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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넥슨은 한국 게임역사를 이끌었다. 이 사람들이 넥슨을 이끌었다.

넥슨 사람들의 이야기 '플레이'를 추천하는 3가지 이유

임상훈(시몬) 2015-12-12 14:43:31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추천별점은 ★★★★★(5점 만점).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넥슨이다.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꽤 있다. 넥슨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게이머는 거의 없다. 넥슨과 연결되지 않은 외국 게임회사는 많다. 넥슨과 인연이 없는 메이저 회사는 드물다. 호불호와 별도로, 넥슨은 그런 회사다.

 

<플레이>는 그런 회사를 만든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넥슨(넥슨 코리아)의 대표는 지금까지 10명 있었다. 엔씨소프트나 넷마블과 다르다. 아니, 어떤 게임회사와도 다르다. 21년의 역사 동안 10명의 대표에게는 서로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 게임생태계가 그만큼 빨리 변했다. 회사도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이 풍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창업 인력충원 부분유료화 캐주얼게임 상장논란 인수합병 인센티브 해외상장 등과 얽힌 사연과 사람들 이야기가 빼곡하다. 전길남 박사는 "IT 세계의 고충과 기회, 역사와 전망을 두루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라고 극찬했다. 나영석 PD는 "다큐로 만들어 보고 싶은 스토리"라고 추천했다. 

 

2007년 네이버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부러웠다. 게임회사에 관한 책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책을 준비하던 적도 있었다. 일상에 밀렸다. 마침내 그런 책이 나왔다. 네이버에 관해 나왔던 책들보다 실하다. 게임뿐만 아니라, 회사 또는 사람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2. 내부자 이야기다.

 

좋은 책을 보면 기뻐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속상했다. 99년 이후 넥슨을 취재하며 나름 많은 이야기를 꿍쳐 놓았다. 급한 일들이 끝나면 하나씩 풀 생각이었다. 아뿔사, 이 책이 내가 아는 것보다 더 꼼꼼하게 먼저 써버렸다. 기존 기사에는 언급도 안 된 넥슨 내부의 깊숙한 이야기까지 많이 담았다.

 

원래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책이다. 21년이 되는 해 12월에 나왔다. 오래 뜸을 들였다. 3년 이상 넥슨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검토를 거친 탓이다. 제대로 검증된 책이다.

 

책의 목차에 앞서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가 있다. 사람에 포커스를 맞췄다. 표지의 제목 아래 '넥슨 사람들 이야기'라고 쓰여있다. 기존에 나왔던 넥슨 관련 책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이야기는 대부분 다뤘다. 

 

어떤 사람들이 주인공인지는 아래 '등장인물 소개' 이미지로 대신 한다.

 




 

3. 신기주가 썼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가가 몇 있다. 나는 고종석, 김훈, 주철환의 문장을 좋아한다. 현재 남성 월간지 <에스콰이어>에 속한 신기주 기자도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가졌다. 짧고 굵다. 논리적이지만 화려하다. 그가 썼던 <사라진 실패>와 <장기 보수 시대>처럼 이 책도 쭉쭉 읽힌다.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와 기존 자료를 베이스로 했지만, 그의 관점으로 묶었다. 기업과 사업가의 역사를 많이 다뤄본 경험은 넥슨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데 일조했다. 

 



넥슨에 친화적인 관점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책에는 '그들의 자서전'이라고 적혀 있다. 넥슨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중심이다. 하지만, 신기주 기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랬다면 시시한 책이 됐을 것이다. 실패와 실패의 이유를 담았다. 밸런스를 맞췄다.

 

 

이런 3가지 이유로, 나는 이 책이 역대 국내 게임회사를 다룬 책 중 최고라고 꼽는다. 다른 게임회사에 대한 책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소개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안 썼다. 21년의 주요 역사를 빼곡히 담고 있어서 내 능력으로 요약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각각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했다. 

 

책의 내용

 

신기주 기자는 나까지 인터뷰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자유분방한 시도, 실패, 복원력, 유연성, 초심 같은 단어를 많이 썼을 것이다. 내가 지켜본 넥슨은 자유분방했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다. 실패하면 다시 제 자리로 잘 돌아왔다.

 

신기주 기자는 이를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으로 표현했다. 바깥으로 성장하려는 원심력과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구심력의 균형. 다른 말로 창의력과 효율성의 조율, 또는 성공한 실패와 실패한 성공 사이의 길. 2015년 NDC의 주제는 '패스파인더'였다. 미래의 길을 찾기 위해 넥슨은 이 책을 기획했다.

 

이런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주목하는 부분이 다르다. 명민한 신문사 기자들은 가장 먼저 넥슨과 엔씨 지분에 관계된 부분을 들춰봤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줄을 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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