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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팰월드 소송으로 다시 떠올린 닌텐도와 소니의 30년 악연

소니와 닌텐도의 복잡한 관계: 협력과 배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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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음마교주) 2024-09-20 18:31:07
게임 산업은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경쟁 관계 이전에 갈등으로 얽힌 복잡한 역사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팰월드>에 대한 닌텐도의 특허권 침해 소송이 진행되면서 이 갈등의 역사가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에도 비교적 잠잠했던 닌텐도는 왜 지금 <팰월드>에 대해 칼을 빼 들었을까? 이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지만, 모두가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닌텐도와 소니의 악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니가 포켓페어와 손잡고 팰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이 기폭제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단순히 한 개의 게임으로만 머물렀다면 모르겠지만, IP 지배기업인 팰월드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팰월드>의 IP를 확장한다는 행위를 닌텐도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소니가 있다는 것이 닌텐도와의 악연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과연 지난 30년간 이 둘에겐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닌텐도가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팰월드>


# 협력과 배신의 결과물로 탄생한 'PlayStation'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만한 PlayStation의 탄생 비화다. 1988년 소니와 닌텐도는 기존 롬 카트리지와 플로피 디스크 방식에서 벗어난 CD-ROM 기반의 콘솔 게임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PS-X라는 프로젝트로 불린 이 공동 개발은 간단히 말해 닌텐도의 슈퍼패미콤에 소니가 주도하던 차세대 미디어인 CD-ROM을 합친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패미콤으로 게임 시장의 큰 손인 닌텐도는 갑의 위치에, 닌텐도에 부품을 납품하던 소니는 을의 위치에 있었다.

결과가 존재하는 역사인 만큼 우리는 PS-X의 결론을 알고 있다. 중간의 복잡한 스토리는 다 빼고 이야기를 간결히 정리하면 닌텐도는 필립스와 손을 잡고 소니의 뒤통수를 크게 쳤다. 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닌텐도의 배신이었다(물론 닌텐도는 이후 필립스와 협력을 포기하고 캐릭터 이용권리만 부여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소니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소니의 CEO였던 오가 노리오는 이를 "배신"으로 여겼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를 설립하여 향후 전설이 되는 쿠타라기 켄을 통해 독자적인 콘솔 게임기 개발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PlayStation의 탄생 배경이다.
PS-X 프로젝트로 나온 프로토타입 콘솔게임기


#소니의 닌텐도 견제와 도쿄게임쇼의 시작 배경

이런저런 사정으로 1994년 탄생한 소니의 PlayStation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두었고, 점차 닌텐도가 독점하던 콘솔 게임기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6년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소니는 닌텐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일본 게임 업체를 하나로 모아 CESA(Computer Entertainment Supplier's Association)를 설립했다. CESA는 일본 비디오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무역 협회로, 소니뿐만 아니라 세가, 남코 등 다른 게임 회사들도 참여했다.

그리고 남코의 <철권 2>, 캡콤의 <바이오하자드>의 성공, 사실상 닌텐도의 독점이었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최신작인 <파이널 판타지 7>을 PlayStation으로 끌어들인 시점이 1996년이다.

1996년 열린 1회 도쿄게임쇼는 소니의 닌텐도에 대한 기선제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1996년은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불리는 도쿄게임쇼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CESA의 주도로 만들어진 도쿄게임쇼는 당연히 소니를 중심으로 한 게임과 하드웨어를 선보이는 무대가 되었다. 반 닌텐도 진영의 CESA가 개최한 게임쇼에 닌텐도는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실제로 닌텐도는 별도의 행사인 '닌텐도 스페이스 월드'를 개최하면서 도쿄게임쇼와 선을 그었다.

물론 화해(?)의 시도는 있었다. CESA가 일본의 게임 산업과 관련 무역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보니, 당시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닌텐도의 DS(NDS)를 무시할 수 없었다. 때문에 행사의 막을 여는 개막 축사의 첫번째를 닌텐도에 부탁했던 것.

즉 도쿄게임쇼 2005 주최측은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에게 NDS를 주제로 도쿄게임쇼 키노트를 요청했다. 이를 받아들인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는 그 자리에서 협의 없던 내용인 Wii의 공식명칭과 리모트 게임패드, 향후 닌텐도의 전략을 최초로 공개해버렸다(실제 최초 공개는 E3 2005였지만, E3에서는 코드네임인 '닌텐도 레볼루션'이었고, Wii라는 공식 명칭은 도쿄게임쇼 2005의 이와타 사토루 키노트에서였다).

키노트 후반에 갑자기 Wii의 영상과 함께 리모트 패드를 소개하는 닌텐도의 아와타 사토루

특히 PS3 발표로 도쿄게임쇼에서 세몰이를 해야 하는 소니의 앞마당에서 닌텐도가 경쟁 콘솔 게임기인 Wii를 사전 합의없이 전략적이고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또 한 번의 뒤통수였다.

어쨌든 1996년 PlayStation과 닌텐도64, 2000년 PlayStation 2와 닌텐도 게임큐브의 경쟁에서 소니에 뒤처진 닌텐도는 2006년 PlayStation 3와 닌텐도 Wii의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다.



닌텐도의 배신으로 탄생한 PlayStation으로 패미컴 독주를 멈추게 한 이후 PlayStation 2로 콘솔 게임 시장을 장악한 소니, 그리고 Wii로 시장을 다시 찾은 닌텐도. 이들의 경쟁처럼 보이는 다툼은 무승부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했던 소니와 닌텐도의 충돌은 2024년 <팰월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진다.


# <팰월드> 뒤에 있는 소니뮤직과 SIE... 일단 둘 다 '소니'

2024년 1월 출시된 <팰월드>는 출시 3주 만에 19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논란도 컸다. 닌텐도의 프랜차이즈인 <포켓몬>과 너무 유사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일부에서는 아이디어 외에 에셋을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팰월드>는 애초에 소니와는 관계없는 게임이었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와 더 친밀한 관계였다. ID@Xbox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시된 <팰월드>는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팰월드>의 IP와 함께 개발사인 포켓페어를 인수 합병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난입은 소니였다. 소니는 소니뮤직을 통해 '팰월드'의 개발사 포켓페어에 투자하고, 관련 IP를 관리할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소니가 '포켓몬'에 대항할 만한 프랜차이즈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개인이 만든 <팰월드>의 <포켓몬> 모드가 올라오자마자 삭제되는 건 닌텐도의 입김이었을까?

악연의 재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후 닌텐도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닌텐도는 <팰월드>가 '포켓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직후 도쿄게임쇼 2024에 예정된 PlayStation 5 버전의 <팰월드>는 라인업에서 사라졌다.

혹자는 포켓몬의 프랜차이즈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 논란의 <팰월드>이기에 소니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그 외의 기업이 손을 댔어도 닌텐도는 똑 같은 대응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실제 손을 댄 것은 소니뮤직이고, 소니의 PlayStation이 시작된 것도 소니뮤직의 한 사무실 공간을 빌려서였다.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라’했고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리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고 했다.

소니뮤직이 투자한 조인트 벤처 '팰월드 엔터테인먼트'

닌텐도와 소니의 오랜 협력과 배신의 스토리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공교롭게도 소니와 닌텐도의 갈등이 만들어낸 세계 3대 게임쇼인 도쿄게임쇼 2024가 1주일 남은 시점이다. 그리고 <팰월드>의 PlayStation 5 버전의 첫 공개 시도는 없었던 것이 되었다.

참으로 공교로운 시점에 공교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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