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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아블로에서 온라인게임 2.0을 배운다

엠게임 2007-04-30 14:00:14

<> <퀘이크>로 유명한 미국 id소프트의 신화가 시작된 것은 1992 <울펜슈타인 3D>를 발매하면서부터였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 두 명의 천재 개발자는 이 게임을 통해 FPS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대중화시켰고, 93년과 94년에는 <둠>과 <둠2>를 연달아 내놓아 전 세계 게이머들을 순식간에 열광적인 FPS 마니아로 만들어 놓았다.

 

1996년에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를 출시해 RPG 장르를 혁명적으로 변모시켰다. 테이블게임을 위한 룰북 <던전 앤 드래곤>에서 시작된 RPG 80년대부터 컴퓨터 게임으로 재창조 되어 당대의 주류 장르로 성장해왔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턴-베이스 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디아블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RPG팬들의 반응은 열광이라기보다는 혼란과 불평에 가까웠다. 독특한 세계관과 가슴 뛰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치고 베는 액션 중심의 게임을 과연 RPG라 부는 것 자체가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정통적인 RPG팬들의 비난과 달리 <디아블로>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RPG의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그런데 <울펜슈타인 3D>와 <디아블로>는 모두 당시 막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온라인 네트워크에 성공의 일부를 빚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울펜슈타인 3D>는 최초로 쉐어웨어 개념을 이용한 마케팅을 적용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디아블로>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의 대명사가 된 배틀넷(Battle Net) 위에서 자라났으니 말이다.

 

90년대 초반부터 몇 년간 벌어진 이와 같은 일은 ‘전설’이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못할 만큼의 큰 무게를 지니고 있다. ‘게임의 개념’ 자체가 혁신되고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울펜슈타인 3D>과 <디아블로>는 오늘날 게임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FPS와 RPG 장르의 근간이 되었고,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창조했다.

 

그리고 2007년 현재, 아직까지 이들 두 게임의 틀을 뛰어넘는 RPG FPS는 출시되지 않고 있다.

 

<헤일로><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최신작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와 물리엔진을 선보이고 있지만, 게임 자체의 개념은 십 수년전의 <울펜슈타인 3D>와 다를 바 없다. MMORPG의 스탯 시스템과 스킬트리, 인터페이스 역시 <디아블로>의 근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없다.

 

돌이켜 보면 게임의 발전은 전형적인 계단식이었다. 그리고 혁신이 대체로 상업적 성공과 일치한 경우가 많았다. 하나의 타이틀이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게임 개념을 창조해서 성공을 거두면, 이를 시작으로 새로운 장르가 태어난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수많은 개발자들은 그 개념을 보완, 발전시키거나 기술적 진보에 발맞춰 더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을 보탠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혁신이 일어날 때까지 점진적으로 진화가 계속되고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사이클을 이루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핵&슬래쉬 게임이라고 종종 폄하되는 한국의 MMORPG 역시 한국적 특수성에만 어울리는 반쪽 짜리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의 온라인 게임에 비해 열등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MMORPG가 액션을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게임 장르가 더 대중적으로 진화하면서 필연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요소일 뿐이다. 덜 정교한 세계관과 게임 시스템, 하지만 더 쉽고 빠르게 플레이하고 빠져들 수 있는 플레이 방식 역시 <디아블로>가 속칭 ‘RPG의 순수 혈통주의 게이머들에게 비판을 당했듯, 결국 거쳐가야 하는 경로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합적이고 새로운 게임 경험을 창조해야 하는 혁신의 의무를 저버린다면 성공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을 앞세워 발전한 한국의 게임산업, 혹은 게임 스타일은 자유도MMO 플레이라는 이름 하에 스토리 텔링’ ‘잘 연출된 하나 하나의 클라이맥스. 유니크한 주인공. 즉 게임 속의 드라마가 배제되어 왔다. 모자라는 드라마는 게임 시스템 밖에서, 그러니까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 유저들이 알아서 보충했다.

 

다음 세대 한국 온라인 게임의 과제는 ‘주인공과 스토리 텔링의 부활’, ‘실시간으로 유저들에 의해 진화하는 Persistent World’ 그리고 ‘독불장군 RPG로부터의 탈피’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 <디아블로>가 그러했듯,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모든것이 이뤄지는 게임이 나온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온라인 게임 2.0의 시작이 아닐까?

 

때로는 기분 좋은 성공이 혁신을 지연시킨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무주공산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거칠 것 없이 내달리며 아직 게임이란 것이 무언지 잘 몰랐던 동아시아 시장을 MMO의 색깔로 물들인 것은 비할 데 없이 기쁘고 감격스럽다. 이것은 분명 우리들의 다음 걸음에 엄청난 밑바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다음 미션을 클리어 하지 못하면 아무리 업그레이드를 최고사양으로 해놓았다고 해도 화면에는 Game over가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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