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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내 아이의 게임, 알고 있나요?

무관심이 가장 나쁜 일. 닫힌 아이의 방문을 열자

태무 2007-06-05 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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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국 게임산업진흥원이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게임 이용에 관해 청소년과 학부모가 갖고 있는 생각과 현실에 대한 조사였는데요, 그 결과가 흥미로운 한편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여가선호 방안 1위는 게임(32.5%)입니다. 2위가 TV시청(22.5%), 3위가 게임을 제외한 인터넷(19.5%)인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죠. 그만큼 청소년층에게는 게임이 일상화 되어있고, 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겠죠.

 

청소년들이 게임을 주로 즐기는 장소는 집(85.2%), 그 중에서도 자기 방(46.2%)로 집계되었습니다. PC방보다는 집을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자녀의 게임 이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나 인식은 참담했습니다. 자녀가 플레이 하는 게임의 이름을 알고 있는 학부모는 55.7%에 불과했으니까요.

 

이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1개 이상의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55.7%라는 수치보다 훨씬 밑돌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게임의 연령별 등급분류에 관해 알고 있는 학부모는 불과 33%였습니다.

 

자녀의 게임이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용시간을 조절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68.7%), 자녀 스스로 자율적으로 이용한다는 대답(25%)이 두 번째였습니다. 제한 아니면 방치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한국 학부모들, 게임에 너무 무관심 하다

 

지난해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독일게임쇼(GC)에 간 적이 있습니다.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게임쇼에 와서 플레이할 게임을 ‘함께 고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독일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플레이 할 게임의 연령 등급을 철저하게 확인했고, 만약 아이가 자기 나이 보다 높은 연령등급의 게임을 플레이 해 보겠다고 떼를 쓰면 아주 매섭게 혼을 내더군요.

 

그래서인지 독일은 교육용 게임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서, 다섯 개의 홀로 나눠져 열린 독일게임쇼에서도 두 개의 관은 교육용 게임으로만 채워져 있었습니다. 물론 교육용 게임의 완성도 역시 훌륭했습니다. 시장 형성은 컨텐츠의 발전을 이끌게 마련이니까요.

 

자녀 혹은 손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 정말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연령별 등급분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부모가 불과 33%, 그렇다면 그 연령등급에 맞게 자녀의 게임을 골라주는 부모들은 훨씬 적겠죠.

 

조금 과장을 하자면 자녀가 얼마나 게임에 매달려 있는지 감시할 뿐, 자녀가 플레이 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게임쇼 지스타의 경우를 볼까요? 아동 이건 청소년이건,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아온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함께 찾아온 경우가 있더라도 학부모들은 그저 아이가 다치거나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할 뿐, 어떤 게임을 관람하는지까지 신경쓰는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물론 못 봤을 수도 있지만 행사장에 오랫동안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카트라이더>나 <메이플스토리>의 현금 아이템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자녀와 부모의 실랑이는 자주 봤어도, 자녀가 어떤 게임을 플레이 할지 골라주거나 관심을 갖고 관리해 주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열 번 잔소리 보다 효과적인 '관심'

 

개인적으로 굉장히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눈으로 보기에도, 게임계에는 청소년들이 부모의 지도 없이 플레이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게임들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아이가 잔혹한 살인마가 주인공인 게임 <맨헌트>에 푹 빠져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혹은 <포스탈>, 혹은 <취작>…. >_<

 

최소한 이런 물건은 가려줘야죠. 사실 게임으로 치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굳이 <문명>이나 <심시티>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재미 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이용 시간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이런 좋은 게임들을 찾아서 ‘권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자녀가 즐기고 있는 게임의 이름을 검색 포탈이나 디스이즈게임과 같은 게임 전문 웹진에서 찾아보거나, 해당 게임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학부모가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자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착한 일을 하거나 성적이 오르면 게임 속에서 좋은 아이템을 주는 등 긍정적인 교육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정말 어렵다면, 그저 약간의 관심과 시간을 투자해 그 게임에 대한 정보를 체크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최소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책정한 연령등급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정보는 얻을 수 있으니까요.

 

어렵게 찾아낸 한 컷이네요. 이런 모습을 좀더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스타 2006)

 

어느새 학부모가 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참 어렵겠다 싶더군요. 분유 하나 고르는데도 아이의 연령대는 물론 영양, 가격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지요. 영어학원 하나 보내는 데도 학원 연혁, 강사진, 교육과정을 전부 다 따져보던데요. 역시 관심이 안 갈 수가 없겠죠.

 

하지만 자녀가 즐길 게임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잘 알겠지만, 내 자녀가 오랫동안 즐기는 게임인 만큼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먹는 것, 공부하는 것만큼 노는 것도 자녀의 성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변수입니다.

 

총기난사와 관련된 어떤 사건만 터지면 일간지에서는 연일 게임을 성토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게임중독 문제가 심각하니 청소년들은 자정 이후에 게임을 못하도록 ‘셧다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었죠. 심지어 내 자식이 게임에 너무 빠져 학업에 지장이 있으니 게임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황당한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죠. 자녀가 닫힌 방 안에서 어떤 컨텐츠를 이용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해 본 적이 있나요?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또 게임하니?"란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게임 세대를 겪은 젊은 부모들이 나이를 먹고 아이를 기르게 되면 이런 걱정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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