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사태가 뜨겁다.
개발사의 사과문에도 분노를 풀지 못한 유저들은 다른 게임으로 이주하고 있다. 일종의 ‘게임 난민’인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메난민(메이플스토라+난민)’으로 부르고 있다. ‘메난민’들의 대표적 행선지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다. 덕분에 3월 초 PC방 점유율에서 <메이플스토리>를 제쳤다.
특별 쿠폰이나 신규/복귀 유저를 위한 패키지를 무상 제공한다거나, 디렉터가 직접 감사편지를 공개하는 등 매우 열성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그렇다면, 난민을 잘 받아들이면 게임은 무조건 ‘떡상’할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이전 사례를 참고해 봐야 한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비슷한 사례로 <소울워커>가 있다.
2018년 3월 <소울워커>와 같은 장르의 <클로저스>는 누적된 불만과 일러스트 사태로 유저가 대규모로 이탈했다. <클로저스>난민들은 대부분 <소울워커>로 유입됐다.
2017년 출시된 <소울워커>는 2017년 당시 서비스 종료 루머가 돌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게임에는 극히 일부 유저만 남아 ‘지고의 50인’ 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떠돌 정도였다. 라이언게임즈의 누적 순손실도 2017년 약 146억 원이나 됐다. 자본침식과 게임 흥행 실패로 인해 회사의 존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였는데, 우연히 반등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난민 유입 흐름을 타고 <소울워커>는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순위 100위권에서 20위권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라이언게임즈도 신규 유저를 위한 이벤트를 연장하고, 새벽 시간까지 유저 문의에 일일이 답변하는 등 유입에 힘썼다. 기존 유저들도 신규 유저를 위해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는 ‘소매 넣기’를 유행시키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물론 급상승한 인기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콘텐츠 부족과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등 여러 악재가 발생하며 유입된 유저층 다시 이탈했다. PC방 점유율이 41위까지 떨어져 <클로저스>에게 점유율을 역전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게임에 유입된 모든 유저들을 붙잡을 순 없다. 아무리 유명한 게임이라도 오픈 초기 유저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라이언게임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유저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개선했다. 신규 캐릭터, 신규 던전을 업데이트하고 유저 건의사항을 하나하나 수정해 나갔다.
결국 라이언게임즈의 노력은 통했다. 2020년 1월엔 신규 캐릭터 ‘에프넬’ 업데이트와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겹치며 PC방 점유율 순위를 25위까지 끌어올렸다. 2021년에는 다소 내려앉은 상태지만, 대형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때는 다시 점유율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잠재적 유저층이 상당하단 이야기다. 생존을 고민하던 2017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소울워커>는 ‘게임 난민’이 유입되었을 때 개발사가 갖춰야 할 모범을 보였다. 기회는 우연한 것이었지만, 기회를 붙잡은 것은 라이언게임즈 본인들의 노력이었다.
<에픽세븐>은 조금 달랐다. 2019년 7월 ‘치트오매틱’ 사태로 곤욕을 치른 에픽세븐은 충성 유저층이 대거 이탈하며 큰 손해를 봤다. 동종 게임들이 빈사 이익으로 샴페인을 터트리는 동안 <에픽 세븐>은 실시간으로 매출과 평가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간담회를 열어 유저층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메난민’처럼 <에픽세븐> 이탈 유저를 뜻하는 ‘에픽 난민’도 화제가 되었다. 다른 게임으로 이주해 모든 패키지와 재화를 구매한 후 “더 살 것이 있느냐”라고 묻는 모습은 유저들을 놀라게 했다.
위기감을 느낀 <에픽세븐>은 떠난 유저층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지적받던 뽑기(가챠) 시스템을 개편하고, 유저들에게 계속해서 지적받던 시스템도 보완했다. 게임 내 무료로 지급되는 재화의 양을 늘리고, 펫 시스템을 통해 유저 요구가 가장 많던 ‘자동 사냥’ 기능을 추가했다.
크리에이터를 섭외해 패치가 이루어질 때마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고, 향후 개선 사항을 밝히는 등 커뮤니케이션에도 힘썼다. 2020년 4월 16일에는 ‘리버스’라는 이름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100위까지 떨어졌던 구글 매출 순위를 20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유저층의 반감은 남아 있지만, <에픽세븐>은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며 순항하는 중이다. 간담회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게임을 뒤엎을 만한 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지속적인 개선이 있다면 이탈 유저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난민이 유입될 때 이벤트 등 단기적인 마케팅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 외적인 이슈로 인해 충동적으로 유입된 난민들은 충성도가 낮다. 이벤트 약발이 떨어지면 금세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기존에 했던 게임이 개선되면 컴백홈 하기도 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면서도, 보트를 차근차근 고쳐야 한다. 고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난민들은 ‘거짓말’과 ‘변명’에 지쳐 떠났던 사람들이니까. 가장 좋은 흐름은 난민 신분으로 시작해 ‘고인물’에게 도움을 받던 그들이, 또 다른 ‘고인물’이 되어 새로운 유저를 이끄는 현상이다. 이런 그림을 꿈꾼다면 난민들이 기존 게임을 떠난 이슈와 비슷한 문제를 결코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난민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좋아할 것도 아니고, 난민이 생겨났다고 무조건 포기할 것도 아니다. 결국은 게임과 소통의 퀄리티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말이다. 우리는 지금 잘못된 사과문에 지친 유저들과, 렉카가 넘쳐나는 유튜브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