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이 문을 닫았다. 2016년 10월 출시해 매출 상위권에 오랫동안 머문 타이틀로 장수 모바일게임이었다. 그전까지 한국 모바일 시장에서 SRPG가 이만큼 성공한 사례는 없다. 영걸전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코에이 <삼국지 조조전>(1998)이 한국에서 모바일로 재탄생해 1,000일 넘도록 라이브게임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분명 기록해둘 만한 일이다.
6월 12일, 상황이 뒤바뀌었다. <삼국지 조조전>은 어떻게든 해볼 방법이 있지만,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이제 플레이할 길이 없다. 서버를 내리면 저장되지 않는 모바일게임의 슬픈 운명이다.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이 최초로 나올 적에 기자는 늦깎이 군생활을 하고 있었고, 제대하니 게임은 잔뜩 고여버렸다. 그래서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과 기자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얼마나 역사적인 타이틀인지 몸소 경험해 잘 알고 있었기에 요즘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생각을 자주 한다. 디씨인사이드의 마이너갤러리에는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아저씨들(이렇게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은 그간 고생했다며 인사도 하고, 잡담도 하고, 욕도 하면서 디지털 공간에 추억을 새기고 있었다.
최근 넥슨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왔다. 2019년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M.O.E)는 시즌 2의 스토리를 완결시키면서 게임의 문을 닫았다. 많은 이들이 '섭종'이 아니라 완결로 생각했고 유저와 개발진이 서로 고맙다며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듀랑고>도 올해 초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창작섬의 PC 버전과 APK 파일을 배포했다. 책임지고 스토리를 마무리 짓는 한편 이은석 PD는 장문의 개발자 노트로 인사를 나눴다.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그러지 못했다. 유추하건대 몇 가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우선 게임이 넥슨 IP가 아니었다. 핵심 개발진은 이렇게 저렇게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업데이트가 생명인 라이브게임을 마냥 놔두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만든 건 이쪽이지만 권리는 저쪽에 있었던 사정을 게임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아저씨들'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에게는 <M.O.E>나 <듀랑고> 같은 아름다운 이별도, 추억을 돌아볼 앨범도 없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나름 지명도 높았던 타이틀을 기억할 수단 없이 내린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플레이어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재화를 쏟아부은 게임을 기억할 거리가 스크린샷 말고는 딱히 없다. 음악이야 네코드(NECORD) 유튜브 채널에 남는다지만, 꼼꼼하기로 소문난 코에이 검수진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만든 무장 일러스트는 어디로 가는 건가? 독창적인 시나리오는? 위트 넘치는 패러디 요소는?
<삼국지 조조전> 최고의 밈이라면 황금투구 조홍의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일 것이다. 커뮤니티를 둘러보니 4년간 즐겼던 게임을 잃은 이들의 좌절감은 그리 호기롭지 않은 듯했다. 어떤 아저씨는 "자고로 인간사란 완벽하지 않으니 우리는 그저 안녕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한시를 읊으면서 다시 만나자는 말 없이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어냈다.