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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푸념] 입소문 마케팅, 이건 아니잖아~

임상훈(시몬) 2006-08-22 15:57:00

열흘 전 일요일 새벽 1 20. 속속 올라오는 게시물과 댓글들. 생소한 닉네임의 유저가 연달아 올리더군요. ‘A게임이 재미있다는 내용의 다양한 버전들. 메인은 물론 각 아지트별(아이온/축구/요구르팅) 자유게시판에 하나씩 꼬박꼬박 남기는 부지런한 범인. 조회수 1이라도 나올까 봐 바로바로 삭제하는 시몬. 시몬 승.

 

몇 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시몬, 난감. 새벽에 지웠던 내용과 비슷한 게시물과 댓글이 TIG에 널려 있음 발견. 3명의 범인이 요란스럽게 남긴 발자국들. 짜증내는 유저들. 뒤늦게 일일이 캡처하고, 삭제 버튼을 누르는 시몬. 시몬 패.

 

이 글은 이번 주 일요일에는 느긋하게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를 읽고 싶은 시몬의 푸념입니다. /디스이즈게임

 


 

 

배후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 업체 관계자나 알바의 짓이었는지, 소문으로만 떠도는 다른 회사의 간계였는지. 어쨌든 운영자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그나마 시몬에게는 약과죠. 평소 게시판과 댓글을 일일이 챙기는 헤르시아의 고역에 비하면요.

 

(일단 음모론은 차치하고) 업계에서는 이런 것을 흔히 버즈 마케팅라고 부릅니다.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여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게 하는 마케팅기법이다. 꿀벌이 윙윙거리는(buzz) 것처럼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마케팅으로 삼는 것으로, 입소문마케팅 또는 구전마케팅(word of mouth)이라고도 한다. (중략) 매스미디어를 통한 마케팅기법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며 기존의 채널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공급을 제한하고, 커뮤니티를 잘 활용해야 한다. 또한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광고와 매스미디어를 활용하고, 입소문은 부정적인 면도 갖추고 있으므로 만약의 사태에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네이버 백과사전 중

 

 

 

사실 게시물과 댓글을 활용한 홍보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많은 업체들이 일명 UCC(User Creating Contents)로 불리는, 유저가 만든 컨텐츠를 통해 게임을 홍보하고 싶어하고, 실제 진행해 오고 있으니까요. 유저가 쓴 체험기나 리뷰 중에서도 그런 성격을 지닌 것들이 존재합니다. 다양하고 퀄리티 높은 팬아트로 유명한 <마비노기>는 좋은 예죠. 콘테스트 형식을 빌려 유저들이 <마비노기>를 소재로 한 만화들을 많이 만들어내게 유도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막 클로즈베타 즈음은 사정이 다르죠. 처음부터 UCC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그런 내용을 퍼뜨리기 위해 게임매체에 가입해서, 각 게시판마다 글을 쓰고 댓글을 남기는 열혈유저가 존재하기를 기대한다는 건 마케터의 꿈 속 희망이죠.

 

 

서태지와 SS501, 그리고 팬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서태지 SS501가 음반을 내면 그 퀄리티와 관계 없이 팬들이 나서서 음반을 예약구매하고, 여기저기 홍보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예약판매만으로 판매순위 1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랭킹은 화제가 되고, 화제가 되면 실제 판매량도 늘어나죠. 게임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습니다. 네이버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게임 중에는 의도적인것들도 종종 섞여있습니다.

 

어쨌든 팬들의 충성도는 게임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국내에도 충성도 높은 유저층을 확보한 개발자가 있죠. 그가 만든 MMORPG가 클로즈베타를 시작할 무렵, 게임의 시스템이나 장점을 설명하는 열성 유저들의 활동이 TIG의 일부 게시판을 후끈 달군 적이 있었습니다. 의도적인 버즈인지, 자연스러운 버즈인지 애매했습니다만, 최소한 댓글로 도배하는 짓은 안 했었습니다.

 

 

체험단 또는 서포터즈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어떤 신제품이 나오면 체험단같은 형식으로 일부 전파력 강한 소비자들을 포섭합니다. 밥솥(웅진 쿠첸)이나 목욕용품 업체(은성)은 주부 체험단을 모집했고, 휴대폰 업체(KTFT) DMB 업체들은 대학생 체험단을 운용하기도 하죠. 보통 이런 용품을 무상으로 공급받고, 관계자들과 자주 커뮤니케이션도 하는 체험단은 우호적인 체험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베타테스터 말고 별도의 서포터즈를 선발한 게임도 있었습니다. 서포터즈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면, 게임 내용도 설명하고, 제작의 어려움도 말해주고, 게임 로고가 찍힌 상품 보따리를 주고 하죠. 게임 퀄리티와 상관없이 게임이나 업체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갑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는 법이니까요. 이런 분들 중 일부가 TIG 게시판에도 그 게임을 함께 하자고 글을 남기셨죠. 서포터즈 교육과정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떳떳하게 자신이 서포터임을 밝히셔서 보기 좋더군요.

 

 

이건 아니잖아~ 

 


일부 맹목적인 글도 있었지만, 한계를 인정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이런 글들은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반면 A게임을 비롯해서 그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그 동안 많은 게임들이 작업혐의가 짙은 게시물과 댓글을 남겼습니다. 보통 베타테스트 타이밍에 맞춰 가입해서, 보면 뻔한 글만 여기저기 뿌려놓고 사라지는 패턴이죠.

 

운영자 입장에서는 정보성이나 재미가 있고 도배가 아니라면 그냥 놔둡니다. 하지만 요즘 버즈들은 도를 지나치고 있죠. 그중 A게임의 경우는 가장 심했던 케이스였고요. 오른쪽의 이미지는 그때 한 유저가 남겼던 댓글들을 모아놓은 화면입니다. 전부 보려면 페이지를 넘겨야 하고, 이런 유저가 한두 명이 아니었죠.

 

버즈마케팅, 분명히 효과를 기대하며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TIG 기자 시각: 애교로 봐줄 수도 있지만 지나치다 싶으면 기분 나쁩니다. 그렇지만 그 게임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게임이고, 마케팅은 마케팅이니까요. 하지만 업체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당장 무슨 큰일이 생기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신뢰가 깨어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죠.

 

헤비 유저 시각: 뻔한 작업, 이미 꿰뚫고 있습니다. 무시합니다. 댓글로 조롱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죠. 호감도 뚝뚝 떨어지죠. 소위 말하는 입소문의 핵심층에게 낙인이 찍히게 되는 거죠.

 

라이트 유저 시각: 한두 번 낚인 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속아본 경험, 아래 달린 댓글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을 보면 결국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겁니다. 그 게임과 업체에 대한 호감도는 뚝뚝 떨어질 것이고요. 실제 TIG에도 A게임과 관련된 게시물 아래에는, ‘게임은 모르겠는데 도배 때문에 정내미가 떨어졌다는 류의 댓글들을 어김없이 나타나니까요.

 

소문을 내는 것은 좋습니다. 이제 기자만 게임을 논하는 시대도 아니고, 비슷한 처지의 유저가 하는 말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왕 할 거면 좀더 세련되고 불쾌감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속된 말로, 장사 하루이틀 할 것 아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