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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선 D-7, AI 정책은 메타버스 실패담에서부터 시작하자

'한국형 AI'보다는 '한국형 실패'를 돌아볼 시점

김재석(우티) 2025-05-27 11:15:30

일주일 뒤면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후보는 앞다투어 '한국형 AI'를 외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히 AI 산업 성장을 위한 "100조 펀드"를 제시한 점은 흥미롭다. 한 명은 "한국형 챗GPT"의 전국민 보급을, 다른 한 명은 "AI 3대 강국 도약"을 공언했다. 선거 과정 중 AI라는 단어는 여러 차례 반복되어 나왔다. 이 장면은 전혀 낯설지 않다. AI라는 자리에 메타버스를 넣으면, 3년 전 데자뷰가 그려진다.


2022년 대선에서도 여야 후는 메타버스를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며 치켜세웠다. 윤석열 후보는 '메타버스 부처 신설'을 약속했고, 이재명 후보는 '메타버스 정부'를 공약했다. 이 약속은 단지 말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최초로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이른바 메타버스 진흥법)을 통과시켰고, "가상세계" 창작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법제화했다. 이 흐름 속에서 무수히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등장했으며, 잼버리에서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쓰였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현재 시행 중인 메타버스 진흥법에 따르면, 가상세계 플랫폼 사업자는 조세 감면과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지역별 '메타버스지원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 또 장관은 사업자에게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 메타버스 내 여러 사안에 대한 임시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메타버스 진흥을 위한 전담기관, 정부의 매출 신고, 지식재산권 보호 의무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2025년, 메타버스 산업은 퇴조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이프랜드>는 2024년 3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카카오의 컬러버스는 최근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시가 세금 40억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서울>도 조용히 문을 닫았다. 남아있는 것은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뿐이다. 한때 "메타버스 코리아"를 외치던 이들은 지금 그 흔적을 부인하듯 침묵하고 있다. 재기를 하려면 실패를 거울 삼을 수 있도록 '포스트모템'이라도 잘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

메타버스 열풍은 "헛소리"라는 일갈처럼 처음부터 비현실적이었다. 당시 플랫폼 대부분은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려도, 콘텐츠도, 수익 모델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가상공간은 세계가 되지 못했고, 지루함과 불편함만 남겼다. 기업은 혁신이라는 단어로 부족함을 포장했고, 정치인은 유행에 편승해 세제 혜택이 포함된 법을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고, 그렇게 메타버스라는 모래성은 높아져만 갔다.

이제 메타버스 유행어는 사라졌다. 그리고 빈자리에는 AI가 있다. 물론 메타버스와 AI는 아주 많이 다르다. AI는 일상과 산업 곳곳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당장 기자는 어떠한 메타버스 서비스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3개사의 AI 서비스를 구독 중이다. AI는 인간이 사고하고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더욱 한국의 AI 정책은 '메타버스 진흥법'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타버스라는 착시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AI의 시장성과 실용성이 인정됐다면, 오픈소스가 주도한 AI 발전을 한국 기업과 연구자들이 할 수 있을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에서 한국어가 쓰이는 비율이 낮은데 '한국형 AI'가 어떤 효용을 가지는지도 검토해야지 않을까? 혁신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보다는 긴 호흡과 안목으로 토대를 쌓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공한 메타버스라고 분류됐던 서비스는 사실 게임이었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그리고 <포트나이트>는 모두 UGC 요소가 가미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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