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계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올해 내내 규제 한판에 시달렸는데, 중국 제일 남쪽의 섬으로부터 훈풍이 불어왔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2월 21일, 하이난성 공산당 상임위원회와 샤오 유지 선전부 부장이 2018년 중국게임산업컨퍼런스(中国游戏产业年会)에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하이난성이 먼저 3단계 메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게임 승인 방식(판호 발급 방식)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죠. 또한, 게임산업개발 투자펀드를 설립하기 위해, 하이난에 국제 e스포츠 대회를 열고, 게임 전시회도 개최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하이난성 상임위원회나 선전부 부장은 도대체 뭘까요? 과연 공신력 있는 이야기일까요?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습니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등 최고 권력자 7인이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인 것처럼, 각 성별로 공산당 상임위원회가 있고 서기가 있습니다. 이들은 그 성의 성장(우리로 치면 도지사)보다 힘이 셉니다. 또한 중앙에 사상을 관리하는 중선부(중앙선전부)가 있는 것처럼 각 성마다 지방 선전부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하이난성에서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게임을 관리하는 중앙 공산당 조직(중선부)과 이미 합의한 사항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3단계 메커니즘을 좀더 더 들여다 보죠.
하이난성 선전부 부장은 게임의 사전 시험 단계에서 긍정적/부정적 리스트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게임업계가 개발 과정에 지장을 받지 않고, 게임 승인 과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게임 검토에 대한 정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온라인 관리를 보다 과학화하기 위해" 선전부 부장이 도입하겠다고 한 3단계 메커니즘은 이런 방식입니다.
▶1단계: 인공지능 검토
▶2단계: 전문가 검토
▶3단계: 얼굴 인식 기술 적용과 게임사 내의 체계적 게임 관리
다른 내용은 이미 어느 정도 공개된 듯한데, 인공지능 검토를 도입한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해골이나 붉은 피 등과 같은 요소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걸러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하이난일까요?
게임 판호 이슈에 하이난성이 등장한 것은 무척 갑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던 이 휴양지 같은 섬을 올해부터 적극 개발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올해 중국의 12번째 자유무역시험구이자, 첫 자유무역항의 전초기지로 지정되기도 했거든요.
중국 정부는 하이난을 새로운 독립 관세구역으로 만들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섬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동, 자본의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시키겠다는 거죠. 2013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책임자였던 선샤오밍이 지난해 5월 하이난성의 성장으로 임명된 것도 그런 맥락이고, 올해 5월부터 최대 30일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국가가 59개로 늘어난 것도 같이 이유일 겁니다. 한국인도 중국 비자 없이 하이난에 갈 수 있습니다.
이런 기조에 맞게 하이난성은 '게임 디지털 항구'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이난성 공산당 위원회와 지방 정부는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게임산업이 하이난에 정착해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대책을 개선하고, 게임산업개발 투자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게임업체를 하이난에 유치하겠다는 거죠.
하이난성 선전부 부장까지 나서서 게임 산업의 수출입 지원을 위해 자유무역 계정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출입 문제를 걱정하는 게임 회사들을 위해 2019년 1월 1일부터 자유무역 계정을 개설할 것이라고 합니다. 자유무역 계정이 개설되면 위안화든 외국 돈이든 통화 당국의 심사없이 외국 증권이나 채권 시장에 투자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위안화 대출이 가능합니다.
하이난은 또 e스포츠 국제대회와 게임 전시회를 개최해 방문객들이 하이난에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규제로 신음을 앓던 중국 게임 업계에 따뜻한 남쪽으로부터 훈풍이 불어오는 듯합니다. 과연 이 바람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우리 게임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