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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5년 만에 차이나조이에 온 개발자의 충격

임상훈(시몬) 2014-08-18 13:52:46
'차이나조이' 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압도적인 규모의 섹시한 쇼걸들 뻔뻔스러운 표절 게임들  ▲'사우나조이'라 불리는 무더위 눈살 찌푸리는 엽기 행태들...


이런 부정적인, 낙후된 이미지로 떠올리시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게임 기자들도 차이나조이에 가면, 부스걸 찍기에 여념이 없고, 표절 게임 찾기에 바쁘다. 후기엔 늘 '사우나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한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차이나조이는 여전히 많은 쇼걸이 등장하고, 표절 게임이 있으며, 지스타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을 연출한다. 올해는 이상기후였지만, 한 여름 상하이는 낮에 스콜이 쏟아질 정도로 덥고 습하고, 짜증난다. (상하이 여행은 가을이 가장 좋다.)

아직 중국 게임이나 게임쇼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착각이다. /상하이=디스이즈게임 시몬


나는 10년 가까이 매년 차이나조이를 갔다.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봤다. 매년 보다 보니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 했다.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매년 당연히 변화하는 걸 구태여 알릴 생각을 못 했다.

8월 1일 밤 10시 반 전까지는 올해도 그랬다. 한 호텔 로비에서 한국 개발자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그는 5년만에 차이나조이에 왔다. 5년 전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던 그는 요즘은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든 게임은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사우나조이'라고 기피하는 차이나조이를 5년 만에 찾아온 이유다. 

중국 모바일게임이 궁금했다. 자신의 게임과 경쟁을 벌이는 타이틀의 모습을 파악해야 했다. 하루 종일 B2B를 열심히 돌며 중국 게임을 하나하나 플레이했다. 

기자와 만나기 전 그는 한 게임사가 주최한 파티를 다녀왔다. 맥주를 조금 마신 상태였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차이나조이와 중국 모바일게임에 대해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걱정되는 중국 모바일게임들"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 B2B의 중국 모바일게임을 플레이했는데, 후덜덜했습니다. ‘어떻게 수출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게 한국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가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는 엄살이 아니라고 했다. 미숙한 게임들도 좀 보였지만 한국 게임들보다 잘 만든 게임이 꽤 눈에 띄었고, 그 중 몇몇은 정말 대단했다고 했다. 

“5년 전에 왔을 때 중국 게임을 체크하면서 ‘뭐 좀 가져다 베꼈다’를 주로 봤었죠. 그런데 지금은 보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한국 모바일게임에 대한 중국 소싱 담당자의 ‘비즈니스적’ 칭찬을 믿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모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금 미친 듯이 성장 중이다. 지난해 웹게임이 차지했던 차이나조이 B2B 부스는 올해는 모바일게임이 장악했다. 소셜게임과 웹게임 쪽의 인력과 자금이 대거 모바일로 전환해 몰려든 탓이다.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늦었지만, 가세했다. 

BAT라고 불리는 중국 3대 IT 거인(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이 모두 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텐센트의 메신저, 바이두의 검색,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모두 우리나라의 비슷한 서비스와 비교해 나으면 나았지 뒤쳐지지 않는다.




상전벽해, 전시장 주변과 오는 사람들


기자가 이 개발자가 만난 장소는 전시장 맞은편의 호텔 로비였다. 세계 최고급 호텔로 유명한 두바이 국영기업 '쥬메이라 그룹'에서 짓고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5년 전 그가 차이나조이에 왔을 때 이 호텔은 '공사중'이었다.

5년 전 차이나조이 전시장 주변에는 변변한 숙박시절이나 상점이 없었다. 황량 그 자체였다. 5년 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개의 5~6성급 호텔과 식당가, 쇼핑가가 즐비하다.

“그때는 푸동(상하이 황푸강 동쪽 신시가)에 볼 게 없었어요. 와이탄 같은 황푸강 근처밖에 갈 곳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정말 좋아졌어요. 완전 상전벽해예요. 행사장 부근만 놓고 보면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보다 좋아보이네요.”

5년 전 전시장 내부의 환경은 열악했다. 바깥에서 사람을 많이 만났다. 거의 행사장 옆 ‘스타벅스’였다. 아는 얼굴은 거기 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 곳곳 다양한 장소에서 미팅이 이뤄진다. 

차이나조이를 찾아오는 업계인도 무척 늘었다. 중국 각지의 게임업계 인사는 물론 해외에서 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주변에 식당이 많이 늘어났지만, 점심시간에는 줄을 길게 서야 할 정도로 사람도 많아졌다. 

밤의 모습도 달라졌다. 5년 전에는 파티가 드물었다. 대형 온라인게임 퍼블리셔가 주최하는 파티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올해는 무척 달랐다. 여기저기서 모바일게임 플랫폼 업체와 퍼블리셔들이 파티를 했다. 단언컨대 지스타보다 더 많은 파티와 믹서(네트워크 모임)가 열렸다. 


차이나조이 2014 개막 전날, 중국의 대형 휴대폰 제조사 ‘샤오미’가 개최한 VIP 파티


쾌적해진 차이나조이 전시장


그는 B2C 전시장은 가보지 못했다. B2B 전시장에만 있었고, 그래서 그 곳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정말정말 쾌적해졌습니다. 지스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요.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시가 열리기 전날 B2B관의 사정은 끔찍했다. 전시 공간을 세팅하느라고 땀을 흘리고 있는데, 에어콘은 작동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차이나조이가 개막하자 이런 걱정은 기우로 판명됐다. 에어콘은 빵빵하게 나왔다. 너무 빵빵했다. B2B관의 쇼걸들은 옷을 걸쳐 입어야 했다.

아직까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위한 인프라와 통신망 사정은 좋지 않다. 지스타가 2~3년 전 그랬던 것처럼 전시장 및 부근 지역의 무선 인터넷 접속이 매우 불안정했다. 휴대전화 통화나 메시지도 안 가거나 무척 늦게 전달됐다.


IT의 시계는 빨리 흐른다


5년 사이 우리나라 게임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차이나조이의 변화도 그에 못지 않다. 전시장 바깥의 환경, 전시장 내부의 인프라,  그리고 그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의 퀄리티가 크게 개선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IT 세계에선 유효하지 않다.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저장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처럼 IT 세계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지만, 시간의 속도는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DJ 정부 이후 여러 사회경제적 배경과 정책적 지원 속에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최근 국제적인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근시안적인 규제를 남발했고, 업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미래를 봐야 할 매체도 안이했다. 

그 사이 판호로 대표되는 정부의 든든한 지원, 거대한 시장과 자본이 결합한 중국은 성큼성큼 성장했다. 덕분에 5년 만에 차이나조이에 온 한국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멀미가 날 정도로 혼이 쏙 빠졌어요.”


매년 차이나조이 행사가 열리는 상하이 뉴 인터네셔널 엑스포 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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