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는 개발팀의 의도와 다르게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먼저 알려졌다. 한때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올랐던 게임으로는 다소 아쉬운 마무리다. 조 디렉터는 "어떻게 하면 IP를 빛나게 할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한국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라는 어려운 결론이 났다"며 "의도와 무관하게 혼란을 드렸다고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그의 표현대로, 일련의 과정에서 '혼란'은 적지 않았다. 넥슨과 니트로 스튜디오가 옛 게임에 힘을 빼고 새 게임에 힘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전부터 있었지만, 방식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보도가 앞서고 발표가 뒤를 이었으니 사람들은 의도했던 안 했던 작별을 '통보'받은 셈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몇몇 유저들이 이 흐름에 반대하며 판교 넥슨 사옥에 트럭을 보냈다.
기자는 조재윤 디렉터를 공식 석상에서 몇 차례 만나 두 게임이 공존할 수 있을지 물었지만, 조 디렉터는 늘 답변을 아껴왔다. 게임이 첫 공개된 2019년 이후에 소문과 예측 이상의 예고가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면 '국민 게임'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했을 것이다. 게임은 온라인 환경에서 즐기기에는 너무 오래됐다.
<카트라이더>는 2004년 8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니티나 언리얼이 널리 활용되기 기 전에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다. 18년 동안 라이브 서비스와 업데이트를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게임이다. 게임 업계에서 <카트라이더>의 코드는 '누더기'로 형용된다. 그런데 18년이 지나도록 하드웨어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고, 게임 엔진은 훨씬 좋아졌다.
<카트라이더>는 넥슨이 보여준 라이브 서비스의 성과로 흔히 말하는 '세컨드 게임'으로 PC방에서 생명력을 얻었다. 그러나 니트로 스튜디오가 말하는 대로 "카트라이더라는 IP가 보여주는 재미가 분명"하다면, 세대교체를 위한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언제까지 세컨드로'만' 머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기자는 테스트 빌드가 공개될 때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체험했다. 크로스 플레이가 얼마나 매끄럽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만 제외하면, 이 게임은 '차세대 카트라이더'라는 수식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지스타에서 공개된 빌드도 관람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이 전개되는 과정은 대단히 안타까웠지만,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분명 기대를 걸어볼 만한 타이틀이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카트 황제' 문호준이다. 선수 은퇴 후 구단주,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문호준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영상을 보면서 확신"했다며 선수 복귀를 선언했다. 게임 그 자체를 상징하는 '전설'이 돌아올 만큼의 신작이다.
<카트라이더>에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의 '환승'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이제 과제는 그간 <카트라이더>와 얕고 깊은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것이다. 넥슨은 지난 1년간 유저들이 결제한 상품에 대해서 환불하기로 했다. 기존 유저들에게 '헌정 패키지'는 물론 본인의 플레이 기록도 아카이브될 예정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새로운 기술이 옛 기술을 밀어내면서 더 발전된 질서를 만들어 나간다는 개념이다. 지금 넥슨과 니트로가 '카트라이더' IP에 하려는 일은 바로 이 '창조적 파괴'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새로운 게임이 나온 뒤, 사람들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퍼스트 게임'으로 하기 위해 PC방을 간다면, 해외에서 그간 몰랐던 '카트'의 재미를 널리 맛본다면, '황제'의 귀환으로 e스포츠가 성공한다면, 그렇게 '국민게임'에 준하는 명성을 다시 얻는다면, 이 창조적 파괴는 성공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1월 12일 시동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