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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기영 대표의 출사표 그리고 전임 PD의 사표

<삼국지천>의 PD를 둘러싼 2개의 이야기

남혁우(석모도) 2011-03-30 11:10:48

지난 3월 25일 한빛소프트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며 메일 한 통을 보냈습니다.

 

메일 내용은 이렇습니다. 3월 29일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국지천>의 중장기적인 미래 방향에 대해 김기영 대표가 직접 설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행사를 나흘 앞두고 알려준 셈인데요, 상당히 급작스러운 행사 알림이었습니다. 기자간담회는 일주일 전, 아니 열흘 전쯤 알리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사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시기적으로 볼 때 뭔가 큰 것을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삼국지천>이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상태여서 게임업계가 주목할 만한 이슈를 끄집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빛소프트에 기자간담회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고자 전화를 걸었지만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3월 29일 한빛소프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김기영 대표가 <삼국지천> PD를 맡아 직접 개발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이야기였죠. 간담회장에 모인 기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김기영 대표의 PD 겸직에 대한 질문이 줄을 이었습니다.

 

 

■ 김기영 대표, PD로서 출사표를 던지다

 

잠시 한 달 전으로 가 볼까요? 김기영 대표(오른쪽 사진)는 지난 2월 9일 <삼국지천>의 OBT 기자간담회에서 성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김기영 대표는 “<삼국지천>은 T3와 한빛의 개발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제갈량의 출사표는 실패했지만, <삼국지천>의 출사표는 꼭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연장선상에서 보면, 김기영 대표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PD로서 출사표를 던진 겁니다. 사실 대형 게임업체의 CEO가 직접 개발을 총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블레이드앤소울>도, <마비노기 영웅전>도, 최근 아이유로 주목받은 <앨리샤> PD와 대표는 다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유명하지만 실제 개발 PD는 앨런 브랙이죠.

 

물론 송재경 대표가 총괄하고 있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엑스엘 게임즈는 <아키에이지>를 중심으로 제작하는 개발사입니다.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한빛소프트와 경우가 다릅니다.

 

대표가 PD를 겸임한다는 것은 대표가 두 팔 걷어 붙이고 개발에 몰두하겠다는 것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의미가 각별합니다. 대표가 PD를 겸임하는 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게임에 회사의 사활을 걸거나’, 아니면 ‘게임이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거나’.

 

한빛소프트가 기자간담회에서 힘주어 설득하고 싶었던 것은 전자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뭔가 약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과 <오디션>으로 얻은 자신감

 

여기에서 잠시 <삼국지천>의 성적을 살펴볼까요?

 

한빛소프트는 지금까지 <삼국지천>의 동시접속자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공개된 지표인 게임트릭스의 PC방 이용률은 26위 중반(3월 29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시접속자 18만 명으로 흥행몰이를 했던 <테라> 다음에 나온 게임으로는 2등의 성적입니다. 17위를 차지한 <드라고나>보다 9계단 뒤처진 등수입니다.

 

수치로 볼 때 <삼국지천>의 성적이 썩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개발 비용이 160억 원이라는 말을 상기해 볼 때 한빛소프트가 이 정도 수치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게임 내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오픈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6레벨 이후 퀘스트가 부족하고, 자동사냥(오토)이 난무하고, 캐릭터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등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김기영 대표는 자신이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 겠다고 결심한 것 같습니다. 

 

김기영 대표는 앞으로 최소 2배 이상 동접을 올리겠다”고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밝혔습니다. 일종의 PD로서 포부인데요, OBT를 시작한 지 40일이 된 온라인게임의 동접을 2배 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기영 대표는 무슨 자신감에 이런 말을 꺼냈을까요?

 

<삼국지천>의 PC방 순위는 한 달 동안 20위 권에 머물고 있습니다(출처: 게임트릭스).

 

김기영 대표의 자신감은 오래 전에 흥행을 성공시켰던 <오디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디션>은 지난 2004년 엠파스의 게임포털 ‘게임나라’에서 첫선을 보인 리듬액션 게임입니다. 하지만 2005년 엠파스가 게임사업을 철수하면서 서비스가 종료되는 불운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옹지마’일까요? 재빠르게 음악사이트 벅스에서 <오디션>을 다시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에 힘입어 <오디션>은 2007년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8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그 덕분에 T3엔터테인먼트는 2008년 한빛소프트를 인수할 수 있었죠.

 

김기영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서비스를 종료했던 게임을 회사의 주력 게임으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삼국지천> 성공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보였습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도 과거 <오디션>을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일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수장인 김기영 대표가 PD로 참여한 만큼 이번 인사 변경은 <삼국지천>에 확실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T3를 지금까지 키운 원동력인 <오디션>에 이어 김기영 대표가 7년 만에 총괄하는 게임인 만큼 주목도 됩니다.

 

<삼국지천>의 재도약, 기대해 볼 만합니다. 그런데 행사 전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김기영 대표가 PD로 참여 했던 <오디션>은 말 그대로 대박났습니다. 물론 지금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고요.

 

  

■ 무대에 등장하는 자와 무대를 떠나는 자

 

전화의 주인공은 <삼국지천>의 전임 PD 나성연 씨였습니다. 그는 한빛소프트의 인사이동에 강한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그에게 들은 사연은 이렇습니다.

 

나성연 PD는 지난 3월 5일, 결혼식을 올리고 11일까지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게임 개발에 매진한 터라 결혼식 일정을 <삼국지천> OBT 이후로 잡았던 거죠. 그런데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한빛소프트에서는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그 인사이동의 주인공은 바로 나 PD였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출근했더니 자신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걸 보게 된 거죠.

 

너무 황당한 나머지 인사 담당자를 찾아가 물어보니, <삼국지천> PD는 김기영 대표가 맡게 됐고 전임 나성연 PD는 비서실로 보직이 바뀌어 있더랍니다. 그가 맡게 된 업무는 비서실에서 게임 개발을 조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채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순간인 신혼여행을 다녀온 다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거죠.

 

나성연 씨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불만이 있었으면 직접 이야기하고 나서 자르거나 할 것이지, 왜 자신이 신혼여행을 간 사이에 일을 진행했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현재 나성연 씨는 퇴사를 원하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성연 씨 외에 기획팀장을 포함한 기획팀원 7명도 사표를 낸 상태입니다. 그만두는 이유는 MBC 9시 뉴스데스크의 말처럼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이기지 못했다는 겁니다. <삼국지천>에 필요한 인원은 이미 내부 인력으로 대체된 상황입니다.

 

해당 개발팀의 분위기도 짐작되는데요, 당차게 출사표를 던진 김기영 PD가 <삼국지천>의 재건을 꿈꾸고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은 반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전임 PD의 퇴장 이야기는 씁쓸하게 들립니다. 그가 떠나게 된 이유야 있겠죠. 단지, 그 과정이 아쉽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떠나는 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유입니다.

 

선장이 바뀐 <삼국지천>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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