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맞고>와 <포커>를 버렸습니다.
게임포털 1위 넥슨이 내일(24일)부터 <스타맞고> <포커> <사천성> 등 10개의 웹보드게임을 넥슨닷컴에서 모두 내립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달 초 넥슨닷컴 공지사항을 통해 공개됐고, 이에 따라 웹보드게임 머니 리필 및 관련 아바타 판매가 지난 3일부터 정지됐습니다.
<맞고>와 <포커>는 국내 게임포털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로 인식돼 왔습니다. 현재 랭키닷컴 게임포털 1위~30위 중 <맞고>와 <포커>류의 웹보드게임이 없는 사이트는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17위)와 ‘스타이리아’(27위) 밖에 없습니다. 전자는 분류가 좀 이상하구요, 후자는 애초에 ‘플랫폼’이라는 다른 개념을 내세운 게임포털이었으니, 일반적인 게임포털은 전부 <맞고>와 <포커>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게임포털 랭킹 1위인 넥슨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디스이즈게임
♠ 그 업계의 사정
<맞고>와 <포커>는 게임포털 3강을 유지하던 한게임, 넷마블, 피망의 주력 게임입니다. 플레이엔씨를 비롯해 한빛온이나 하이코쿤 등 비교적 근래 런칭한 후발 게임포털들도 “우리는 다르다!”를 이야기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 혹은 ‘구색맞추기’ 식으로 <맞고>와 <포커>를 서비스하고 있죠.
‘게임백서 2005’에 따르면 일반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장르로 ‘웹보드게임’(38.1%)이 꼽힙니다. 현재 <맞고>와 <포커> 류의 게임의 동접자 규모는 메이저 3사를 포함해 대략 30만~40만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죠. 지난 해와 비교해 ‘안정적인’ 유저 수를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이 안정성은 ‘시장포화’ 상태를 의미합니다. <카트라이더> <프리스타일> 등 캐주얼게임 시장의 엄청난 성장과 <스페셜포스> 등 FPS의 예기치 않은 인기에 비해 더욱 그런 느낌이죠.
비록 정체됐지만 워낙 안정적으로 수익을 발생해온 큰 시장인 탓에 그동안 게임포털을 만드는 업체들은 <맞고>와 <포커>에 열심히 베팅해 왔습니다. 게임 자체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이벤트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았죠. 엠파스게임이 강호동을 등장시켰고, 엠게임은 컬투와 리마리오를 내세웠습니다. 넥슨닷컴은 전용준·엄재경 컴비로 공략했구요.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었습니다. 메이저 3사의 벽이 굉장히 단단했기 때문이죠. 물론 이들 업체들도 각종 이벤트를 통해 기존 유저를 잡으려고 노력도 했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현재 쌓여있는 사이버머니와 경험치를 버리고 맨땅에서 새로 시작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풀’(같이 놀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엉덩이를 무겁게 했을 테구요. 피망의 관계자는 “다른 포털이 매력적인 이벤트를 해도 잘 움직이지 않아 의아해서 여쭤봤더니 ‘새로 아이디 만드는 게 귀찮아서 이사가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귀뜸해주더군요. 10대 유저들과 달리 30대 이상의 유저들은 역시 충성도가 높습니다.
정리하자면, <맞고> <포커> 시장은 포화 상태에, 메이저의 벽이 단단한 아주 골치아픈 레드오션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그곳엔 눈에 선한 탱탱한 물고기가 너무 많았으니….
◆ 넥슨의 사정
그 탱탱함을 잊지 못한 넥슨도 결국 지난 해 3월 넥슨닷컴을 오픈하면서 <맞고>와 <포커>류를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수년 전부터 넥슨 내부에는 <맞고>류를 서비스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 제작되기도 했지만 외부로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기존 넥슨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이미 늦었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눈앞에서 탱탱한 물고기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컸던 탓에 넥슨도 다른 게임포털들이 그랬듯 <맞고>와 <포커>를 런칭했습니다. 나름대로 전용준과 엄재경이라는 비장의 카드도 준비했구요.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죠. 최근 4개월간 넥슨닷컴의 웹보드게임의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5,000~6,000명(평일)/1만명 내외(주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접을 정도로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과 비교할 때 좀 우울했죠.
이런 상황에서 넥슨은 결국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종래 서비스하던 모든 웹보드게임을 접기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거죠.
넥슨닷컴 웹보드게임 게시판에는 유저들의 항의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다른 게임포털에 비해 넥슨의 ‘포기’는 부담이 좀 적은 편입니다.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등의 10대 유저층에게 이번 결정은 다른 나라 이야기일테니까요. 기존 웹보드게임 유저들의 보상 문제도 유저수가 적고, 현금 아이템 판매가 적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넥슨은 이번 웹보드게임 포기를 통해 두가지 ‘떡’을 기대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넥슨닷컴은 길드 시스템을 갖추는 등 유저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있는 중인데, <맞고> <포커> 카드를 덮음으로서 밝은 포털의 이미지를 포지셔닝할 수 있으리라 희망하고 있죠.
또한 틈만 되면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압력단체들의 사행성에 대한 압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주 유저층이 10대인 넥슨에게는 이런 압력의 온도가 다른 업체에 비해 훨씬 뜨거웠습니다. 이런 부담 탓에 기존 넥슨닷컴에서도 <맞고> <포커> 등의 모든 웹보드게임 메뉴는 메인창에서 텍스트로밖에 표시 안 했을 정도였니까요.
어쨌든 넥슨의 이번 선택이 향후 게임포털 모델에 새로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맞고>와 <포커>라는 감초가 빠진 약방이 계속 등장할지, 아니면 그냥 예외 하나로 치부될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맞고> <포커> <사천성> 등을 배제한 다른 개념의 웹게임으로 승부하겠다는 넥슨의 다음 행보와 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에 따라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가 갈라질 것은 확실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