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네오위즈는 13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송재경의 <XL레이스>와 계약임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역시 지난 12일 “계약서 문구 조정 정도 남았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구요.
이로써 <XL레이스>를 둔 대형 퍼블리셔들의 ‘X-Large’급의 레이스가 일단락했습니다. 막바지까지 참 치열했었죠. ‘송재경’이라는 이름값도 그렇지만, 지난 4월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XL레이스>의 동영상이 1급 비디오게임에 필적하는 퀄리티를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죠.
네오위즈로 마음을 굳힌 송재경 대표는 “시간을 계속 끌기도 그렇고 해서, 멤버들이 함께 모여앉아 퍼블리셔를 정했다. 나성균 사장도 적극적이었고, 멤버들도 함께 커나가기에 네오위즈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네오위즈-송재경 사단의 계약 임박에 관한 건은 보도자료가 나간 이후 네오위즈의 주가를 껑충 뛰게하는 등 벌써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더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있죠. 한번 열어볼까요.
◆ 초창기 넥슨 주역들, 헤쳐모여
▲나성균 CEO 복귀(3월) ▲정상원 띵 소프트 출자(4월) ▲송재경의 XL레이스 판권계약(6월). 최근 몇달 간 네오위즈에서 일어났던 큰 '사건'들입니다. 여기 하나 재밌는 공통점이 있죠. 이 세 사람 모두 4~5명 남짓하던 90년대 중반 넥슨의 초창기 멤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박진환 엔틱스 사장도 이 '올드보이'에 포함되겠죠.
95~96년 아장아장 걸음마하던 시절 넥슨의 주요 멤버들이 네오위즈 우산 아래 다시 뭉친 셈입니다. 그 시절 송 대표는 대학 단짝 넥슨 김정주 대표와 함께 넥슨을 공동창업해 <바람의 나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카이스트에서 김 대표와 인연을 맺은 나성균 대표는 웹페이지를 만들며 게임 매출이 0원이던 넥슨의 ‘밥줄’ 역할을 했었구요. 한 사람은 온라인게임에 관한 천재였고, 다른 사람은 웹페이지 제작에 관한 천재였죠.
넥슨에 계속 있었던 사람(정상원), 넥슨을 나와 창업했던 사람(나성균), 다른 회사로 옮겼던 사람(송재경), 각자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다시 모이게 됐네요. 아무래도 순수했던 어린(?) 시절 넥슨에서의 인연이 ‘띵 소프트’와 <XL레이스>의 계약에 밑바탕이 됐겠죠.
다시 모인 이들이 ‘사고’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포스트 넥슨’이 가능할까요? 어쨌든 앞으로 그 경과를 지켜보는 일이 제법 재밌을 것 같습니다.
◆ 네오위즈, 비상하는 독수리로
넥슨→엔씨소프트→네오위즈. 송재경 대표의 궤적입니다. 넥슨(Nexon)에서 만든 <바람의 나라>, 엔씨(NC소프트)에서 만든 <리니지>가 현재 잘나가는 두 회사의 굳건한 토대가 됐다는 데는 이견을 달기 힘들죠. 이번 계약으로 그는 3번째 ‘N사’로 발걸음을 옮긴 셈입니다. 물론 이번에는 약간 다르죠. 그는 XL게임즈의 대표로 N사와 계약을 한 거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세번째 ‘N사'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합니다.
전에 필자는 엔씨VS넥슨의 구도를 ‘호랑이와 사자의 진검승부’라는 타이틀로 뽑은 적이 있습니다. ‘송재경 사단’이라는 날개를 얻은 네오위즈, 좀 과장해서 말하면 병아리에서 독수리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성균 CEO의 복귀 이후, ‘게임 올인’을 선언했을 때만 하더라도 많이 무게감이 떨어졌습니다. ‘피망’과 <스페셜포스>가 있었지만, 대형 게임을 이끈 경험이 있는 개발자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겠죠. 정상원 대표가 합류했고, 송재경 사단의 게임까지 얻게 됐으니, 일단 무게는 엄청나게 나갑니다.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Jake'(송재경의 닉네임)라는 이름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알아주니까요.
과연 그 무게만큼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여름방학 무렵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XL레이스>가 나올 때까지 흥미진진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