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몬입니다. 지난 허접칼럼에서 저는 차이나조이에서 봤던 3가지 씁쓸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허접칼럼] 거꾸로 걸린 태극기, 지도에 없는 한국, 가장 외진 한국 공동관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댓글을 살펴 보니, 여러 해석과 의견이 있더군요. 후속 칼럼을 쓰다가, 멈췄습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나서요. 제목에 'A/S'(애프터서비스)라는 표현을 넣었습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일부 댓글을 보니, '의도적인 푸대접'으로 보는 시각이 있더군요. 한국을 겨냥해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말이죠.
세 가지 수모 사례가 나열됐으니,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 더 설명을 덧붙였어야 했는데...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사례에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특정한 의도가 반영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도적인 푸대접으로 보지 않는 4가지 이유
1) 그렇게 해서 얻을 이득이 없습니다.
'거꾸로 걸린 태극기'(레쿠)와 '한국이 없는 지도'(치앤카)는 개별 업체와 관련된 일입니다. '외진 한국 공동관'은 차이나조이 조직위원회와 관계 있고요. 세 주체 사이에 엮이는 것은 없습니다. 따로따로 엉뚱한 일이 발생한 거죠. 거기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면, 조직위원회가 나서서 꾸몄다는 건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을 이득이 없거든요.
조직위원회가 두 업체를 따로 택해 이런 일을 꾸밀 만큼 한가한 곳은 아닙니다. 게다가 저처럼 이상한 녀석 말고 태극기가 거꾸로 걸린 거나 지도에 한국이 없는 걸 발견할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도 안 나온다는 거죠.
좀 더 냉정하게 보면, 현재 중국에서 한국 게임이 그런 견제를 받을 만큼 위협적인 상황도 아니고요. 그런 건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차이나조이는 국제적인 게임쇼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어 합니다. 저를 찾아와 한국 업체를 더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곳입니다.
2) 성조기의 빨간 줄 개수 아는 사람 있나요?
'지옥의 천사' 님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태극기 뿐만 아니라 유니언잭(영국 국기)도 거꾸로 달려 있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지옥의 천사 님 댓글을 보고 유니언잭을 다시 들여다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에게 태극기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국기의 디테일에는 약합니다. 광화문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을 숭배하는 일부 열성 팬들조차 본인이 흔드는 깃발 속 빨간 줄 개수는 모를 겁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기본적인 것들도 모르는 것 같지만요.)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약소국입니다. 일반 외국인이 태극기의 상하좌우를 구별하는 것은 꽤 어려울 일이겠죠. 그래서 태극기가 거꾸로 달리거나 흔들리는 일이 가끔 발생합니다. (국내 정치인이 그러면 곤란하겠지만요.)
3) W3관에는 한국 업체인 뚜레쥬르가 있었습니다.
차이나조이는 매년 발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편의시설이 늘어났습니다. B2B관과 WMGC관에는 가볍게 식사를 하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매우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각각의 전시관에서는 한국 브랜드인 '뚜레쥬르'와 일본 업체가 아시아 사업권을 가진 '미스터 도넛', 미국 브랜드 '스타벅스'를 만날 수 있었죠.
특히 '뚜레쥬르'는 입장구에서 가장 가까운 W3관에 위치했습니다. 저도 이 곳에 한 끼를 깔끔히 해결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의도적 푸대접과는 배치되는 사례가 아닐까요?
4) 스마일게이트와 대만 공동관도 당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년 연속 B2B관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케리호텔과 이어진 북문(North Gate)에서 W5관으로 바로 연결되던 시절, 그 출입구 근처에 부스가 있었기 때문이죠.
올해는 달랐습니다. 스마일게이트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행사가 끝난 뒤 예전처럼 출입구 쪽에 부스를 예약한 탓이었죠. 한국 공동관도 같은 방식으로 일찍 부스 위치를 예약했습니다. 함께 낭패를 봤습니다.
이건 우리 업체들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공동관 건너편의 대만 공동관도 (살짝 나았지만) 마찬가지였죠. B2B관에 들어온 중국 업체들도 비슷한 처지였고요.
한국 게임의 위상 하락에 따른 해프닝으로 보는 이유
저는 이런 이유로 일련의 사례들이 ‘의도적인 푸대접’이 아니라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들을 큰 그림에서 보면 연결되는 배경이 보였습니다. 한국 게임의 위상 하락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실수로 태극기가 거꾸로 걸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후속 조치였습니다. 한국 기자가 찾아와 “한국 국기가 거꾸로 달렸어요. 이건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예요”(The Korean flag is upside down and it’s a very very serious problem.)라고 알려준 이후에도 계속 거꾸로 달려있었으니까요.
만약 한국 시장이 엄청 크거나, 또는 한국 개발사를 꼭 잡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해당 업체(레쿠)는 태극기를 바로 고쳐 달았을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과거 한국 온라인게임 수입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절이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요?
한국이 없는 지도를 선보인 업체(치앤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중요하거나, 한국 업체와의 협력이 절실하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한국 공동관의 위치 앞 출입구 문제도 마찬가지죠. 한국 게임회사가 차이나조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컸다면, 한국콘텐츠진흥원 담당자의 항의에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했을 겁니다.
한국 공동관의 상황은 이런 사태가 발생된 원인 중 하나
가장 외진 곳에 있던 한국 공동관의 모습은 위상이 추락한 한국 게임의 축소판처럼 보였습니다. 동시에, 한국 게임의 위상 하락을 야기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한국 공동관의 담당자가 차이나조이의 변화를 읽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겁니다.
2013년 이전 차이나조이 전시장은 B2C와 B2B(비즈니스 존)밖에 없었습니다. 2013년 B2B관은 위 이미지 왼쪽의 파란색 마크가 있는 전시관이 유일했습니다.
2014년 들어 위 이미지에서 보라색으로 표시된 것처럼 B2B관(N1) 옆에 WMGC관(N2)이 처음 생겼습니다. 모바일게임 산업이 성장과 함께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를 수용한 확장이었죠.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당시까지 매년 100%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2014년도 50% 이상 성장이 전망되던 상황. 그렇다면 당연히 2015년 차이나조이에는 WMGC관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문의하고, 대비했어야 합니다.
올해 위 이미지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처럼 B2B관(W5)는 1개 관이었고, WMGC는 2개 관(W3, W4)으로 늘어났습니다. WMGC가 2배 더 큰 전시 공간을 차지하게 된 거죠. 차이나조이 조직위는 성장하는 WMGC관에 더 포커스를 뒀습니다. 출입구의 위치도 WMGC관 사이(빨간 동그라미 2)로 옮겨 놨습니다.
패스 목걸이줄에도 WMGC가 박혀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도 그랬고, 많은 국내 게임회사들이 글로벌 게임환경의 변화를 놓쳤듯, 한국 공동관을 담당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이런 변화를 놓쳤습니다.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낭패를 봤습니다.
게임 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전문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허접칼럼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더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