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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디 게임에 관한 국내 최초의 책을 추천한다

임상훈(시몬) 2015-12-13 00:49:11

한국 게임생태계는 위기다.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위기의 배경이 뿌리깊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시절 한국은 세계를 호령했다. 모바일은 늦었다. 온라인 시절의 강점이 약점이 됐다. 카카오톡 게임센터 이후 시장은 급성장했다. 카카오톡은 디딤돌이었다. 시장을 활짝 열었다. 초반 치고나간 개발사들은 대박이 났다. 스타트업이 쏟아졌다. 작은 개발사들은 '인디'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카카오톡은 걸림돌이 됐다. 차트는 일부 회사가 과점했다. 한국에서 잘 나갔던 게임은 글로벌 경쟁에서 지기 일쑤였다. 크로스프로모션은 양극화를 부추겼다. 큰 회사들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와 방송국 광고 담당자를 즐겁게 했다. '인디'라는 이름을 달았던 개발사가 성공하기 무척 힘들어졌다. 

 

투자자는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성공하는 게임이 나오면 따라하기 급해졌다. 올해초 RPG가 대세였다. 다들 RPG를 만들었다. 30억~50억짜리 모바일 RPG가 차트 10위권을 과점했다. 올해말 RPG 만드는 작은 회사들은 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귀한 책이 나왔다. 서울대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이정엽 교수가 쓴 <인디 게임>이다. 인디게임에 관한 국내 최초의 책이다. 게임생태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시기에 맞춰 나왔다.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끔 내 의견도 덧붙였다.

 

인디게임이란

 

현재 국내에서 '인디'라는 용어는 모호하게 쓰이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인디 게임'은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고 정의했다.

 

1. 투자회사나 퍼블리셔에 의존하지 않고 이러한 회사들로부터 게임의 내용에 대한 간섭을 배제한다.

 

2. 주류에 속하지 않는 감성과 개발자 개인의 개성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독특함을 지녀야 한다.

 

 

척박한 국내 환경

 

국내에서 이런 게임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 나오기도 어렵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에 집중된 생태계의 성격 탓이 크다. 온라인은 개발비가 많이 든다. 모바일은 편중화가 심하다. 카카오톡이나 주류 퍼블리셔는 대중적인 취향만 취한다.

 

내 생각으로 이건 개발사나 퍼블리셔, 투자사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유저도 그렇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세계 4위로 크다. 유저 취향은 시장 사이즈와 반대다.

 

 

스팀의 지대한 역할

 

미국과 유럽 사정은 다르다. 이 교수는 스팀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유명한 밸브는 2003년 자기 게임의 다운로드를 위해 스팀을 열었다. 2005년 말 이 플랫폼에 외부 게임을 받아들였다. 첫 번째 두 타이틀이 모두 인디 게임이었다. 개발사와 플랫폼 사이의 매출 배분도 7:3으로 했다. 이후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가 매출의 30%를 가져가는 것은 스팀이 만든 룰 때문이다. 

 

스팀은 2006년 63개의 타이틀 올렸다. 2014년에는 그 수가 1,8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스팀의 플랫폼 정책은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닌텐도 위도 모방했다. 모두 인디 게임을 챙겨주는 정책을 따라했다.

 

성과가 나타났다. 2008년 이후 꽤 성공한 게임들이 나왔다. 1인 개발자가 만든 <오디오서프>는 140만 이상 판매됐다. 이후 <캐슬 크래셔>, <블레이드>, <월드 오브 구>, <림보> 등의 인디 게임이 모두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면서 인디 게임 붐을 예고했다.

 

 

개발의 민주화

 

스팀은 인디 게임의 유통망을 열어줬다. 하지만 인디 게임 활성화에는 난제가 하나 더 있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개발비였다. 이 문제를 풀어준 것은 게임엔진의 정책 변화였다.

 

2010년 세 번째 버전을 발표한 유니티는 안드로이드폰 부가 기능과 에셋스토어를 만들었다. 2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면 개발자는 유니티 엔진을 사용할 수 있었다. 

 

2015년 게임엔진의 양대 산맥인 유니티와 언리얼이 무료화를 선언했다. 개발 자금이 부족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누구나 큰 자금 없이도 게임 개발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만한 인디 게임

 

이 교수는 <인디 게임>에서 이 같은 환경 변화와 함께 주목할 만한 인디 게임을 소개했다. <브라더스: 두 아들의 이야기>(스웨덴), <브레이드>(미국, 아래 영상), <림보>(덴마크) 등은 새로운 게임 메커니즘이나 독특한 연출로 각광을 받았던 타이틀이다. 

 

 

[새 창에서 영상보기]

 

<토마스는 외로웠다>(영국, 아래 영상)와 <스탠리 패러블>(미국)은 서술방식과 스토리텔링에 신선한 시도를 보인 게임이다.

 

 

[새 창에서 영상보기]


모두 유럽과 북미의 타이틀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아쉬워했다. 

 

 

한국의 인디 게임 개발자 

 

마지막 장에 저자는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인디 게임 개발자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김광삼, 김성완(이상 1세대), 장성규, 하상석, 임현호(이상 2세대), 김종화, 박선용(이상 3세대) 등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도 다양한 세대 걸쳐 인디 게임 개발이 이뤄져왔다. 인지도가 높지 않다. 특히 3세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실정이다. 

 

 

※ 이 책을 추천하며

 

<인디 게임>은 앞서 언급했듯 '인디 게임'을 다룬 국내 최초의 책이다.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책을 써준 저자가 고맙다. 출판사도 고맙다. 국내 게임생태계 위기 극복의 해답을 찾는 사람들(특히 정책 결정자)이 이 책에서 작은 단초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100페이지가 안 된다. 단점이자,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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