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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명 '아타리 쇼크'의 주역(?) E.T.의 나름 억울한(?) 사연

이정엽 2016-02-02 10:22:16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의 게임화'는 '게임의 영화화'보다 일찍 시작됐다. 서사가 풍부한 영화 장르는 게임 제작자들에게 게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와 액션, 그리고 완결성 높은 스토리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나 <E.T.>, <인디아나 존스> 등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어김없이 게임으로 재창조됐지만, 성과는 일정치 않았다. 영화가 지닌 매력을 게임 속 역학적 요소와 사용자 상호작용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가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게임의 특성과 장르는 다양하게 변용됐다. 작품마다 편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글에서 소개할 게임은 게임 역사에서 매우 유명한 게임 <E.T.>(Atari, 1982)​다.

 

 

<E.T.>는 소위 '아타리 쇼크'라고 불리는 북미 비디오 게임 산업의 붕괴를 불러온 게임이다. 게임의 역사를 다룬 책에서 반드시 언급된다. 미국 아케이드 게임계를 대표하던  아타리(Atari)에서 제작한 첫 콘솔 아타리 2600용으로 개발된 <E.T.>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게임화했기 때문에 1,000만 장 이상 팔릴 것이라 전망됐다. ​​

 

따라서 엄청난 양을 생산했지만 실제로는 약 200만 장 밖에 팔리지 않았다. 1,000만 장 이상의 카트리지를 텍사스의 황무지에 파묻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이 종국에는 비디오 게임 산업의 붕괴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다. 

 

게임 <E.T.>의 이후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유투브 등에는 'The Worst Game Ever'나 ​'The Worst Game Of All Time: ET'(역사상 최악의 게임: ​ET)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러나 <E.T.>가 당대에 개발됐던 다른 아타리 2600용 타이틀에 비해 그렇게 많이 부족한 타이틀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늦은 계약과 크리스마스 시즌 론칭 일정 탓에 5주 남짓만에 제작된 게임이지만, 스토리나 역학적 요소의 분석을 해보면 당대의 아타리 2600용 게임에 비해 크게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타리 2600은 기술적으로 당대의 아케이드 게임과 비교해 하드웨어적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었다. 특히 그래픽 처리 능력에 있어서 스프라이트를 2개 밖에 처리할 수 없어서, 여러 몬스터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정부요원 과학자들과 경찰들을 따돌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E.T.와 엘리어트가 하늘을 나는 드라마틱한 장면 등은 게임 내에서 재현이 어려웠다.   

 

스프라이트가 2개라는 뜻은 게임 내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2개까지 표현할 수 있고, 그 이상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형태의 기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T.>의 스프라이트는 주인공 E.T.에게 하나, 그리고 현재 화면에서 움직여야 하는 다른 NPC들(정부요원, 경찰, 엘리어트 등)에 할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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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외의 다른 오브젝트는 하나 이상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군중 장면(mob scene)의 재현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때문에 해당 장면에서 꼭 움직여야만 하는 물체가 아닌 무전기 부품 등은 위의 그림에서 보듯 가운데에 놓인 하나의 점(dot)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의 한계와 기술적인 제약 때문에 <E.T.>에서는 영화의 특정 부분만 추출하고, 역학적 요소를 변환해 게임화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 <E.T.>는 영화 속에서 E.T.가 정부요원들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엘리어트와 조우하여 우주선을 타고 탈출하는 부분만 구현했다. 

 

플레이어는 E.T.를 조종해 혼자 도망다니면서, 엘리어트와 만나기 위해 정부요원을 피해다니며 우주선과 교신할 수 있는 부품 7개를 모아야 한다. 이 부품들을 모은 뒤에 엘리어트와 만나 우주선과 교신을 하면 최종적인 엔딩을 마주하게 된다. 

 

게임 <E.T.>에서 구현된 부분들은 전체 영화 서사 중 일부에 그치고 만다. 또한 실제 재현된 장면의 연출 역시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당대의 영화가 지닌 표현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E.T.>의 사례에서 보듯 80년대 초반의 게임은 당대의 영화가 보유하고 있던 재현의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영화가 지닌 풍성한 서사는 사라지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액션의 재현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E.T.>는 194만 장 가량을 판매해서 500종이 넘는 아타리 2600 게임 중 전체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아타리 2600용 게임 중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인 <팩맨>(Pac-man)이 780만장 정도 팔렸던 것을 감안한다면, 경영진의 판매량에 대한 오판만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이 '아타리 쇼크'와 비디오 게임 산업의 붕괴의 오명을 <E.T.>가 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E.T.>발굴 현장을 담은 비디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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