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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분별한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 창단, 득인가 실인가?

조용히 생겼다 사라지는 ‘유성’ 같은 팀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선수들

오경택(뉴클리어) 2014-03-13 18:05:51

조용히 생겼다 사라지는 ‘유성’ 같은 팀들



롤챔스 본선 무대를 밟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ahq코리아와 에일리언웨어.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에 힘입어 신생 게임단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 순간적으로 빛을 내며 떨어진 뒤 소멸하는 유성과도 같이 사라지는 팀들이 존재한다. 창단하며 잠깐 주목을 받았지만 팀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다.

 


ahq코리아가 롤챔스 무대에서 경기를 펼치던 모습.

ahq코리아가 첫 사례다. 나진 화이트 실드에 속했던 ‘HooN’ 김남훈은 팀을 떠난 뒤 ‘TrAce’ 여창동, ‘ActScene’ 연형모, ‘Promise’ 천민기(피미르), ‘Loray’ 권지민과 함께 ‘훈수좋은날이라는 팀명으로 지난 ‘올림푸스 챔피언스 스프링 2013’(이하 롤챔스) 예선을 통과한 뒤 ahq코리아로 팀명을 바꿔 본선에 참가했다. 하지만 김남훈은 롤챔스 16강 도중에 페이스북을 통해 ahq코리아의 후원이 중단됐음을 밝히며 팀 해체를 알렸다.

 

팀 해체 배경에는 노대철 ahq코리아 감독이 있었다는 ‘피미르’ 천민기의 글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온게임넷, 라이엇게임즈는 자세한 확인 조사와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롤챔스 윈터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에일리언웨어 아레나.

최근에는 또 다른 팀이 해체됐다. 에일리언웨어다. 노트북과 데스크톱, 주변기기 등을 판매하는 에일리어웨어는 형제 팀 ‘아레나와 안드로메다를 지난 롤챔스 윈터에 출전시켜 아레나를 본선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 시즌에 형제 팀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마자 팀이 해체됐다. 이 사실도 공식적인 언급 없이 소속 팀들이 NLB에 에일리언웨어라는 명칭을 뗀 ‘탑’과 ‘아레나로만 진출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강자들이 자리 잡은 롤챔스, 무엇을 바라고 뛰어드는가?

 

기업이 팀 후원을 중단하는 것이 무조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게임단이 생겼다가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경우에는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우선 해체된 팀에 속했던 선수들은 하루아침에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 또,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를 이용해 팀을 만들고 회사 홍보에 나섰다가 성적을 못내면 이내 접어버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반짝하는 마케팅 효과만을 노린 꼴이 된다.

물론 팀의 성적이 나쁘면 후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가?’이다. 일단, 단기간에 롤챔스 16강, 8강 진출을 원한다는 것부터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계를 잘 모른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최근 롤챔스 8강은 특정 팀들의 주무대가 됐다. SK텔레콤T1, KT 롤스터, 삼성 갤럭시, CJ엔투스, 나진 e엠파이어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팀들은 짧게는 1년 가까이, 길게는 몇 시즌을 함께 보내며 호흡이 다져진 팀이다. 이런 팀들을 상대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단기간 안에 거두기란 쉽지 않다. 이미 강자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제대로 투자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선수들,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유명 팀들이 아닌 비인기가 신생 팀에 속한 선수들은 급여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자세한 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파트타이머로 일해 벌어들이는 금액과 비슷하거나 부족한 정도다. 이보다 못한 팀들도 더러 존재한다. 이런 금액을 받으며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위해 하루에 12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빅파일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단 대열에 합류했다. 전 프로게이머이자 GSL 해설을 담당했던 이성은을 감독으로 선임했고, 아모르와 미라클’ 2개 팀을 창단해 롤챔스 스프링 예선에 참가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밖에도 빅파일은 ‘배틀로얄 시즌3’와 ‘NLB’도 후원하고 있다. 신생팀 창단은 언제나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운영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신생 팀의 창단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후원사의 홍보를 위해 팀 창단을 알린 뒤 한두 시즌 활동한 다음 성적을 내지 못하고 사라지면 남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마케팅이 제대로 성공한 것인가?라는 부분에 의문을 제시했을 때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냐는 뜻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협회에 속하지 않은 신생 팀들을 제재하거나 구제할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서서 조율해야 한다면 한국e스포츠협회가 적임자다.

팀들이 창단한 뒤 얼마 운영하지 않고 해체하는 것에 대해 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생 팀들이 짧은 기간 운영하고 해체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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