e스포츠 선수들의 기부 사례는 2020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된 작년 초, 비디디는 생일을 맞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0만 원을 본인 이름으로 기부했다. 같은 팀 ‘룰러’ 박재혁도 릴레이하듯, ‘사랑의 열매’에 성금을 냈다.
당시 선한 영향력을 퍼트렸던 선수는 비디디와 룰러뿐만이 아니다. DRX에서 활동하던 쵸비와 ‘데프트’ 김혁규도 관련 기관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페이커’ 이상혁도 동참해 성금 3,000만 원을 기부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올바른 기침 예절 챌린지에 참여했다.
선수들로부터 시작된 기부는 구단과 팬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T1은 2020년 3월 12일 ‘코로나 릴레이 기부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T1에 소속된 선수들과 스트리머들이 한 시간 단위로 방송을 이어가며 기부금을 모으는 형식이었다. 기부 스트리밍은 큰 반응을 끌어냈는데, 마지막으로 기부 금액이 집계된 <포트나이트> 방송에서 1,300만 원 가량의 금액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하루도 안 되어 모인 금액이었다.
기부 릴레이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팬들도 있었다. 쵸비의 기부가 알려지자, 이에 자극받은 DRX 팬들이 차례차례 SNS에 기부 인증 글을 올린 것이다. 구단 측에서 팬들의 마음에 감사를 표하는 글을 올릴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e스포츠는 지금까지 ‘젊은 세대’의 단순한 유희 취급을 받아 왔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기성세대들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