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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을 위한 PPL, PPL을 위한 게임

2005-01-27 11:43:12

목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인기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한 코너.

 

'우리는 신난다' 에서 문세윤, 김숙, 김늘메, 이병진 등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이 때 들리는 귀에 익은 컴퓨터음. '띵, 띵, 띵, 삐~'소리와 함께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비광'선생이었던 이태식이다. 조그마한 자동차를 타고 나타난 그의 머리엔 빨간 헬멧이 있었다.

 

귀에 익숙한 음악소리, 그리고 빨간 대두(大頭). 그래 맞다. 그는 국민게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던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의 캐릭터 '다오'를 흉내냈다.

 

그의 '생뚱맞은' 출현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을 게다. 하지만 <카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태식의 모습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으리라. 일부의 폐인놀이로 인식되던 온라인게임이 이제는 대중들이 이해하고 웃을만한 코드가 됐다는 점에서 <카트라이더>의 출현은 짚고 넘어갈만한 의미가 있다.

 

 

<웃찾사>에서 <카트라이더> 캐릭터를 흉내낸 이태식. 아무리 봐도 그의 머리에 쓰인 빨간 헬멧과 양복은 부자연스럽다.

 

 

물론, '싸이열풍'이 한창이었던 지난해에는 싸이월드의 가상화폐였던 '도토리'가 유머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심지어 한예슬이 동전 대신 도토리를 냈던 국내 S전자의 디지털카메라 TV광고 장면에서도 그 열풍을 짐작케 한다.

 

인터넷과 게임은 젊은이라면 모두 좋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만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개방적인 곳으로 자리매김하는 반면, 게임은 중독되면 벗어날 수 없는 폐인들이 머무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나 할까?

 

게임이 폐쇄적인 공간이 됐던 것은 게임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삐딱한 시각도 한 몫 했다.

 

당연하다. 어른의 입장으론 게임이란 게 청소년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너무 단순한 예인가? 하지만 이 예제만큼 명확한 것도 없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뜨리는 것은 병아리가 엄마인 닭의 얼굴을 보기 위해 딱딱한 달걀을 깨뜨리고 나와야 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했다.

 

이를 위해 게임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자사 게임을 노출시키는 시도가 있었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엔씨소프트는 고현정의 첫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SBS의 <봄날>에 협찬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이면 엔씨소프트의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고현정 효과'라고나 할까? 이 작품은 드라마 부분 점유율에서 상위권을 머무르고 있다. 엔씨측에선 좋아할만한 일임에 분명하다.

 

 

<모래시계>의 영광이 <봄날>로 재현될까? '고현정 효과'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고현정. 30대 중반의 나이일텐데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그 이전에는 예당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던 프리스톤(구 트라이글로우픽쳐스)이 다양한 스타마케팅을 했던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예기획사의 자회사가 된 프리스톤은 자사 온라인게임 <프리스톤테일>을 <로즈마리>, 그리고 <봄의향기> 등에 노출시켰다.

 

그 이전에는 웹젠의 성공담을 소재로 한 MBC 드라마 <삼총사>도 있었다.

 

 

게임업체들의 시도는 처절했다.

 

게임명을 알리는데는 성공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내 주위에서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게임업체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있나 보다'라는 식으로 연결을 지었다. 돈을 벌었으니깐 TV 프로그램 협찬도 하는 거 아니냐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게임노출에는 성공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들에게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다. 그만큼 이들에게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게끔 만드는 '게임성'을 전달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드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보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긴 있었을 게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게임을 이용했다던 느낌마저도 든다. 이 점은 앞으로 헤쳐나갈 과제가 될 듯 하다. 게임이 방송이나 영화에 등장하여 노출효과를 누리는 PPL(Product Placement)의 단계를 넘어 온 국민이 즐기는 코드로 자리매김을 한다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CCR의 <포트리스>가 나왔던 영화 <마들렌> 포스터. 이래놓고 보니, 조인성이 온라인게임과 인연이 있나 보다. 하긴 최근엔 한게임 모델도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